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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고백 본문
땡벌을 죽였다.
독일에서는 최소 1만에서 5만 유로의 벌칙금이 책정된 고귀한 땡벌*을.
사건의 전말은 이러했다.
책상에 앉아 노동에 몰입해 있던 어제 오후,
나의 치렁한 머리카락 안팎을 쏘다니며 문제의 땡벌이 숨바꼭질을 하고 있었다.
놀라 일어나서 머리를 가로젓고 일렁여도 녀석은 그 놀이를 멈출 기세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당장 손에 닿았던 휴지 여러 장을 접어 손가락힘으로 녀석을 짓누르고
땡벌과 함께 휴지에 싸였던 내 머릿칼 스무 가닥도 싹뚝 잘랐다.
땡벌을, 잘린 내 머리카락과 함께 휴지통에 장례하면서 아주 잠깐 승리의 안도감이 있었던 것 같다.
녀석이 내 얼굴에 벌침을 쏠 적의가 있었는지, 땡벌 쪽의 변호사가 훗날 질문할 수도 있겠지만
나는 극구 정당방어, 맞아 그 정당방어였다고 스스로를 위로했다.
앞서 썼듯이 독일에서의 땡벌 살해는 어마어마한 재산상 손실을 뜻한다.
여기서 밝힌 전말을 누군가 이곳 경찰에 고발을 한다면?
아마 증거 불충분으로 불기소될 수 있다.
그러니 헛수고(단지 희망사항이고 전혀 다르게 결론 날 수 있다).
또한 모방범죄를 저지르기 위해 누군가는 나처럼 머리를 기르게 될지도 모르겠다.
이 경우엔 미장원 예약이 어려운 이 땅에서 꽤나 쓸모있는 선택이 될 것이다.
세상에 땡벌 한 마리가 사라지고 난 어젯밤,
악몽을 꾸었다.
살생을 한 내 죄를 어딘가에 밝혀야 한다는 강압의 악몽을.
이 글을 쓰는 이유이다.
* 보호대상 땡벌 살해 벌칙금 수정.
베이에른 브레멘 베를린 등지에선 5천부터 시작,브란덴브르크에서는 6만5천까지라고 한다.
Stehen Wespen unter Naturschutz? - Bußgeldkatalog 2024 (bussgeldkatalog.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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