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콩넝쿨과의 대화, 코스모스 깻잎 고추 꽃 본문

촌부일기/텃밭이야기

콩넝쿨과의 대화, 코스모스 깻잎 고추 꽃

숲 지기 2018. 7. 13. 20:08

 

 

 

혼자 보기 아까울만큼 아찔하게 핀 코스모스들.

피는 지도 모르게 장관을 이루는 숲과 산의 꽃들에 비하면야,

나라도 오후 한때씩 보고 있음이 덜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예쁜 코스모스들아.

 

 

 

 

 

 

 

사실은 이 사진을 잘 찍으려 했다.

콩넝쿨들,

삼베줄을 쳐 주었더니 말끼를 척척 알아 듣고

바로 줄을 타더라.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거치며 배회했던 우리네처럼,

고개를 휘저으며 이리저리 둘러 보는 저 순은 가까운 날에  

다시 돌아와 꿋꿋하게 줄을 타게 될 것이다.

 

 

 

 

 

 

식물과 나의 묵언의 대화,

내가  제안을 했을 때 "응 그래? 그럼 그러지 뭐" ,

한마디 대꾸도 없이 바로 따른다.

이런 광경을 목격하는 일이 얼마나 황홀한지,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사실 몰라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보라색 줄기는 제비콩 줄기

 

 

 

 

 

 

다시 코스모스 사진

 

 

 

 

 

 

코스모스 밭의 깻잎

 

 

 

 

 

 

깻잎밭의 코스모스

 

 

 

 

 

 

 

고추들도 이제 막 열리기 시작했다.

식은 보리밥과 막된장에 찍어먹을 저 풋고추들,

생각만 하여도 설레인다

 

 

 

 

 

 

 

 

나만의 농법이다, 꽃과 농작물이 조화롭게 자라는.

(말이 좀 거창했나? ㅋ)

 

 

 

 

 

 

 

여기저기 핀 엉겅퀴의 한 종류.  여름꽃 다발을 만들 때 그만이다.

 

 

 

 

 

 

 

올핸 코스모스 씨를 전혀 뿌리지 않았다. 그러니까 스스로 싹 나온 것들만 맞았었는데,

역시 충분하고도 남는다.

'여자가 보석반지 하나만 안 껴도 평생 꽃을 본다'시던 백모님 말씀을

꽃 볼 때마다 자주 떠올린다.

 

 

 

 

 

 

 

 

 

 

 

 

 

 

나만 이런 생각을 하나?

아름다운 순간을 맞은 코스모스들,

꽃들도 혹시 열애에 빠졌나 하는.

 

 

 

 

 

 

 

 

 

 

 

 

 

  • 비밀의화원2018.07.14 11:33 신고

    엉겅퀴꽃이 보라색이네요
    요즘은
    코스모스가 계절을 망각한 채 저렇게 예쁘게 피어있군요~

    답글
    • 숲지기2018.07.15 10:34

      코스모스의 마음입니다
      언제든 맘 편한대로 꽃을 여는...........

      저 엉겅퀴꽃은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것과 달리,
      거의 원예용으로만 씁니다.

  • 이쁜준서2018.07.15 01:58 신고

    저는 꽃사진을 화면 가득 넣어서 찍힌 사진을 좋아 합니다.
    첫번째 사진 그래서 참 좋습니다.
    그렇게 사진을 찍어 놓고 보면서 이 사진같은 보자기를 갖고 싶다 싶습니다.
    보자기가 별로 쓰이지 않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습니다.
    그러나 1박2일 여행을 갈 때나 당일 여행을 갈 때에 보자기 하나 접어
    넣어가면 요긴하게 쓰이기도 합니다.
    그 보자기들은 한복을 맞추면 한복집에서 이바지 음식이나 혼수 싸서 보내라고
    서비스를 주어서 몇개의 보자기가 있습니다.

    저 코스모스 핀 아래에 누울 수 있다면 저는 누워서 1번 사진의 코스모스를
    보고 싶습니다.
    풋고추가 이제서야 열리기 시작 하는가 봅니다.
    처음 열리는 얼마동안은 새 뿌리이고, 거름기도 있을 때여서
    탄력받아 많이 열리고, 곧게 자라던데요.

    답글
    • 숲지기2018.07.15 10:39

      아, 꽃사진 보자기
      시적인 표현이세요.
      한참 이쁜준서님의 생각에 머물러 있습니다.

      그러고 보니 오래 잊고 있던 말입니다 보자기.
      저에게도 몇 벌의 한복이 있는데, 그걸 싸둔 게 보자기이지요.

      고추가 아직 맵지 않고요, 그래도 보리밥에 막장을 찍어 먹었습니다.
      그 맛, 아실 거예요 ㅎㅎ

    • 숲지기2018.07.15 10:41

      이바지 음식이 뭔지 몰라서 찾아 보았습니다 .
      덕분에 알게 되었고요.

  • 파란편지2018.07.29 13:39 신고

    정교하진 않지만 어딘지 정감이 가는 사진들을 들여다봅니다.
    교장이 학교에 부임하면 행정실에서 눈치를 봅니다. 뭘 주문하려나? 싶어서이겠지요.
    저는 큰 화분 몇 개만 사달라고 합니다. 덩치가 작으니까 화분이라도 큰 걸 달라고 우스개을 하고 다른 주문은 없다고 하면 '그까짓 거야 뭐...' 안심하는 표정이 됩니다.
    큰 화분의 나무를 책상 옆이나 앞에 두면 그 가지가 제 머리 위로 뻗는 걸 볼 수 있었습니다. 그걸 얘기하면 선생님들은 믿질 않고 씨익 웃기만 합니다. 교장이 내게 농담을 해주는구나......
    "모르는 사람은 모르는 것"이죠.

    어느 소설가(고등학교 국어교사)를 사랑한 보건교사가 도저히 안 되겠다 싶어 브라질인가 어디로 이민을 갔습니다.
    그 소설가는 사랑하는 사람의 편지를 받고 코스모스씨를 동봉하면서 "가을에 꽃이 피거든 우리가 거닐던 그 꽃길을 생각해달라"고 썼답니다.
    그런데 보십시오. 그 코스모스가 가을에만 피면 좋았을텐데 시도때도 없이 피어나더랍니다. 그곳은 그런 곳이니까요.
    보건선생님은 가을에만 그 국어 선생님을 생각하면 되었을텐데 이제 사시사철 생각하게 된 것이었습니다. 기가 막히는 일이구나, 오래전 어느 문학잡지에서 읽고 많이 잊혔는데 이렇게 줄거리는 생각납니다.
    가을만 되면, 코스모스만 보면.........

    답글
    • 숲지기2018.07.29 16:04

      식물이 든 큰 화분은 그 어떤 주문보다 크다는 것을 저는 압니다 교장선생님.
      그 식물이 자라 머리 위로 뻗고 큰 그늘도 만들지요 맞습니다.

      그리고요,
      국어선생님은 남자분이셨고 보건선생님은 여선생님?
      맞나요 교장선생님?
      시도때도 없이 핀 코스모스를 보며, 시도때도 없이 생각을 하는 중에
      그리움도 옅어지셨기를 바랍니다.
      그리운 이 대신 꽃만 바라보아야 하는 일은
      참 마음아픈 일일 것 같기 떄문입니다.

      제 밭의 코스모스는 이제 노년기에 접어들었습니다.
      워낙 중구난방으로 피는 꽃인지라 질 때도 순서와 격식이 없습니다.
      씨를 따로 뿌리지 않았음에도 때가 되면 찾아 와서 주인공 노릇을 하는 터라
      감히 뽑아버리지 못하지요.

'촌부일기 > 텃밭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토마토 풍년  (0) 2018.07.29
꽁보리밥에 풋고추쌈  (0) 2018.07.15
토마토 때문에  (0) 2018.07.10
멈출 수 없다.  (0) 2018.06.23
꽃보다 예쁜 것들로 섭생하기  (1) 2018.06.06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