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푸른비 꽃 본문

촌부일기/한포기생명

푸른비 꽃

숲 지기 2022. 5. 17. 00:00

 

 

사람의 마을

/권서각

 

우리가 나무에 들어갈 수 없지만

우리가 숲에는 들어갈 수 있다

나무는 혼자서는 숲이 될 수 없지만

나무는 여럿이 모여 숲을 이룬다

사람 또한 숲에 들면

나무와 더불어 숲이 된다

멀리서 숲으로 바람이 불어오면

풀과 나무와 사람이

벅찬 화음으로 노래하고

도도히 일렁이며 군무를 한다

사람의 마을도 저와 같아서

들어오는 이 막지 아니하고

떠나려 하는 이 잡지 아니고

집집마다 도란도란 이야기꽃을 피워

봉창마다 따스한 등불을 밝힌다

 

-시와 경계 2022, 봄호

 

 

 

 

 

 

몇집 건너 있는 텃밭이웃 삽작문앞,

텃밭공동체 사무실에 볼 일이 있어 가다가 찍었다.

늘 다니던 길만 이용하느라 이런 꽃대문이 있었다는 걸 몰랐다.

 

저 청보랏빛 꽃은 푸른비(Blauregen)인데 

기어가며 자라는 넝쿨에 푸른 꽃송이가 꿈 꾸듯 매달려 핀다.

여고시절 저런 꽃 그늘에 앉아 베르테르의 편지를 읽고 싶었던 이가

어디 나 뿐이었을까.

 

 

 

 

 

 

 

 

 

인간이나 식물이나 매혹적인 것들이 자기 지킴이 수단으로 흔히 지니는 독성을 이 식물도 가지고 있다.

그러므로 독일에선 독성식물로 분류된다.*

 

 

 

 

 

 

 

 

 

 

 

 

 

 

 

*

씨앗주머니와 씨앗에 주로 분포하는 맹독은 리신(Ricin)이며 렉틴(Lektin) 의 하나이며

어른은 씨앗 3개를 취했을 때 몸에서 위독현상이 나타나며 아이는 2개일 때 같은 결과를 보인다.

 

 

  • 노루2022.05.17 02:59 신고

    독일 푸른비나무는 우리 등나무의 사촌이지
    싶은데, 어디에 기대거나 매임없이 자라서는
    줄줄이 연보랏빛꽃을 저렇듯 자유롭고 활달하게
    드리워주네요.

    답글
    • 숲지기2022.05.17 13:44

      아 등나무, 저도 그 등나무를 아는데
      푸른비 이름만 떠올랐습니다.
      맞습니다 등나무는 뭐든 타고 오르며 자랍니다.
      혼자서는 생존이 어려운 사람과 같습니다.
      누군가 지어놓은 집에서 누군가 노동한 나머지 얻은 식량으로 삽니다.
      누군가 사랑으로 길러 낸 이과 함께 한다면
      더 바랄 것이 없겠죠.

  • 이쁜준서2022.05.17 03:07 신고

    한국에서 등나무를키울 때는
    덩굴손의 지지대를 납작하게 하고 등꽃은 지지대 아래로 메달리고 그 아래는 벤취도 있고 그런 곳이 학교등에 그렇게 설치 하지요.
    그래도 그 등꽃 그늘 아래 운치 있었는데
    숲지기님께서보여주신
    이 대문의 꽃은 위로 벋었고
    참 보기 좋습니다.

    시는 시 같지 않게 우리 맘의 소근 거리는 대화 같습니다.
    지금은 전철 안입니다.

    답글
    • 숲지기2022.05.17 13:49

      와우, 대단하십니다.
      전철 안에서도 댓글을 써 주시다니요!!!
      오늘 이뿐준서님의 옥상 식구들은
      그리움으로 목을 쭉 빼고 기다리겠습니다요 ㅎㅎ
      등꽃이군요, 등나무이니 그리 부르나 봅니다. 저도 저 나무를 마당 어딘가에 여전히 화분째로 두었는데,
      덩치가 크니 심을 곳을 찾아 심는다는 게 벌써 몇년이 되었습니다.

      외출 즐기십시오.

  • 파란편지2022.05.17 04:39 신고

    저렇게 엄청 좋아보이는 덩굴식물이 독을 가지고 있다니...
    하기야 독 없는 게 별로 없는 것 같기도 하고요.
    저 같은 인간도 독을 가지고 있으니까요.
    '사람의 마을'은 훈육적이어서 싫다로 시작했는데
    어? 어? 하며 읽다가 그만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22.05.17 13:56

      술렁술렁 읽히는 시가 좋습니다.
      와인처럼요.
      목을 타고 내릴 때 여운이 깊고 오래 가는
      것을 마셨지만
      요즘은 달착하니, 아무 생각없는 것이 무난합니다.

      사람의 독에 대해 생각해 봅니다.
      그러나 여기에 쓰지는 않겠습니다.
      저의 되세김으로 인해 이곳까지 그 독의 영토로 영입시키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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