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흑림발 초하루 시편지/ 뜨거운 감자알 같은 7월입니다.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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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발 초하루 시편지/ 뜨거운 감자알 같은 7월입니다.

숲 지기 2016. 7. 1. 05:38









그간 잘 지내셨지요?

석양 아래 그림자가 피노키오의 코처럼 하염없이 길쭉하게 늘어나던 6월이 가고,

이제는 낮이 조금씩 짧아지기 시작하는 7월이 되었습니다.

그래도 더위는 이제부터 시작이라지요.


여름을 좋아하는 제가 '7월을 사는 법'은 이렇습니다.

일정을 마친 오후엔 야외수영장으로 출근을 하다시피 하고요,

여름 물가에서 그을린 흔적 또한 내년 봄까지 거뜬히 갑니다. 

얼굴의 햇볕 차단이 궁금하시다구요?

저는 살갗을 그냥 지글지글 태웁니다.  

누가 보면 아프리카 태생이 아닌가 할 만큼,

좋은 것은 확실히 표를 내면서 즐기지요. 


여름 가을이 지나 춥고 볕이 그리운 겨울은 반드시 오고요,

그런 날 문득 몸에 새겨진 수영복의 흔적을 본다면 

7월 태양의 기억을 마음 껏 꺼낼 수 있을 겁니다. 


이렇게 좋은 7월이 문을 열고 이제 들어 옵니다.

들께도 열정의 나날이 되시길 기원드리며

뜨거운 감자와 같은 시 두어 편을 감자꽃 풍경과 함께 띄웁니다. 

받아 주세요.


 













사랑의 지옥

/유하

 


정신없이 호박꽃 속으로 들어간 꿀벌 한 마리
나는 짓궂게 호박꽃을 오므려 입구를 닫아버린다
꿀의 주막이 금새 환멸의 지옥으로 뒤바뀌었는가
노란 꽃잎의 진동이 그 잉잉거림이
내 손끝을 타고 올라와 가슴을 친다


그대여, 내 사랑이란 그런 것이다
나가지도 더는 들어가지도 못하는 사랑
이 지독한 마음의 잉잉거림,
난 지금 그대 황홀의 캄캄한 감옥에 갇혀 운다

 

 












꽃의 지옥

/고영

 

 

끈끈이주걱화려한 꽃잎 위에

부전나비가 앉아 있다

 

끈끈이주걱 흔들리는 만큼

부전나비 흔들린다

부전나비 날갯짓만큼

끈끈이주걱 흔들린다

 

어쩌다 너를 사랑하게 되었는지

 

꽃의 지옥이라도 좋다!

 

끈끈이주걱 아가리 속으로

몸을 밀어 넣는다

기꺼이 날개를 접는다

 

 

식충식물.


 

 












아주 사적인 나비 이야기

/이운진

 

 

거짓말 같겠지만

45억 년 전 달이 지구를 지나가지 못하고 남은 그날처럼

잃어버릴 수 없는 부끄러움을 잃어버린 그날처럼

온 힘을 다해 이해해도 온 마음을 다해 용서할 수 없던

그날처럼

거짓말 같던 그날처럼

꽃의 밖에서 잉태하고 싶은 것이 있어

꽃의 계곡을 넘어

나비가 왔네

슬픈 나비가 당신에게로 왔네

 

슬픔을 편애하는 당신은

나비를 불러 놓고 허밍 같은 날갯짓을 듣고 있네

그 순간 나비는 당신의 당신이었네

나는 당신 손의 나비를 질투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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