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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흑림에서 띄우는 초하룻날 시편지/2월 초하루입니다 본문
2월 초하룹니다.
세월이 참 빠르지요.
낮에 몇점 빗방울이 창을 사선으로 긋고 가더니 지금은 싸락싸락 싸락눈이 내립니다.
원효사도 멀고 무등산도 아닌 곳이지만,
'한 사람을 단 한사람으로만 있게 하는' 눈 시를 2월 초하루 시편지로 고르며
동네 눈풍경들 운전 중에 찍은 몇 점도 동봉합니다.
행복한 2월 맞으십시오
blackforest
눈보라/황지우
원효사 처마끝 양철 물고기를 건드는 눈송이 몇점,
돌아보니 동편 규봉암으로 자욱하게 몰려가는 눈보라
눈보라는 한 사람을 단 한 사람으로만 있게 하고
눈발을 인 히말라야 소나무숲을 상봉으로 내려가 버린다
눈보라여, 오류없이 깨달음 없듯 지나온 길을
뒤돌아보는 사람은 지금 후회하고 있는 사람이다
무등산 전경을 뿌옇게 좀먹는 저녁 눈보라여,
나는 벌받으러 이 산에 들어왔다
이 세상을 빠져나가는 눈보라 눈보라
더 추운 데 아주아주 추운데를 나에게 남기고
이제는 괴로워하는 것도 저속하여
내 몸통을 뚫고 가는 사람소리가 짐승같구나
슬픔은 왜 독인가
희망은 왜 광기인가
뺨때리는 눈보라 속에서 흩어진 백만 대열을 그리는
나는 죄 짓지 않으면 알 수 없는가
가면 뒤에 있는 길은 길이 아니라는 것을
우리 앞에 꼭 한 길이 있었고 벼랑으로 가는 길도 있음을
마침내 모든 길을 끊는 눈보라, 저녁 눈보라
다시 처음부터 걸어오라 말한다
blackforest highway
sky area "ruheste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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