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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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초하루 시편지

숲 지기 2020. 4. 1. 00:11

 

 

 

 

 

 

 

 

이 독성 이 아귀다툼

/최영철

 

우울한 실직의 나날 보양하려고

부전 시장 활어 코너에서 산 민물장어

건져놓고 주인과 천 원 때문에 실랑이하는 동안

녀석은 몇 번이나 몸을 날려 바닥을 포복했다

집이 가까워올수록 제 마지막을 알았는지

비닐 봉지 뚫고 새처럼 파닥였다

물 없는 바닥을 휘저으며

날자 날아오르자고

참기름 들끓는 냄비에서

꼿꼿이 고개 들고 나를 본다

한 번도 세상에 대가리 쳐든 적 없는 나를

두고 보자두고 보자고

식도를 구불구불 심장을 쿵쿵

위장을 부글부글 들쑤시고 간다

이 독성 이 아귀다툼 나를 새롭게 할 것이야

마디마디 박히는

민물장어 부스러진 뼈의 원한

힘이 솟는다

다 부서지면 나는 날아오를 것이야.

 

 

 

 

 

 

 

 

 

푸른 밤

​/박소란

 

짙푸른 코트 자락을 흩날리며

말없이 떠나간 밤을

이제는 이해한다 시간의 굽은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볼수록

이해할 수 없는 일, 그런 일이

하나둘 사라지는 것

사소한 사라짐으로 영원의 단추는 채워지고 마는 것

이 또한 이해할 수 있다

돌이킬 수 없는 건

누군가의 마음이 아니라

돌이킬 수 있는 일 따위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

잠시 가슴을 두드려본다

아무도 살지 않는 낯선 행성에 노크를 하듯

검은 하늘 촘촘히 후회가 반짝일 때 그때가

아름다웠노라고,

하늘로 손을 뻗어 빗나간 별자리를 되짚어볼 때

서로의 멍든 표정을 어루만지며 우리는

곤히 낡아갈 수도 있었다

이 모든 걸 알고도 밤은 갔다

그렇게 가고도

아침은 왜 끝끝내 소식이 없었는지

이제는 이해한다

그만 다 이해한다

 

 

 

 

 

...........................

 

 

단 몇분이라도 좋으니,

독주 같은 시는 없나?

읽자마자 독이 퍼져 헤롱헤롱 퍼런 밤을 살고 

쓰디쓴 시의 뒷맛에

새벽을 통째로 게워내더라도.

 

(바이러스) 몸조심하라는 말을 하고나서 

먼 데를 바라보는 습관이 생겼다.  

헛헛해서.

 

들의 꽃들이 밤을 산다는 것은

제 살을 찢고서 세상으로 오는 것

초생달은 몸을 또 불린다.

헛헛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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