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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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비네'폭풍이 부는 중에, 부부싸움 말린 이야기

숲 지기 2020. 2. 10. 08:12

예보에 의하면 지금 부는 바람은 시속 180km까지의 속력도 낼수 있단다.

사쁜하게 다녀가라고 이름도 '사비네(Sabine)'라고 지어 줬는데....

어두워지고부터 바람소린 마치 짐승이 울부짖듯 사납다.

창문 꼭꼭 닫고 샬루지(창문셔터?)도 꾹꾹 내렸다 두더지네 집처럼. 

 

 

아래 사진들은 어제 친구네 가기 전 찍은 것들.

그렇구나, 친구네 다녀왔지 참.

 

 

 

 

친구네 방문에 가져간 것들.친구가 좋아하는 캔맥주와 빵과 꽃

 

 

친구부부는 여러 날 냉전 중이었고,

나의 방문을 계기로 폭발을 한 것 같았다.

내가 들어가자마자 마리아가 늦은 점심을 차려냈는데,

그때부터 친구부부는 날 선 공방전을 펼쳤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건너 불구경하듯 내 할 일(먹는 일)만 하는데

엄청난 에너지로 서로를 가격했다.

속으로 '이럴 거면 날 왜 불렀나'

싶다가도 '이럴 때이니 초대 취소를 안 했겠지' 싶었다.

장날 공교롭게도 내가갔는지, 내가 가서 장날이었는지. 

 

 

 

 

 

친구에게 가져갈 생각에 화분을 장식하는 동안은 매우 행복했다.

 

 

 

 

 

 

어디까지 얘기했더라?

그렇지,

친구부부는 어찌나 심한 갈등을 겪었던지,

마리아는 병을 얻었고, 클라우스는 그 사실도 모르고

분을 삭히고 있었더라.

 

 

 

 

 

사진이 좀 이상한데, 호밀빵이다. 요즘 내 지인들은 원하든 원치않든 내가 구운 호밀빵을 받아야 한다.

 

 

 

살다살다, 이런 경우를 겪어 봤어야지 참나....

 

별의별 광대짓 다 하며 달래서

화해하고 부부싸움을 종전시켰는데,

무려 서너시간이 걸렸다.

밤중에 귀가를 해보니 전신이 욱신거리고 목도 따갑고,

내 감정은 만신창이가 되어 있었다.

유치원 애보다 더한 고집불통들,

니들 전쟁터에 다신 가나 봐라! 

 

 

 

 

 

 

 

좀전에 전화 한 통이 왔는데 어제 만난 그 애어른들로부터였다.

클라우스왈, 생각해보니 내 말이 다 맞단다. 지네 마리아 만한 여자가 세상에 없다고.

일생의 축복이라며 북해쪽으로 여행을 계획 중인데

나보고 함께 가면 어떨까 물었다.

천만의 말씀이다.

 

 

  • 파란편지2020.02.13 00:57 신고

    참 희한하다고 할 일을 하셨군요!
    그런 관계가 부부일텐데, 그걸 굳이 손님 앞에서 보여주다니.......
    어처구니가 없다 싶지만 그만큼 미더웠겠지요.
    함께 여행하시는 걸 천만의 말씀이라고 하신 건 당연한 판단이다 싶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0.02.14 15:49

      처음엔 참 어처구니가없었습니다.
      아뇨, 나중에도 또지금까지 억울한 생각이 있습니다.
      제가 이렇게나 뒤끝이 있는사람인 줄 몰랐습니다 하하
      맞습니다 , 같이 여행가는 것 따윈 절대 시작도 안 할 생각입니다.

    • 파란편지2020.02.15 02:11 신고

      그런 뒤끝은 절대로 있는 게 낫습니다.
      세상이 넓긴 하지만 그 동네에도 희한한 사람들이 있네요. ㅎ~

    • 숲지기2020.02.17 20:33

      두 사람이 한 공간에 사는 일이 쉽지 않겠지요.
      갈등의 이유를 들어보니 참 별 게 아니던 걸요.
      겸사겸사 저를 끼워 넣은 것 같습니다.
      참 웃기는 게 부부가 상대방 말은 안 듣고 전혀 중요하지 않은 제 3자, 제 말은 들었습니다.
      참 아리송합니다욯ㅎ

  • style esther2020.02.13 15:48 신고

    히야신스 향기에 마음이 풀렸을까요?

    정말 황당 시추에이션이었네요.
    부부싸움 말린 이야기..ㅎㅎ

    꽃포장이 정말 예뻐요.

    답글
    • 숲지기2020.02.14 15:51

      꽃 얘긴 한마디도 못 들었습니다.
      그날도 꽃화분을 주니
      받아서 현관 신발장 위에 두더군요.
      지들 쌈질하느라 꽃같은 건 안 보였던가 봅니다.

      고맙습니다,
      제딴엔 신경 쓴 화분포장이었는 걸요.

  •  
  • 사슴시녀2020.02.14 08:15 신고

    배꼽을 쥐고 웃습니다!
    남의 부부싸움에 제가 왜이리 심통머리 사납게 우스울까요! ㅎㅎㅎㅎ.
    다름이 아니라 저희집 들여다 보는거 같아서요!
    지난 1년간 집짖기 시작 하면서 몇십년 결혼생활중에 한 말다툼을 다 모아도 지난 1년간 한 다툼에 비하면 반도 안된답니다.
    집지으면서 느낀건 뭐가 하나 계획된데로 되는게 없다 이겁니다, 그러다보니 계속 의견충돌ㅠㅠ.
    남편이 혹시 전생에 내 철전지 웬수가 아니였을까?
    라는 생각도 해봤답니다! ㅎㅎㅎ.
    그동안 몰랐던 점을 발견하곤 계속 놀라고 있는중...


    친구집 방문 하셨다가 골치 아프셨지요 숲지기님? ㅎㅎ
    골치아픈 친구부부 논쟁에 어쩌다 말려드셨지만
    숲지기님 제3자인 친구로서 부부간의 사이를
    상당히 설득력있게 잘 조정 하셨나봅니다.
    남편이 아내의 소중함을 깨달으신듯 해서요!^^

    누군가 그랬다죠 결혼은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 하지만 결혼을 하면 더 후회한다라고....
    전 집짖는일로 상당히 바빠서 ( 페인트 집 안밖을 2만 4천불을 달라해서 우선 안쪽은 제가 하고 있습니다 5일째 내부 페인칠 중입니다 ㅠㅠ)
    제 몰골을 제가봐도 알아볼수
    없을 정도로 막노동자가 되어서 세상을 잊고 살고 있습니다.. ㅠㅠ

    숲지기님의 친구를 위한 예쁜 초록색 화분이
    봄이라고 크게 말해주네요!
    숲지기님은 솜씨도 참 좋으세요!!?

    답글
    • 숲지기2020.02.14 16:24

      사슴님 이해하시지요?
      부부싸움을 하필 꼭 제 앞에서 하는지, 아직도 이해가되질 않습니다.
      워낙 둘 다 기가 쎄서 남의말은 듣지도 않는 부부였고요,
      서로 과실을 지적하고
      과거 들추고요.
      듣고만 있기에도 저에게는 힘든 순간이었습니다.
      근데요 놀라운 것은 그 험악한 설전 후에도 화해를 하더라는 것입니다.
      저라면 도저히 회복이 안 될 아주 심한 말들이 오갔는데도 말입니다.

      사슴님께서 직접 지으실 때부터 너무나 대단한분들이라 여겼습니다.
      원하시는 곳을 정하고 바로 두분께서 이사를 정하시고요,
      몇번을 생각해봐도 저라면 많이 망설였을 것이고
      결국에는 그냥 눌러앉아 있었을 거라 여깁니다.

      그야말로 다 끝나셨네요.
      페인트마무리 중이시니.
      내외벽 페인트칠에 2만 4천불씩이나요?
      너무 비쌉니다!!
      저 같아도 직접 칠을 하겠습니다요.
      큰일 하다보면 의외로 지출이늘어나고요, 예산을 초과합니다.

      대망의 저택 완공을 눈 앞에 두셨으니,
      고생은 이제 거의 다 하신겁니다.
      힘 내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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