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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흑림에서 띄우는 초하룻날 시편지/4월입니다. 본문
4월입니다.
꾹 참고 일부러 3월 하순까지 기다렸다가 찾아갔는데도
목련꽃들은 입도 제대로 열지 않았더군요.
말을 걸고 달래볼까 해도
목련 고목에 열린 꽃망울들이 어디 하나 둘이어야 말이죠,
이 봄에 뭐가 불만인지
하늘을 찌를 듯 새침한 그들 꽃망울 무리를
눈치껏 그냥 저는 찍어만 왔습니다.
저희 동네에서 목련이 아름다운 곳입니다.
만우절부터 시작하는 경쾌한 4월에
봄시들을 띄웁니다.
잘 받아 주십시오.
묵언(默言)
/문태준
절마당에 모란이 화사히 피어나고 있었다
누가 저 꽃의 문을 열고 있나
꽃이 꽃잎을 여는 것은 묵언
피어나는 꽃잎에 아침 나절 내내 비가 들이치고 있었다
말하려는 순간 혀를 끊는
비
- 시집 <맨발>
봄밤을 위한 에스키스 2
/천서봉
많은 날 다 보내고, 그 많은 사람 다 보내고 그래도 모자라 써봅니다. 벚꽃 편지, 나무를 안고 일서서본 사람은 알지요. 쿵쿵 나무의 심장이 들려주는 둥근 도장의 파문, 창문을 열며 꽃들은 통증처럼 터지고, 긴 봄밤 나는 허리 앓습니다. 허리라는 중심과 중심의 아득함, 점점 번지는 그 어지러운 덧없음이 집 근처를 서성거릴 때 나는 당신이 없는 집을 고치고...... 집을 다 고치고 나면 제 허리를 고칠 겁니다. 연골에 칼금 긋듯 흐르던 겨울 별자리들, 소식 끊어진 날들은 어땠나요. 견딤과 그 견딤의 구부러짐, 한 장 한 장 벚꽃은 제 몫의 이별을 편지 쓰고, 이 긴 봄밤, 징검다리 같은 척추 디디며 나는 당신에게 못 갑니다. 휘어진 길들은 좀체 펴지질 않아요...... 벚꽃 편지, 많은 날 다 보내고, 그 많은 사람 다 보내고 그래도 모자라 또 써 봅니다.
봄 밤
/이성복
잎이 나기 전에 꽃을 내뱉는 살구나무,
중얼거리며 좁은 뜰을 빠져 나가고
노곤한 담벼락을 슬픔이 윽박지르면
꿈도, 방향도 없이 서까래가 넘어지고
보이지 않는 칼에 네 종아리가 잘려 나가고
가까이 입을 다문 채 컹컹 짖는 中年 남자들
네 발목, 손목에 가래가 고인다, 벌써 어두워!
봄밤엔 어릴 때 던져 올린 사금파리가
네 얼굴에 박힌다
봄밤엔 별을 보지 않아도 돼,
네 얼굴이 더욱 빛나 아프잖아?
봄밤엔 잠자면서 오줌을 누어야 해
겨우내 밀린 오줌을, 꼭, 그러나
이마는 물처럼 흐르고
미끄러운 유리 입술,
벽은 뚫고 나가기엔 너무 두껍고
누군가 새어들 만큼 얇아
아무래도 네 영혼은 누, 눈 감고 아, 아, 아옹하기
- 시집 <뒹구는 돌은 언제 잠 깨는가>
봄비가 차마, 귀[耳]가 되어 내리는
/박연준
깨금발로 가벼이 내리는 봄비
뒤척이던 봄의 땀방울일까
아홉 개의 귀를 삼킨 흐르는 봄아
등걸잠 자던 옛 애인은
벚꽃 아래 숨어서 늙지도 않고
파랑이 됐다가, 수의(壽衣)가 됐다가,
입김이 됐다가, 봄이 되어 내리나
쇳물처럼 붉게
녹을 품고 내리나
당신 - 이라는 테두리에 스민 철없는 마음
들릴까, 어쩌면 들릴 수도 있을까
속절없이 눈 감은 숨은 별들아
바스러진 봄 귀[耳]가 하나, 둘, 우수수
꽃잎처럼 사뿐히 떨어지며는
내리나 당신, 붉게 흘러내리나
봄 그림자 넓게 지나가는 밤
모르고 활짝 핀
밤의 귀들아
눈 감고 실컷 뛰어다니렴
-시집 <아버지는 나를 처제, 하고 불렀다>
-
목련꽃 피는 봄인가!
답글
꽃은 피어서도 예쁘지만 ,꽃은 피기 전에도 예쁘지요.
피기 시작하면, 오래지 않아 이별을 준비하고 있고요.
그래도 피어서 예쁜때가, 길지 않아도 그 꽃보러 사람들이
풀쟁이숲쟁이님처럼 카메라들고 찾아가지요.
날씨가 조금 쌀쌀했나 봅니다.
다시 한번 더 찾아 가시지요?-
숲지기2016.04.02 12:51
푸른하늘님 계신 곳도 봄이 깊어가지요?
저 곳은 저희 동네에서 목련이 제일 아름다운 곳인데, 해마다 이맘때면 찾아가곤 합니다.
아, 어떤 해는 뭔가에 몰두하다가 깜박 놓치는 수도 있어서 제가 찾을 땐 이미 꽃이 다 져버리기도 했었습니다.
지척에 있는데도, 일부러 낼 시간이 없어서, 아마 올핸 이렇게 넘어갈까 합니다.
내년엔 또 새꽃들이 피지 싶습니다.
좀 있다가 들깨씨앗을 뿌리러 밭에 갈까 합니다. 지난 겨울에 고국에 다녀온 이쁜 피아니스트후배님이 귀한 우리나라 들깨씨앗 한봉지를 가져다 주었답니다.
맞습니다, 자랑입니다 ㅎㅎ
이 척박한 흑림에, 부산토종 들꺠씨앗이 자랄 겁니다요 ㅎ -
숲지기2016.04.02 22:44
네, 들기름은 들깨를 눌러서 짜낸 기름입니다.
저는 매년 몇백그람씩 추수라고 하는데, 먹을 사람이 없어서 그냥 이리저리 굴리고 묵혔다가 결국은 버리곤 합니다.
고추도 강낭콩도 또 민들레 김치 등등도 만들어서 묵혔다가 결국은 버리기 일쑤이고요.
콩 1kg으로 된장을 만들어도 끝까지 먹은 기억이 없으니 말입니다요..ㅎ 웃을 일이 아니지요..
오늘도 밭에서 루콜라와 부추 상추를 뜯어 왔습니다. 가을에 심었는데, 겨울을 견딘 기특한 녀석들이라 먹을까 하고요.
버리지 말고 끝까지 먹어야 하는데 말입니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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