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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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초하루의 시

숲 지기 2017. 12. 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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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내리는 저녁입니다.

종일 내리고도 모자란지,

저녁으로 갈수록 눈발이 더욱 거세집니다.

이런 날은 털쉐타를 걸치고 자주 창가에 서 있게 되네요. 

 

이제 12월을 맞음으로써 

이 한해가 꽉 차게 됩니다.

행운의 연말을 보내십시오.

 

 

 

 

 

 

 

 

 

 

 

  청어

  /윤의섭

 

 

   버스를 기다렸으나 겨울이 왔다

   눈송이, 헤집어 놓은 생선살 같은 눈송이

 

   아까부터 앉아 있던 연인은 서로 반대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저들은 계속 만나거나 곧 헤어질 것이다

   몇몇은 버스를 포기한 채 눈 속으로 들어갔지만

   밖으로 나온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노선표의 끝은 결국 출발지였다

   저 지점이 가을인지 봄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눈구름 너머는 여전히 푸른 하늘이 펼쳐졌을 테고

   먼저 도착한 사람들의 시간은 좀 더 빨리 흘러갈 것이다

 

   끝내는 정류소라는 해안에 버스가 정박하리라는 맹목뿐이다

   눈의 장막을 뚫고 나오기를

 

   기다린다는 건 기다리지 않는 것들을 버려야 하는 일

 

   등 푸른 눈구름이 지나가는 중이다

   국적 없는 눈송이들의 연착륙이 이어졌고

   가로수의 가지들만이 하얀 속살 사이에 곤두서 있다

   버스를 기다렸으나 이 간빙기에는 쉽게 발라지지 않았다

 

 

 

 

 

 

 

가슴을 때리다

/위선환

 

 

바위에 이마 대고 오래 울다 간 사람이 있다.바위가 젖어 있다.

바람에 등 대고 서서 둥 뒤가 허물어지는 소리를 들은 사람이 있다.

등판에는 바람무늬가 등덜미에는 바람의 잇자국이 찍힌 사람이 있다.

무릎걸음으로 걸어서 닿은 사람 있다.물 바닥에 무릎 꿇은 사람 있다.

두 손바닥 포개 짚고 엎드려서 이마를 댔던 자국이 물에, 우묵하다.

바짝 마주 대고 마구 누구를 때렸던가. 움켜쥔 주먹이 멍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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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백색(Winter-weiss)

/한스 셀드론(Hans Seldron) 

 

하얗고 두꺼운 담요 한장

땅은 겨울 옷을 입었다.

그 어떤 색상도 이보다 더 멀고 넓을 수 없어

오로지 흰색,

흰색,

흰색,

흰색,

눈길 닿는 저 먼데까지

 

Eine dicke weiße Decke

hüllt die Erde in ihr Winterkleid.
Keine Farbe weit und breit.
Nur Weiß, nur Weiß.
Nur Weiß, nur Weiß
so weit das Auge reicht.

 

(번역을 하고 보니, 동시네요)

 

 

 

 

  • 안나2017.11.30 21:46 신고

    12월...가슴뛰는 달이 왔어요~ 알죠? 생애 첨 미국행이니 지금 LA 를 추가하나 마나 고민이에요 연말이라...
    시에 쓰인 싯귀를 우리식으로...눈와서 더 밝은 겨울날
    저는 그런 기대로 12월을 열어요.
    숲지기님도 늘 같은 숲이 또 매일 다르게 만나지길 빌어요!

    답글
    • 숲지기2017.11.30 22:34

      여기도 어젯밤부터 눈이 내리기 시작했는데,
      진눈깨비 비슷해서 아주 시끄러운 눈입니다 ㅎ

      여행 앞두신 안나님의 설레이시는 기분 잘 알 것 같습니다.
      가시는 김에 즐거운 일들 많이 겪고 오세요.
      아시잖아요, 살아보니 훌쩍 떠날 기회를 만드는 게 참 어렵더군요.

      스웨덴 눈나라가 안나님을 그리워할 겁니다.
      미국여행 건강히 잘 다녀오십시오. .

  • 노루2017.12.01 06:39 신고

    하, 땅이 걸친 끝없이 넓고 긴 흰색 외투!
    시인이, 벌거벗은 임금을 본 아이처럼
    말해주네요.

    위선환 시인의 시집이 보고 싶어서 한 달쯤
    찾다가 단념했습니다. '문지'에서 나온 게
    교보, 영풍에 다 없네요.

    답글
    • 숲지기2017.12.01 11:06

      탐진강 연작시를 제가 드릴 수 있습니다.
      그 외에도 몇 더 있습니다.

      어디로 드릴까요 노루님?
      님 블록 댓글로는 분량이 ....ㅎ

    • 노루2017.12.03 03:26 신고

      고마워요, 숲지기님.
      우선은 내 블로그 <즐겨찾기: 시 : 시 게시판>에 올라 있는
      위선환 시인의 71편부터 읽어보고요.
      인터넷에서 그 연작시 중 한 줄짜리는 봤고요.

    • 노루2017.12.05 07:29 신고

      숲지기님, 아니 어떻게 그 연작시들을 다 ...
      너무너무 고마워요. 조금 전에 PC 에 들어왔는데
      곧 나가야 되어서 오늘은 처음 두 편만 읽어봤네요.
      (도서관 PC를 이용하는데, 실내 환기가 잘 안 되는지
      시간이 있는 날도 오래 못 붙어 있겠더라고요.)
      아무래도 다음에 와서 프린트를 해야겠어요.

    • 숲지기2017.12.05 12:10

      저도 고맙습니다 노루님. 덕분에 좋은 시를 다시 읽게 되었는걸요.
      축북의 성탄을 빌어드립니다. 건강하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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