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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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식/자급자족·요리

그리움이 국수처럼 길어진 날

숲 지기 2018. 9. 4. 03:32

그리움이 국수처럼 길어진 날

 

 

 

 

 

 

국수는 국순데, 제목을 뭘로 해야 하나?

 

 

 

 

 

 

애초에 비트물을 들여서 

알싸한 겨자잎과 살짝 볶은 호박이 거들고

미끈한 올리브유에 발사미코로 콧대도 높이고

바질소금으로는 싱거움을 면하게 한

국수.

 

 

 

 

만드는 법- 달궈진 팬에 마늘을 볶다가 해바라기 기름,비트와 호박도 함께 넣어 적당히 익으면 살짝 삶은 국수를 넣어 아주 잠깐 더 볶아냈다.  

 

 

 

 

 

 

 

 

걸죽하나 담백하게 국물을 내며 끓이니 옛날에 먹던 엄마 손국수의 맛.  볶은 호박과 비트, 부추와 겨자나물은 생으로 잘게 썰어 넣었다.

 

 

 

 

 

 

 

볶은 호박을 깔고 발사미코 식초와 올리브유, 참깨와 통후추로 마무리.

 

 

 

 

 

 

 

 

여기서부터 재료와 만드는 과정.

 

 

 

 

 

 

그때그때 손에 잡히는 재료들이지만

비트가 있어서 건강과 색상에 엑센트가 되었다.

비트는 우리 신체의 적혈구 형성에 도움을 준다. 즉 조혈세포를 돕는 것.

딱 보아도 핏빛 색상이다.

 

 

 

 

 

밀가루는 250ml들이 와인잔으로  조절했다.

눈금이 있는 잔은 이처럼 부피를 재기에 용이하다.

 

 

 

 

 

비트는 매우 작고 보잘 것 없다 물론 내 밭에 기른 것이고.

생긴 건 이 모양이지만 저 안에 깜짝 놀랄 피빛 열정이 있다.

 

 

 

 

 

 

비트를 잘라서 바질소금을 끼얹었다.

여기서 검붉은 소금물이 생기는데 밀가루 반죽을 이것으로 한다.

 

 

 

 

 

위의 과정에서 우려난 비트소금물에 약간의 물을 더 해서 밀가루를 섞었다.

 

 

 

 

 

밀가루의 글루텐은 손으로 굴리고 치댈수록 질겨지는 성질이 있다.

수십번 치댄 후, 30분 정도 휴식하도록 한다.

밀가루도 쉬고싶을 테니까.

 

 

 

 

 

그 다음 밀어요. 멀쑥하고 길다란 밀대보다 주걱대가 더 착실하게 민다.

 

 

 

 

 

가루를 묻혀가며 얌전히 접어서 썰기. 굳이 설명이 필요한지 모르겠지만 암튼.

 

 

 

 

 

한 광주리다. 양이 엄청 많다.

 

 

 

 

 

그리움이 국수처럼 길어진 날

배 많이 부른 날.

  • 사슴시녀2018.09.04 01:21 신고

    정다운 소쿠리에 (요건 한국인만 느낄수 있는 ! ^^)얹어진 곱고 고은 비트 칼국수
    혼자 드시는것 같은데 요리조리 챙겨 드시는것이
    너무 멋지세요!
    비트는 독일식이 젤로 맛있어요. 수퍼에 프라스틱 봉지에 4, 5개 들은 비트 독일 갈때면 항상 한봉지 사서 뱅기 안에서 디저트삼아서 식사 한끼 삼아서..
    그렇게 자주 먹었었는데
    미국엔 그렇게 맛있는 비트 가공 요리가 없고
    아주 드물게 샐러드에 가니쉬로 조금 올리거든요.
    맛도 없구요.

    답글
    • 숲지기2018.09.04 20:34

      간만에 손국수를 했습니다. 딱 250ml밀가루였는데 양이 많아서 포식을 했습니다.
      잘 보아주셔서 고맙습니다.
      기회가 되면 저 국수 해드리겠습니다 ㅎㅎ

      비트 저도 잘 먹습니다.
      처음엔 색상이 거슬렸는데, 몸에 좋다는 걸 알고부터
      저 뻘건 핏물 같은 색상도 예뻐보입니다.

      비트면 다 같은 건 줄 알았는데, 미국에서 나는 건 다른가 봅니다.
      사실 비트는 아무 맛이 없고 양념맛이지 싶기도 합니다.

  • 이쁜준서2018.09.04 17:56 신고

    댓글을 분명하게 달았는데 날아 가버렸습니다.
    제 방에서 제가 답글을 달고 분명하게 등록이 된 것을 보았는데,
    금새 날아 갔던 적도 있습니다.

    저 채반이 독일에도 팔까?
    한국에서 공수 된 것일까?
    비트에 소금간을 살짝하고 그 물로 반죽을 해서 비트 국수를 만드시는
    것은 재미 납니다.

    답글
    • 숲지기2018.09.04 20:40

      맞습니다, 가끔은 저의 댓글도 증발해 버립니다.
      그래서 다시 쓰셨군요, 황송합니다요 ㅎㅎ

      저 채반은 한국에서 약 20년 전에 사왔습니다.
      아현동 근처였던가, 재래시장에 갔다가
      서로 다른 크기로 딱 두개 남은 걸 사왔습니다.
      그 당시 매우매우 저렴했는데, 이곳 한국 분들은 참 갖고싶어 하십니다.
      그러실수록 저는 더 자랑스레 쓰고 있고요.
      이름이 채반입니까?
      아이쿠, 지금껏 소쿠리라고 불렀으니 ㅎㅎㅎ

    • 이쁜준서2018.09.05 00:03 신고

      저런 종류는 다 소쿠리이기도 합니다.
      그런데 납작한 것은 채반이라 합니다.
      가마솥에 예전에는 사리로 엮은 채반을 넣고 찌는 것을 했었고,
      명절이나, 기제사 때 큰 것은 대로 만든 채반이던 사리 채반에,
      한지를 두어겹 펴고 전 구은 것을 놓았는데,
      저도 오래 전부터 프라스틱 채반을 전 놓는 것으로 합니다.

    • 숲지기2018.09.05 16:42

      소쿠리도 반은 맞군요, 안심합니다 ㅎㅎ
      기억납니다, 저의 고향집도 제사가 많아서 사흘이 멀다하고
      솥뚜껑 뒤집어서 전을 부쳤습니다.
      저의 백모님께서는 또 그 빈도만큼 술을 빚으셨지요.
      애슥하게도 그 솜씨를 본받을 수 없었습니다 저는.

      채반이 풀라스틱도 있군요.
      다음 귀국땐 잊지 않고 장만해와야 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  
  • kyk2018.09.08 03:50 신고

    아니 이건 도저히 가정집 요리 비주얼이라고는 믿기지가 않을 정도로 훌륭합니다.
    정말 맛있겠어요.
    아내도 요리 비주얼에 무척이나 신경을 쓰는 편인데요. 이따가 일어나면 보여줘야 되겠습니다. 아마 질투를 하면서 하나하나 유심히 째려볼 것 같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9.08 14:51

      kyk님 결혼 잘 하신 것은 더 말할 필요가 없고요 ㅎㅎ

      더 그럴싸하게 찍혔으면 했지만, 저의 짧은 솜씨는 이게 다입니다.
      적은 양이지만 국수를 반죽하고 밀고 썰고 하면서
      우리 옛분들을 따라가 보았던 게 의미있었습니다.
      여자 행복해지는 거 참 쉽습니다요 ㅎ

  • 파란편지2018.09.17 03:37 신고

    "그리움이 국수처럼 길어진 날"
    아름다운 날.......
    국수를 맘놓고 먹던 시절이 그립습니다.
    병원 신세를 지고 난 다음 밀가루 음식을 피하라는 아내의 말은
    고마우면서도 거역하고 싶은 매력을 지닌 것이었는데
    지금은 제가 그의 원수처럼 되었습니다.
    그런 음식을 찾는 저를 못마땅해 하는 정도를 지나 원수가 된 것입니다.ㅎ~

    답글
    • 숲지기2018.09.17 12:27

      원수처럼 ~
      이 구절에 웃어도 되는지 잠시 망설였습니다요 ㅎㅎ

      저도 위장이 저질이라서 국수와는 잘 사귈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직접 만들다 보니 취약한 재료를 삼가하고요
      또 국물도 거의 안 먹다 보니
      지금은 먹을만 합니다.

      그런데 교장선생님의 원수가 국수인지 아니면 그 누구신지 문맥으로는 구분이 안 갑니다요 ㅎㅎ
      강한 부정은 의도적으로 강조된 긍정, 맞으시지요?

    • 파란편지2018.09.17 15:15 신고

      원수 같은 인간을 지나면 원수가 다가오겠지요?
      ㅎㅎㅎ~
      어쩔 수 없는...,,,
      그 아래는 없으니까 이젠 안심해도 된 거고요 ^^

    • 숲지기2018.09.17 18:06

      교장선생님 오늘 말씀은
      스님들의 화두처럼 어렵고 오묘합니다.

      '원수'라 하시면 저는 어릴 때,
      '이승복군'을 그렇게 만든 이를 치를 떨며 미워했습니다.

      원수도 시대와 상황따라 변합니다 유행처럼요 ㅎㅎ

  • PK2018.10.03 09:00 신고

    요리 솜씨 정말 좋네요. PK는 저렇게 할려면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아요^^

    답글
    • 숲지기2018.10.03 13:29

      맞습니다. 시간은 꽤 걸렸습니다.
      제가 잘 못하니 다른 분들에 비해 두서너배는 더 애를 썼지요.
      못하는 저도 했는데,
      PK 님께서는 훨씬 잘 하실 거예요.
      한번 시작해 보셔요, 맛은 훨등히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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