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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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텃밭이야기

텃밭인지 코스모스의 식민지인지

숲 지기 2018. 9. 6. 07:46

유난히 올해 나는 텃밭에서 무능하다.

여름이 되면서부터 여기저기 설치던 코스모스가

이제는 대놓고 섭정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꽃들이 저토록 뻔질나게 길 섶에 나와 놀아도

교통정리를 할 엄두도 못낸다.

눈치껏 조심조심 비켜다니는 저 길도 여차하면 막아버린다 할까봐.

 

 

 

 

 

 

 

 

 

 

기세 등등하던 고추밭 상추밭은 기가 팍 죽었고,

토마토밭은 지들끼리 바빠서 참견도 안 한다.

 

 

 

 

 

"연분홍 치마의 꽃바람이 휘날~ 리더~ 라~ " (더 이상은 모름 ㅎㅎ)~  , 

이런 가사의 뽕짝이 연상되는 코스모스꽃들

 

 

 

 

 

 

꽃들의 춘추전국시대.

누구든 좋아, 맘대로 펴봐! 마치 누가 그러기라도 한 것처럼 ㅎㅎ

 

 

 

 

 

작은 별들처럼 꼬꼬마 흰꽃을 무리지어 핀 것은 부추,

코스모스 등살에 숨어숨어 피었다.

 

 

 

 

 

 

얼마간은 저들의 세상에서 꼼짝도 못하고 지낼 듯 하다.

여기는 코스모스가 장악해버린 식민지.

 

 

 

  • 이쁜준서2018.09.06 07:47 신고

    코스모스가 식민지화 했다지만,
    그래도 길도 내어 주고, 다른 작물 싱싱할 때는 눈치 보아 가면서
    피기도 했고, 이제 고추밭, 상추밭이 스스로 풀죽어 갈무렵이라
    저리 잔치를 벌렸습니다.

    텃밭에 올라 온 코스모스를 그대로 키우신 것이라. 자연스럽게 보입니다.
    자연스런 것이 제일 아름다운 것이니, 코스모스 밭 경치 대회에 나가도
    상 먹겠는데요.

    답글
    • 숲지기2018.09.07 12:44

      올핸 스스로 싹을 낸 코스모스만 자라도록 했습니다,
      그러니까 제가 일부러 씨를 뿌린 적은 없었습니다.
      한 생이 태어나려면 얼마나 망설이고 용기를 냈을까 싶어,
      코스모스만큼은 거의 그냥 두고 자라게 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저런 모양입니다
      이쁜준서님 꽃을 너무 아끼는 분이시니 ㅎㅎㅎ

  • eunbee2018.09.06 10:49 신고

    아, 얼마나 어여쁜 점령군인가!! ㅎ

    가을 노래에 단골로 등판하는 꽃,
    숲마을은 저 꽃 때문에 가을!! ^^

    답글
    • 숲지기2018.09.07 12:46

      가을 노래에 단골 등판하는 꽃 ㅎㅎ
      맞습니다
      숲마을 밭엔 완연한 코스모스의 가을입니다요.

  • William2018.09.06 13:42 신고

    여러가지 색깔로 단장한 코스모스가 자연스럽게
    정원을 덮어서 너무나 멋있게 보입니다.
    감사히 잘 보고갑니다.
    늘 멋있는 삶이되시길..

    답글
    • 숲지기2018.09.07 12:47

      윌리엄님 오랫만입니다.
      미국에도 지금쯤은 코스모스가 더러 피었을 것 같습니다.
      님께도
      멋진 삶을 사시길 빌어드립니다.

  • 노루2018.09.07 02:57 신고

    참 예쁘네요.
    저 코스모스 꽃밭 뒤로 보이는 저 꽃나무의 꽃은
    무슨 꽃이지요? 앳딘 코스모스 처녀들도 이쁘지만
    그 뒤로 보이는 자줏빛 여인이 궁금해서요. ㅎ

    답글
    • 숲지기2018.09.07 13:15

      노루님 보신 자줏빛 여인은
      사과아가씨들입니다.
      왼쪽 작고 아담한 것과 좀 먼 거리인 오른쪽의 널찍하고 연식이 좀 된 나무가 있습니다.
      달린 사과들은 아주 작습니다,
      작고 정말 촘촘하게 달렸습니다.

      노루님 질문해 주심은 사과아가씨들과 저의 영광입니다.

  • 안경자2018.09.07 07:28 신고

    여름이 끝나면 우기에 접어든다고요?
    이렇게나 아름다운 색의 향연이 마무리 될까 조마해지네요...
    보여 줄 때 즐겨야겠어요^^

    답글
    • 숲지기2018.09.07 13:17

      가을은 특히 독일의 가을은 우울합니다.
      흐리고 비오는 날의 연속이지요.
      안경자님의 조언따라
      색이 아름다운 지금 많이 즐겨야 겠습니다.

  • kyk2018.09.08 03:59 신고

    좀처럼 꽃구경하기 힘든 인도인지라 저런 식민지라면 얼마든지 갇혀 지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오색찬란한 색의 향연을 뽐내며 마치 코스모스가 반란이라도 일으키는 것 같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9.08 14:59

      쟤들 코스모스의 성질은 제가 얕잡아 보았습니다.
      일단 싹을 틔우면 널따랗게 가지들을 뻗는데 중구난방, 구절양장입니다.
      저게 다니기에 아무 불편이 없었던 농로인데
      저를 사면초가로 만들기 일쑤이구요 ㅎㅎ

      하하 오늘 아는 사자성어 다 써먹었습니다.

  • 오마이갓2018.09.09 04:26 신고

    가을 코스모스 무리지어 넘 예뻐요

    여긴 가을이 시작되어도 코스모스 구경하기가 어렵네요

    가을향 물씬 풍깁니다.

    답글
    • 숲지기2018.09.09 22:59

      우리 한국인에게 만큼은 코스모스가 참 특별한 꽃이지 싶습니다.
      저도 저 꽃만 보면
      가을길을 교복을 입고 걸어가던 그 느낌이 떠오릅니다.
      오마이갓님 하하
      별명을 쓰느라 원래 쓰고자 했던 걸 잊었습니다.
      하하 오마갓님 ㅎㅎ

  • 봄이2018.09.10 17:01 신고

    너무 예뻐서 들어왔어요.....(ㅎ)
    우리나라가 아니군요,
    잘 보고 갑니다.....(^^)*

    답글
    • 숲지기2018.09.12 12:15

      우리나라였다면 지금보다 훨씬 행복하겠지요.
      봄이님, 본명이세요(?)
      참 아름다운 이름을 가지셨어요.

  • 사슴시녀2018.09.12 06:04 신고

    코스모스는 이렇게 많이 펴야 이쁘긴 한데..
    저희집도 이런적이 있었어요!
    코스모스 씨가 엄청 떨어져 텃밭을 완전히 집어 삼켜버릴듯 했던.. 무리지어 피니 이렇게 이쁜데 키도 크고 덩치가 어찌나 크던지@@
    아름답긴한데.. 어쩐데요 마구 마구 떨어지는 씨앗들!

    답글
    • 숲지기2018.09.12 12:19

      내년에도 아마 여기저기 정신없이 싹이 날 것 같아요.
      저는 다시 뽑아낼 마음이 없을 거구요 ㅠㅠ
      저렇게 예쁜 꽃이 핀다는 걸 알면서 뽑아버릴 수 없지요.

      맞습니다 옆으로 위로 가지 뻗으면 덩치가 무쟈게 커집니다.
      저 코스모스들 때문에 씨 뿌릴 땅이 없습니다.

  • 경린2018.09.13 00:36 신고

    코스모스 한들한들
    이곳의 코스모스나 그곳의 코스모스나
    모양도 색도 한들거림도 다를바가 없네요
    가을을 배달하는 역할까지도...^^
    재미지고 은유깊은 글솜씨에 한참을 머물다갑니다
    저는 오늘 횡재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9.13 21:00

      코스모스는 우리의 가을정서를 담당합니다.
      어릴 때 고향에서 보던 꽃들인지라
      저렇게 무법천지로 자람에도 해마다 농지를 내어 줍니다.
      경린님 반갑습니다.

  • 파란편지2018.09.19 04:07 신고

    세상에!
    잠시만이라도 그 뜰에 다녀오고 싶었습니다.
    살면서 한두 번 그런 길에 서 있었을까요?
    사람들 중에도 그런 뜰 같은 사람이 있을 것은 분명하겠지요?
    한번 만나면 도저히 빠져나올 수 없는 이, 죽어야 헤어질 수 있는 이,
    다른 꽃들도 다 좋고, 코스모스에 점령 당해도 좋을 것 같은 뜰입니다.

    문득 어느 소설가(국어교사)를 사랑하면서도 그 유부남을 피해 멀리 남미로 떠난 보건교사 얘기가 떠오릅니다. 그 소설가가 가을이 오면 함께 걷던 코스모스길을 떠올리라고 코스모스 씨앗을 보내주었는데 그곳은 사시사철 여름이어서 소설가가 보내준 코스모스가 사시사철 피어 그 보건교사를 괴롭혔다는 얘기입니다.

    답글
    • 숲지기2018.09.19 12:48

      저토록 무지막지하게 가지르 뻗던 코스모스도
      이제 시드는 시기에 들었습니다.
      날마다 한 웅큼씩 빠진 머릿털을 움켜쥐는 암환자처럼
      시든 코스모스 가지를 요즘 솎아내고 있습니다.

      한번 만나면 죽어야 헤어지는 게 다른 누군가이기 전에
      제 몸입니다.
      뗄래야 뗄 수가 없지요.

      교장선생님 말씀 들으니,
      코스모스 씨앗을 받아 달라시는 지인께 다른 것으로 드려야 겠습니다.
      시도때도 없이 중구난방으로 피는 저 꽃은
      제 마당을 무법으로 만드는 것으로 족하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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