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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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부일기/텃밭이야기

추수라는 것

숲 지기 2018. 9. 4. 06:31

추수를 하고 있다.

농장의 풀과 나무들이 저마다 조상에게로 받은 모습으로 열매를 맺었다.

어떤 것들은 정성껏 돌보았고 어떤 것들은 마치 남의 집 자식처럼 쳐다도 안 봤는데,

보란 듯이 아름드리 결실을 선물한다.

 

 

 

윗줄 오른쪽이 성직자의 모자고추 혹은 종모양고추, '2017년 그해의 고추'의 영예를 차지했던 종류.

맨 아래 오른 쪽은 검은 토마토.

 

 

가만 보니, 내 의도보다는 자기들 배짱대로 자란 것들이 대부분이네.

애호박은 안 자라고 안 열리기로 동맹이라도 맺은 듯 알뜰하게 제자리 멈춤을 하였고,

'성직자의 모자'라는 이름의 고추(혹은 종모양고추)는 가지가 부러질지 모르니 게으름도 좀 부리며 자라라 했건만 듣는 둥 마는 둥 하루가 다르게 저 종모양의 고추를 새로 달고 나왔었다.

 

 

 

 

 

오른쪽 보라감자 사이에 하바네로는 너무 매워서 고추 하나로 김치 몇 포기를 담을 정도.

 

 

아 그리고 거뭇거뭇 눈이 큰 감자가 있지 참.

독일에서는 저렴해도 너무 저렴한 게 감자이니, 지인들이 도통 이해가 안 된다는 게 저 감자농사다.

맛이야 뭐 혀마다 다르다 하지만 일반 가게 감자는 2달만 있어도 싹나고 썩고 얼지만

나의 감자는 족보와 자존심이 있어서 쉬이 썩지 않고 또한 절대 얼지 않는다. 

맛이야 말 할 것도 없고, 영하 20도 땅 속에서도 굳건히 버티고 이듬해 싹을 낸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내 밭에 감자를 두는 가장 큰 이유는,보라 감자꽃을 해마다 보려는 것.

 

 

 

 

 

 

수확물의 사용실례를 보여주고자,

따온 지 꽤나 오래된 것도 미안해서 썰었다

마치 수박 썰 듯.

 

 

 

 

 

그런데 이 호박,

두 쪽을 썰고서 후회를 했다.

이토록 클 줄 몰랐어 ㅠㅠ

 

  • 사슴시녀2018.09.04 04:15 신고

    고추도 종류별로 다 심으셨네요! 하바네로까지! @@
    저도 매운거 좋아하는데 하베네로는 넘 맵더라구여!
    호박으론 뭐하세요?
    예전에 제 엄마는 이렇게 늙다 만(?) 호박으론 배추와 함께 김치를 담으셨어요
    일명 호박 김치라고 황해도 지방 음식 같아요.
    좀 이상할듯 한데 익으면 호박김치 찌게를 해먹었는데 시원하고 맛있어요!

    답글
    • 숲지기2018.09.04 13:09

      아, 말로만 듣던 호박김치군요.
      저는 경험이 없습니다.
      사실 너무 커서 어떻게 해야할지를 결정할 때까지 냉장고에 모시기만 했고요.
      몇 번 말려보기도 했는데, 몇 년씩 지나도 안 먹게 되니 그 또한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누굴 줬어야 하는데, 이렇게 뚝딱 자르기 전에 말입니다.

      하바네요, 언제 손으로 만졌다가 반나절 손가락이 화끈거려서 혼났지요.
      또 일전에 고추먹고 위염까지 걸리고 보니,
      아하 매운 건 손사레를 칩니다 이제.

    • 사슴시녀2018.09.04 18:15 신고

      아.. 위염 많이 아픈데 힘드시죠?ㅠㅠ
      파파야 쥬스랑 감자를 갈아서 즙으로 드시면 좀 나아요. 양배추도 좋은데 이건 좀 매콤한맛이(어쩜 다아실지도)
      저도 위염을 달고 살만큼 위가 약해요.
      심하게 아플땐 찹쌀죽을 먹음 편한데..찹쌀을 구하실수가 있으실지..?

    • 숲지기2018.09.04 21:03

      우리 계모임할까요? ㅎㅎ
      어쨌거나 반갑습니다, 동질성을 느끼게 해주셔서요.
      주신 양배추와 파파야 레쳅트 고맙습니다. 꼭 해볼께요.

      지금은 며칠 되어서 굳은 빵으로 다스려가고 있습니다.
      독일의 전통 민간요법인데, 의외로 잘 낫습니다.
      아무 것도 넣지 않은 그냥 마른 빵을 뜯어서 꼭꼭 씹어먹으면 위벽이 아물고 제 기능을 회복하게 됩니다. 아마 사슴시녀님의 시어머님도 아실 겁니다.
      찹쌀죽, 오 벌써 늦었고 내일 꼭 끓여먹고 싶습니다.
      배는 아픈데 팥죽도 먹고싶고요 ㅠㅠ

    • 사슴시녀2018.09.04 22:05 신고

      제가 한 방법중 위염에 좋았던방법은
      민들레를 말려서 차로 오래 드시면 좋고 생강차도 좋습니다.(장기 복용)
      금방 효과가 있는건 감자즙과 알로에 주스 모두 생식 입니다
      외갓집 작은 외할아버지가 한의라서 줒어 들었는데 효염이 있어요.
      위염이 잦은건 태생에 몸이 찬 사람이라서 그렇다네요..
      생강의 진져톨은 양약에서도 염증 다스리는데 좋은 성분으로 알아요.
      위염이 아픈걸 자주겪어서...

      참 이상한게.. 위염으로 아파도 않좋은 음식이 자꾸 먹고 싶더라구요! ㅠㅠ
      팥죽은 섬유질이 상당히 많아서 소화가 느려서 위산분비를 많게 하는 음식인줄 알아요.
      조금 참으셨다가 위염이 가라앉은후에
      드시면..

      민들레 하면 독일.. 민들레가 엄청많고 커서 항상 부러웠어요.
      민들레 김치도 상당히 맛있어요!!

    • 숲지기2018.09.04 22:54

      지금은 다 나았습니다.
      정말 별 게 아니었는데
      어떡하다 이런 얘기까지 해서 공연히 걱정을 끼쳐 드립니다 ㅠㅠ

      모든 음식은 유익한 동시에 유해합니다.
      다시 얘기드리면 알맞게 섭취하면 유익하고
      그게 아니면 독이 됩니다.
      맞습니다 저도 생식을 많이 하고,
      나름 운동하며 잘 관리하는 편입니다.

      그렇지요, 독일 민들레는 유별납니다.
      제 집 마당의 길 위에 까지 터를 잡고부터는 전쟁을 전쟁치룹니다.
      몇 년간은 뒷산에서 그 잎을 따서 김치도 만들고 했는데,
      그것도 누가 같이 먹어줄 사람이 있을 때나 재미있지요.
      올핸 한번도 안 꺾었습니다.

  • 사슴시녀2018.09.04 04:22 신고

    숲지기님 제가 한국야채..토종 상추 옥수수, 아욱.호박, 오이..근대.. 참외
    그리고 취나물, 참당귀, 곤드레.울릉도 명이..등 씨좀 보낼까요?
    저한테도 씨가 좀있고 산채씨앗은 강원도에서 산채농장을 하는 후배한테 해마다
    얻어오거든요.
    예쁘게 정성껏 잘키우셔서 제가 보내드리고 싶어서요!
    원하시면 보낼방법을 찾아볼께요. ^^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8.09.04 13:14

      오,,,, 곤드레 명이..... 오,,,,, 정말 호감이 갑니다.
      한국에서도 구하기 어려운 씨앗들일텐데요.
      말씀만 들어도 너무너무 감사합니다.

      나중에 우리 그거 어떻습니까,
      집 바꿔서 생활해 보기 말예요.
      물론 제 집을 훨씬 근사하게 수리를 해야겠지만 말입니다.
      미국과 독일에서 체재하는 비용도 줄이고요. [비밀댓글]

    • 사슴시녀2018.09.04 18:09 신고

      집은 짖고나면 바꾸셔도 좋고..저희집문은 항상 열려 있으니 오셔요 언제든지요.
      저 사람 좋아해요! ??
      이곳 많이 좋아 하실듯 해요.
      겨울엔 날씨가 별로 지만.. 봄, 여름, 가을..독일하곤 다른분위기로 멋진곳이 많아요 [비밀댓글]

    • 숲지기2018.09.04 20:55

      오 감사합니다.
      이상하게도 미국은 아직 한번도 안 가봤는데,
      드디어 가고싶은 곳이 생겼습니다.
      그렇죠, 많이 다르리라 생각됩니다.
      저는 완전 촌사람이어서 너무 멋진 곳이면 주눅이 들 겁니다.

      물론 제 집에도 오셔요. 흑림 너무 잘 아시는 곳이니 굳이 말씀 드리지 않겠습니다.
      [비밀댓글]

    • 사슴시녀2018.09.04 21:53 신고

      저는 서울 그것도 종로가 고향이지만..
      상당히 촌사람입니다 남편은 원래 소농장에서 자랐구요.
      주늑이라니요?
      흑림 만큼 멋진곳도 세상에 많진 않아요.

      [비밀댓글]

    • 숲지기2018.09.04 22:29

      하하 서울 한복판 종로를 고향으로 두신 분이 가꾸신
      소담스런 부추밭을 좀 전에 보았습니다.

      서울분들, 참 순수하시더라고요.
      저는 경상도 여자입니다. 뼛속까지 경상도죠.
      [비밀댓글]

  •  
  • 이쁜준서2018.09.04 18:02 신고

    정갈도 하십니다.
    가을 초입이라 그냥 두고 보시다가 산비탈이라 서리라도? 싶어서
    일찍 수확하시나 합니다.

    감자 이야기 재미 있고, 호기심도 입니다.
    그렇지 그렇고 말고, 어떻게 농사 지으신 것인줄 짐작도 되구요.
    수고 하셨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9.04 20:47

      여긴 여름이 끝나면 흐리고 비오고 딱 우울한 날들의 연속이지요.
      지금부턴 식물들의 성장이 거의 멈춥니다.
      작물을 늦게 내지만 또 빨리 거둡니다.

      그나마 추수라고 거두니
      마음이 풍요로와지고 또 자연에 감사하고싶고 그렇습니다.
      감자농사는 몇 개씩 친구들에게 성탄선물로 나눠줄까 생각 중입니다.
      제가 어찌 농사지었는지를 다 아는 그들에게요.

  • 사슴시녀2018.09.04 18:36 신고

    제가 10월에 한국에 가요, 산채씨앗은 그때 강원도 후배집에 들려구해 올께요.
    명이씨랑은 제게도 있는데 명이는 작년씨앗이라서(2년되도 발아는 잘되긴 해요)
    필요하신 씨앗 이름 보내주세요. ^^ [비밀댓글]

    답글
    • 숲지기2018.09.04 20:50

      부럽습니다. 다녀오신지 얼마되지 않으신 걸로 아는데 또 가시고요 ㅠㅠ
      아, 정말 부럽기만 합니다.
      명이, 결명자(눈을 보호해주는 차),둥굴레 등등입니다.
      죄송합니다 이렇게 뻔뻔하게 필요한 걸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비밀댓글]

    • 사슴시녀2018.09.04 21:37 신고

      절대 아닙니다! 인사가 아니구요.
      씨앗은 저도 많이 받기도 하고 나눠주기도 합니다.
      서로 서로 교환도 많이 하구요..
      결명자는 저도 많이 키웠었어요. ( 키운게 아니고 지들이 맘대로 컷어요. ㅎㅎ )
      노랑꽃도 잎도 예쁜데 자리를 많이 차지하고
      번식력이 대단합니다.
      둥글레는 뿌리번식인데 먼저 살던집에 많이 키웠었어요
      제가 나눠드린분들이 많으니 얻어서 보낼께요.
      (저 이사와서 필요하것 모두 나눠 주신다는분들이 여럿있어요/저도 많이
      나눠 드렸거든요)
      우편은 아마도 크리스마스쯤이 좋을것 같고. (문 익점 놀이)
      우편이 위험하면 전 직장 독일친구에게 (승무원)독일 가는 비행에 부탁해 볼께요.
      독일로 뱅기로 가져가서 독일 도착해서 우편으로 보내는 방법요. [비밀댓글]

    • 숲지기2018.09.04 21:44

      10년 전부터 한국을 다녀오는 이들에게 결명자를 부탁했는데, 다들 관심이 없거나 능력이 없었습니다.
      눈에 좋고, 특히 맛이 특이해서 꼭 마셔보고 싶은 차입니다.

      여튼 너무 고맙습니다. [비밀댓글]

  • 사슴시녀2018.09.04 18:54 신고

    늙은 호박을 잘게 넉넉히 갈아서
    밀가루 1-2큰술 넣으시고 부쳐 드셔도
    부드럽고 꽤 맛있어요.
    저도 말려 봤는데.. 말려서 딱히 뭐할수있는게 별로..

    답글
    • 숲지기2018.09.04 20:52

      부침을 해서 먹었습니다. 역시 사온 것 과는 비교가 안 될 만크 맛이 있습니다.
      친구까지 초대해서 포식을 했습니다.
      다음주에 친구들을 또 오라 했습니다,
      단지 호박이 남아돌아서요 ㅎㅎ

  •  
  • kyk2018.09.08 03:53 신고

    풍성한 추수입니다. 그러고 보니 이제 곧 한국은 추석이네요.
    저도 오랜만에 한국에서 추석을 보내게 되어 기대가 됩니다.

    후회하신 저 호박 인도로 보내 주시면 안될까요? ㅎㅎㅎㅎㅎ

    답글
    • 숲지기2018.09.08 14:53

      와우 제 일이 아닌데도 벅찹니다.
      그동안 하지 못하셨던 성묘와 벌초 다 하시겠지요.

      호박, 기꺼이 보내드립니다요,
      호박이 도착할 즈음엔 지금 님의 주소에는 아무도 안 계실 걸 알기에 말입니다 ㅎㅎ

  •  
      •  
  • 파란편지2018.09.17 03:39 신고

    진짜 추수를 하셨네요!
    로컬푸드 직매장에 가면 이런 채소가 주를 이루고 있거든요.
    우리는 그곳에 자주 가는 편이고, 그 이후로는 키가 크고 얼굴이 멀쑥한 것들을
    의심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채소가 단단하고 맛있고 의심없이 먹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것입니다. ^^

    답글
    • 숲지기2018.09.17 12:31

      추수할 때의 기쁨은 상상하신 그대로입니다.
      가까이만 계셔도 저거 다 드릴텐데요..ㅎ

      농사를 짓다 보면 압니다.
      어떤 농산물은 보통 농법으로는 절대로 겉이 매끈하게 나올 수 없다는 것을요.
      해마다 경험한 제가 이렇게 쓰면서도 슈퍼에 가면 매끈하고 흠 없는 것만 고른다니까요.
      이런 제가 밉지요.

    • 파란편지2018.09.17 15:19 신고

      정말 그래요!!!
      아내는 숲지기님께서 수확하신 그런 농산물이 보이면 당장 손이 가는데
      저는 알면서도 크고 매끈한 것을 선호하게 되더라고요 ㅎ~

    • 숲지기2018.09.17 18:10

      저는 교장선생님의 손과 사모님의 손을 다 이해하는 손을 두 개 가지고 삽니다요 ㅎ
      참 오만한 표현인 것도 같아서 다시 적습니다. 저는 반쪽 농부입니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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