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늦깬 주말아침을 쌈 싸먹다 본문

자연식/자급자족·요리

늦깬 주말아침을 쌈 싸먹다

숲 지기 2018. 6. 30. 18:44

 

 

 

 

묵집에서

/ 장석남

 

 

 

 

묵을 드시면서 무슨 생각들을 하시는지

묵집의 표정들은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나는 묵을 먹으면서 사랑을 생각한다오

서늘함에서

더없는 살의 매끄러움에서

떫고 씁쓸한 뒷맛에서

그리고

 

 

아슬아슬한 그 수저질에서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상 위에 미끄러져 깨져버린 묵에서도 그만

지난 어느 사랑의 눈빛을 본다오

묵집의 표정은 그리하여 모두 호젓하기만 하구려

 

 

..........................................

 

늦깬 주말 아침,

느릿느릿 시작을 한다.

블랙커피를 몇 잔 째 뽑으며 들고 다닌다,

거실로 욕조로 통로 서랍장 위로.....

그것도 모자라서 발코니 제라늄 아래의 신문더미에까지

이를테면 늦잠 잔 주말 아침은 커피잔 수난시대인 셈.

 

커피잔이 고행을 했던 만큼

배가 심히 고파왔다.

수영을 가려고 했으니 뭘 먹어둬야 하는데....

만만한 깻잎 상추쌈이다.

평소 같으면 아침 식사로 절대 선택하지 않지만

오늘은 아점심으로 거뜬히.

 

 

 

 

 

내 밭의 푸성귀들 깻잎과 상추, 봄파,

쌈장도 직접 만든 된장에 이것저것 입맛대로 양념 넣었고,

아 그리고 보리밥(Dinkel)이다.

쌀, 아주 조금에 보리 한컵에 물 넉넉히 넣고 지은 밥이다.

의외로 씹히는 식감이 그만이다,

영양은 말 할 것도 없고.

 

보자, 그리고 뭐가 더 들었나?

익힌 닭고기 몇 점이 있었군. 이건 순전히 단백질 균형을 위해 넣었다.

 

얼추 구석기 식단이 되었다.

 

 

 

 

 

 

눈에 보이는 식탁은 위와 같고,

마음의 반찬은

장석남님의 "묵집에서"

 

 

  • eunbee2018.06.30 16:44 신고

    주말 아침 싱그런 메뉴로 쌈빡하니 쌈 드셨네요.
    딱 제 취향, 제가 쌈채소를 아주 좋아해요.ㅎ

    라면끓이기보다 간편하시다는 파스타, 매우 푸짐하네요.
    또 따라쟁이 해야겠어요. 은비도 좋아할 것 같아요.

    거기도 덥나요? 여긴 내일은 35도 예고예요.ㅠ
    숲은 덜 더울테지만 그래도 여름건강 조심하세요.^^

    답글
    • 숲지기2018.07.01 00:49

      쌈이 쌈박하시다니,
      역시 은비님이십니다.

      네, 여기도 더워서 저는 아주 살 맛이 납니다.
      수영을 할 수 있으니까요, 그것도 저 푸른 초원 위의 야외수영장에서요.

      파스타, 너무 간단하지만 그럴싸한 한접시입니다.
      꼭 추천드리고 싶습니다.
      은비님도 더위에 건강하십시오.


  • 이쁜준서2018.07.01 09:21 신고

    역시나 정갈한 밥상입니다.
    저가 숲지기님 부지런하신 것에는 따라 가지 못할 정도이십니다.
    그곳에서 콩 심어 된장 담아 드신다니 놀랍습니다.
    보리밥까지 하시구요.

    저는 요즘 육수를 내어서 된장 풀고, 조선호박의 애호박이 나오기에
    얇게 작게 썰어 넣고, 청양고추 넣고, 파르르 호박 익을정도로 끓여서
    그 된장맛에 자주 끓입니다.
    예전 된장 뚝배기에 풀어 가마솥에 밥을 할 때 넣으면 밥이 끓으면서
    밥물도 들어가고 그 된장이 그리 맛이 있었지요.
    된장뚝배기는 오래 끓이는 것보다 화르르 끓은 것이 맛이 있던데요.

    답글
    • 숲지기2018.07.01 13:06

      무쇠솥의 밥물이 들어간 된장뚝배기,
      밥알이 얼기설기 붙어서 더 정겨웠던 그 뚝배기군요.
      잊고 있던 그림을 떠올리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대식구가 함께 했던 제 어릴 때의 식사풍경은
      적어도 4개의 상이 차려졌지요.
      할머님과 아버님,
      백모님과 삼촌/오빠들, 나이 드신 고모님들
      저와 어머님과 젊은 고모님들, 언니들
      00댁 이모님과 올케들
      숨한번 써 보는 데도 숨을 못 쉬겠습니다요 하하

      파르르 익힌다고 하심은 한번 파르르 끓인다시는 것인지요?
      이쁜준서님 손맛에 입맛이 다셔집니다.
      많이 배우고 싶습니다.

    • 이쁜준서2018.07.01 13:33 신고

      숲지기님!
      한국에서 우리 할머님 세대는 한 정지간에서 6촌까지 난다 했습니다.
      형제가 자식들 낳으면, 그 자식들간은 사촌, 사촌이 자식을 낳으면,
      그 아이들간은 6촌이니 할머니 입장에서는 사촌아이들은 직계 손자이고,
      직계 손자들이 낳은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6촌이 됩니다.
      살림을 내지 않고, 대식구가 함께 살아가던 때가 우리 할머님들 세대에는
      분명 있었습니다.

      숲지기님 댁이 그런 대 가족이셨던 모양입니다.
      맞습니다.
      사랑채에 할아버님께서 기거하셨다면 그 사랑채에 상이 또 따로 들어 갔겠지요.
      숲지기님의 어머님과 자식들과 젊은 고모님들, 언니들이 한 상에 밥을
      먹었지요.
      어떤 댁에는 막내 며느리는 이방 저방 식사후 물심부름도 하고
      식사 후 상을 들고 나와야 해서 방에서 앉아서 먹지도 못하고,
      정지간에서 오가면서 밥을 떠 먹기도 했습니다.
      그러니 어디 상도 없었고, 그리 여자들이 살았습니다.

      맞습니다. 된장은 오래 끓이면 맛이 감해 지더라구요.
      가마솥에 밥을 하면서 된장 뚝배기 넣었던 것을 생각해보면,
      비슷한 맛이 되지 싶습니다.

      저는 지금도 그 때의 가마솥에서 찌듯히 한 짭짜롬한 그 된장을 먹어 보고
      싶습니다.
      저는 음식을 그리 잘 하지는 못합니다.
      노인은 아니지만, 노년의 부부 둘만 살고 있어서 쉬운 것만 해 먹습니다. 하하

    • 숲지기2018.07.02 12:54

      맞습니다 대가족의,
      문지방을 이리 저리 넘으며 물심부름 하고요.
      저희는 손님들 발길이 거의 끊이지 않았고,
      백모님은 동동주를 자주 담으셨습니다.
      집안에 제삿날도 아주 많았습니다.

      이쁜준서님 댓글을 읽자니 자꾸 구수한 뚝배기 된장냄새가
      기억을 비집고 나옵니다.
      너무도 소중한 추억의 장면들입니다.
      아주 오랫동안 한번도 떠올리지 않았던 그런 풍경들이지요.

      겨울날 김이 모락모락 나는 식탁에
      쪼그만 제가 끼어 앉아서 ......ㅎㅎ

      고맙습니다.

  •  
      •  
  • 굉인일기2018.07.04 09:59 신고

    묵이, 그렇네요.

    답글
    • 숲지기2018.07.15 10:48

      저는 가끔 젓가락으로 묵을 집어 먹는 상상을 합니다.
      저 시를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님의 별명이 ㅎㅎㅎ

  • 파란편지2018.07.15 02:56 신고

    사랑은 늘 이보다 더 조심스럽지만
    사랑은 늘 이보다 위태롭지만

    숲지기님께서 보여주시는 시는 매번 마음을 움직입니다.
    그런 사랑에 늘 마음편한대로 상대했으니까
    제 사랑은 상처를 입을 수밖에 없었구나 생각합니다.

    답글
    • 숲지기2018.07.15 10:50

      아, 교장선생님,
      지금부터는 묵음식을 앞에 두고 수저질을 하시듯
      사랑을 하십시오.
      감히 제가 조언을 드리다니요 ㅎㅎ

    • 파란편지2018.07.15 15:34 신고

      칠십 중반쯤에서 하루에도 열두 번 마음을 바로잡으려 애를 씁니다.
      그만큼 철이 들지 않았습니다.
      열정이나 애욕 같은 건 있었지 싶지만 정작 사랑이 뭔지 그것도 모른 채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생각하면 기가 막히고 쓸쓸하기도 합니다.
      "이것도 사랑이라면"이라고 답할 수 있다면 숲지기님 충고를 잘 따르도록 할 것입니다.

    • 숲지기2018.07.15 16:21

      반드시 다시 올, 아마 벌써 와 있을 사랑은
      꼭, 꽉 잡으십시오.
      교장선생님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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