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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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년지기 친구와 아점심 그리고 여행고민

숲 지기 2018. 7. 28. 21:43

 

 

정원의 꽃들을 손에 잡히는대로 골라서 유리병에 얌전히 앉혔다.

그 다음은 바로크 음악을 흐르게 한 뒤,

친구를 기다리며 주말 화창한 아침시간을 즐겼다.

20년지기 정확히는 22년이나 된 거의 죽마고우,

다른 대륙 다른 문화권에서 자라긴 했지만 처음부터 우리는 동종인 것을 알아차린 것 같다.

그러니까 이네스와 나는 드러내어서 어울린 게 아닌, 조용한 가운데 서로를 응원하고 위로하고

또 부추기며 살아왔던 것 같다.

 

 

 

주섬주섬 냉장고에서 꺼내 놓고,  계란 삶고........ 거의 내 스타일 아침이다.

 

 

내 집에 친구가 와서 우리 식의 수다를 떠는 중에 그녀의 남편이 따로 전화를 했다.

친한 사이는 맞지만 한번도 함께 여행을 한 적이 없었던 우리(우린 둘 다 조용한 집순이들이므로),

주말에 짧게라도 어딜 가보자 했는데  선뜻 그가 운전사 역을 자청하였다.

뿐만 아니라 몇 박 며칠이 되든 모든 비용을 대겠단다 하하

귀여운 슈테펜 ㅋ  

 

 

 

 

빵은 친구에게 사오라고 부탁했다. 우리 둘 다 탄수화물에 유감이 많은 터라, 딱 2개만 사오라 했건만

친구는 2배수인 4 개를 사왔다.

 

 

아, 나는 또 특유의 밍기적거리는 표정을 지을 수 밖에 없었다.

이 경우 어찌해야 할지 정말 모르겠다.

착하고 정숙한 그의 아내의 절친일 뿐인 내가

그 제의를 다 받아들이자니 이상하고,

또 아니 받아들이는 것도 그렇고........

친구와 나는 아침 내내 여행얘기만 했을만큼 기쁨에 들떠있긴 했지만 말이다.

 

"너의 결정을 기다릴께, 그럼"

우리 세사람의 주말여행 여부가 내 마음먹기에 달렸다.

고민이다.

 

  • 이쁜준서2018.07.28 16:56 신고

    식탁의 화병이 아름답습니다.
    20여년의 지기라면 정말로 죽마고우라 할 만하십니다.
    친구남편분께서 그렇게 해 주시겠다 하시면, 세사람의 주말여행도
    좋을 듯 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07.29 01:58

      조용히 한번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제가 왜 친구남편의 제의에 안절부절 못하고 있는지 말입니다.
      불편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때문인 것 같습니다.
      그가 스스로 포기를 하면 좋겠지만 그렇게 하지 않을 경우 솔직하게 의견을 말할 생각힙니다.

      들려주신 조언에 깊이 감사드립니다.

  • kyk2018.07.29 01:53 신고

    숲지기님, 지인분과 원치않은 이별을 하시고 마음이
    아프실 텐데 또 이렇게 좋은 친구분이 곁에 계셔서
    다행입니다.
    친구분 내외와 좋은 시간 보내고 오세요.
    어쩌면 먼저 가신 분이 숲지기님을 위해 마련한 것
    일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드네요.

    답글
    • 숲지기2018.07.29 02:10

      시차 적응은 잘 하셨습니까 kyk님?
      고국을 그리워할 여유도 없이 이사준비에 여념이 없으시겠습니다.
      저는 인도에서는 사리(여자들의 옷)를 사서 더러 입고 다녔는데,
      인도를 떠난 후엔 한번도 입을 기회가 없더군요. 물론 지금도 가지고는 있습니다.

      요 며칠간 요절을 한 지인 생각을 자주 했습니다.
      지금보다 더 잘 살아야 겠다고,
      덜 중요한 것은 과감히 걸러서 살아야 겠다고도 마음 먹습니다.

      옛날엔 교제 범위가 넓었었는데, 살면서 변하더군요.
      지금은 좁으나 깊게 사귀게 됩니다.

    • 숲지기2018.07.29 02:20

      그리고 조언 고맙습니다.
      해외생활을 오래 혼자하여서인지.
      나이탓인지,
      즉흥적인 결정은 이제 잘 못하게 됩니다.
      친구네도 저만큼 보수적이어서 솔직이 말하면 이해할 것 같습니다.
      여자끼리 가길 원한다고 말 하려고요.
      ㅎㅎ
      참 별 이야기 다 합니다,
      들어 주셔서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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