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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3월에 읽는 시 본문
명자나무 곁에서
/ 임영조
오랜 침묵만이 꽃을 피울까
영하에도 꼿꼿이 언 손 들고 벌서던
침묵의 가지 끝에 돋는 응어리
진홍빛 뾰루지를 보는 것도 아프다
오늘은 기어이 발설하리라
잉걸처럼 뜨겁고 위험한 자백
궁금해, 귀를 갖다 대본다
(아직 입 열때가 아니다!)
삼월의 끄덩이를 잡아채는 꽃샘바람
이미 붉어 탱탱한 입술 꼭 다문
명자꽃 망울이 뾰로통하다
해도, 그리운 명자 씨!
어서 귀엣말을 속삭여다오
그 내밀한 사랑의 불씨로
내 가슴속 외로움 다 태워다오
그게 혹 새빨간 거짓말일지라도
오늘은 다 곧이듣고 싶다
아직도 입다물고 망설이는
명자 씨!
온몸에 은근히 가시를 숨긴!
- 임영조 '지도에 없는 섬 하나를 안다' 민음사 2000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
/ 문신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이다
공단 지대를 경유해 온 시내버스 천장에서 눈시울빛 전등이 켜지는 저녁이다
손바닥마다 어스름으로 물든 사람들의 고개가 비스듬해지는 저녁이다
다시,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듣는 저녁이다
저녁에 듣는 누가 아프다는 이야기는
착하게 살기에는 너무 피로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하나씩의 빈 정류장이 되어 있을 것 같은 사람들의 이야기다
시내버스 뒤쪽으로 꾸역꾸역 밀려드는 사람들을 보라
그들을 저녁이라고 부른들 죄가 될 리 없는 저녁이다
누가 아파도 단단히 아플 것만 같은 저녁을 보라
저녁에 아픈 사람이 되기로 작정하기 좋은 저녁이다
시내버스 어딘가에서
훅,
울음이 터진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을 저녁이다
이 버스가 막다른 곳에서 돌아 나오지 못해도 좋을 저녁이다
- 계간 '시인수첩' 2019 가을호
누가
/정병근
내 안에 나 모르는 어리석은 사람 있다
낯설고 외진 사람 내 안에 살고 있다
당신의 어깨를 치며
명랑한 듯 슬픈 듯
팽팽한 거미줄이 가지 사이 빛이 난다
그 어떤 불멸이 날 버리고 지나간다
또 다른 누가 되어서
나인 듯 살 것이다
너무 많아 모자란 세상의 소용들아
안 함보다 못한 일로 뒤돌아 괴로울 때
그 누가 나를 붙잡고
긴긴 말을 하는가
- 계간 '가히' 2023 겨울호
............. 3월에 읽는 시를 올릴 즈음이면 내 무거운 회환의 두 발이
꿈에도 그리던 땅을 밟고 있을 것이다.
내 나라 소백산의 한 조용한 산사,
그곳에서도 말 수가 적은 고목 하나를 마주하고
한 줄 침묵의 문장으로 고하리라.
저 왔어요.
.............몇 십년 전 아버지께선 낯선 나라로 떠나려는 철없는 여식 나를 앞세우고
조상들 묘를 찾아 인사를 시켰다.
청주와 제기와 돗자리를 들고 산과 들을 걸어서 이틀에 걸친 대장정이었다.
........사진은 뒷산 숲 산책 중에 만난 설강화(Schneeglöckchen), 운이 좋았다.
클릭하신 분들, 이 춘삼월에 '잉걸처럼 뜨겁고 위험한 자백'(맨 위의 시에서)에 꼭 귀 대어 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