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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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의 명절·풍습 /기타

칼브에서의 신년축배와 망년회

숲 지기 2020. 1. 8. 09:16

 

 

 

 

매년 망년을 하는 곳은, 산 몇 개 너머의 친구네집.

친구 남편은 내잔에 포도주가 빌 때마다 이렇게 채워주었다.

변함없는 '극진함'이다.

 

사진의접시엔 후식이 담겼다 사과찜에 바닐라소스를 끼얹은.

 

 

 

 

 

 

이날 식탁 풍경.

평소엔 종횡무진 잡식을 하다가도 이 댁에 와서는 근엄한 채식을 하게 된다.

채식 중에도 아주 고약한 비건이다.

내가 만들어 간 잡채도 사진 속 오른쪽에 보인다.

친구가 마늘을 먹지 않아서 맛은 주로 갖가지 버섯으로만 냈고,

색색의 파프리카와 참나물 등으로 알록달록하게 모양을 냈다.

고맙게도 잡채그릇이 가장 먼저 바닥을 보였다.

그 외 중간에 있는 것은 자주감자(농사 지은)셀러드, 맨 아래는 비트셀러드(마치 정어리무침처럼 보이도록 한)

 

 

 

 

 

 

 

빵바구니와 생과일은 (좁아서)옆에 작은 테이블에 따로 뒀다.

이날 나의 호밀빵은 단연 화제가 되었다. 

"네가 빵을 다 굽다니......."

이 나이에 기특하다는 눈빛도 받아보고 참 나 . 

 

 

 

 

 

 

매년 같은 촛불에 같은 잔, 모인 사람들까지도 늘 같지만

그냥 편할 뿐, 절대로 지겹지 않다.

 

 

 

 

 

 

버터나 계란이 들어가지 않은 비건 쿠키.

계란도 그 흔한 버터도 안 들어가서 심히 요상한 맛이었다.

고민고민하다가 파우더설탕에 살짝 레몬즙을 넣고 휘저어 짤주머니에 넣고

멋대로 짜바르니 어머나 맛이 확 살아났다.

무늬가 좀 부끄럽네 딱 새똥 같아서 ㅋㅋ.

레몬향의 새콤달콤 쿠키

 

 

 

 

 

 

 

 

 

 

 

저 앞, 사각형 그릇에 한겹 깔린 게 레몬쿠키.

저걸 먹으며

귀신얘기만 주구장천 했다는 거 .

 

 

 

 

 

 

 

망년 즉, 새해가 임박해 왔다.

친구남편은 봐 둔 산꼭대기가 있다며, 그곳에서 아래 골짜기의 폭죽 풍경을 보러 가잰다.

못 이긴 듯 함께 타고 이동하는데,

가는 도중에 글쎄 새해가 되어 버렸다(길을 잘못 들어서서 ㅎㅎ).

사진은 어찌어찌 하여 겨우 찾아 올라가서 아래를 내려다 보았을 때.

 

 

 

 

 

 

 

 

 

 

 

나무들이 시야를 가려서 폭죽보다는 뿌연 하늘이 보였다.

 

우리는 새해맞이 건배를 하기 위해 샴페인도 미리 준비를 해 갔는데

반은 땅에 쏟았다 너무 어두워서.

여튼,

숲 아래 골짜기가 어두워서 구분이 어렵지만,

2020년 새해 첫발을 디뎠던 저 곳은

헤르만 헤세의 고향인 독일 흑림 마을 칼브(Calw)이다.

 

 

 

 

 

파란편지2020.01.10 01:46 신고

'편할 뿐 지겹지 않다.'
그런 사이가 그립습니다.
헤르만 헤세의 고향이어서 그런 사람들이 사는 건가? 싶어집니다.
시인들이 사는 곳......

답글
  • 숲지기2020.01.10 21:41

    언제가 될지 알 수 없지만,
    저 모임도 멈출 때가 있을 겁니다.
    그걸 아는 사람들인지라, 같이 하는 시간이 더 소중했습니다.

    흑림사람들에게 뭘 물어볼 때는 아주 신중해야 합니다.
    다들 솔직하고 진지하여서
    어지간한 용기가 아니면 그들의 눈빛을 외면할 수도 말을 자를 수도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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