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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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구멍과 성벽 카프카

숲 지기 2018. 9. 19. 00:11

 

 

/위선환

 

저기서도 구멍은 컴컴하고 검게 털이 자라는지 가맣게, 하늘 아래쪽이 뚫려 있다 그 여자네 집 뒤란에 선 살구나무가 확, 살구꽃 꽃송이들을 터뜨린 날 간 겨우내 메말랐던, 종잇장 같은 그네 몸에도 우련하게 꽃그늘이 비쳤던 게다 몸 안에 몸 숨기고 몸 밖을 내다보는 일이라 날숨 삼켜가며 창구멍 뚫듯 조심스레 손가락을 질렀겠지만 그만, 제 몸에다 동그랗게 구멍을 내고 말았다 발끝 세우고 서서 처음 넘겨다보는 참 맑게 갠 하루다

 

 

 

 

 

 

 

에트링엔 성의 중세성벽에 뚫린 총구.

재미있는 것은 중앙에 작고 둥근 구멍이 있고 사방으로 홈이 파있는 형태.

보이는 곳이 바깥 쪽인데, 구멍 안의 총을 잡은 이가 밖을 향해 공격(방어)하기 좋도록 각 방향으로 터놓은 것이다. 

 

 

 

 

 

 

 

붉은 색을 띤 저 돌은 사석(Sandstein)인데 다른 돌에 비해 흔하며 쉽게 마모된다.

그래서 돌들의 사이에 세멘티움을 하여 사석의 단점을 보완하였다.

세멘티움(Sementium)은 세멘티스(Sementis)의 복수형이다.

우리가 아는 시멘트의 라틴어식 어원.

엔틱 로마가 그 시절 아프리카와 유럽의 중심이었던 지중해 패권을 차지하였었다. 주변 정복과 그곳의 통치를 위해 지구를 몇 바퀴 감고도 남는 긴 도로를 닦고 정복지마다 그들 식의 건물도 세웠다. 이때 반드시 필요했던 것이 이 시멘트를 이용한 건축법.

화산재에 물을 섞었더니 다음 날 몰라보게 단단하게 굳었다.

이걸 발견했을 때 로마사람들은 깜짝 놀랐었다고 한다. 오늘날까지도 시멘트는 놀랄 만한 건축 자재이다.

 

 

 

 

 

 

 

사진에서처럼 총구 구멍이 뚫린 성벽 앞엔 하천이나 낭떠러지 바위산 등의 천연 조건을 주로 두어서 방어(공격)에 유리하도록 하였다.

 

 

 

 

 

앞의 총구멍을 성 안에서 본 모습.

저 곳에서 저 구멍으로 대포나 총머리를 대고 있었다는 거다.

 

 

 

 

 

 

 

그 옆에 개구멍 같은 또 하나.

이곳도 총구가 아니었을까 싶다.

개나 고양이는 가능했겠지만 사람이 드나들기엔 턱없이 좁다.

 

 

 

 

 

 

 

 

이 성문을 지날 때면 자주 카프카 "성"의 'K'의 발걸음이 된다.

성에 도착한 이는 이미 돌아갈 수 없다 단지 이 곳에 더 머물기 위해 싸움 같은 일상을 살 뿐이다.

성은 이룰 수 없고 다다를 수 없는 그 어떤 것의 상징이다.

 

 

 

 

 

 

이 도시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중세골목, 반대 쪽에서 누가 온다면 벽에 딱 붙어서 서로 비켜갈 수 있다.

 

 

 

 

 

 

'구멍'이라는 시와

카프카와

성벽

 

  • 노루2018.09.20 01:24 신고

    하긴 우리 삶이 던져진 데가, 서로 다른 차원의,
    '자기'라는 성과 '세상'이라는 성 아닐까요.

    답글
    • 숲지기2018.09.20 16:09

      진하게 공감합니다.
      제 속의 성벽은 유동적입니다.
      자해를 하는 사람들은 이 성벽 관리를 어떻게 할까,
      생각을 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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