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홀로 길을 잃다 본문

수평과 수직 /이 순간

홀로 길을 잃다

숲 지기 2019. 10. 2. 10:24

 

 

 

 

 

 

 

 

간만에 길을 잃고 서너시간을 헤맸다.

초행인데 어두워졌고 예보에도 없던 소나기까지 내렸으니........

 

언젠가 라인강가를 내 좋아하는 말과 달리던 중, 

말과 내가 동시에 돌아갈 길을 잃었던 적이 있고

또 한번은 프랑스 국경지대에서 차 운전 중에 길을 잃어

저녁 아홉시경부터 새벽 두세시까지

이쪽 저쪽 나라의 와인 언덕을 넘나들었었다.

맞아, 그땐 안개까지 꼈었지.

 

오늘의 길 잃기는 자전거와 함께 하였는데

흑림에서 라인강을 향해 흐르는 조그만 개울이 아니었다면

지금 이 시각에도 껌껌한 숲 속을 마냥 이리저리 오가고 있었을 것이다.

 

'길이 모호할 땐 물의 흐름을 따르라,

처음엔 그리하여 작은 개울에 이를 것이고

그 다음은 강에

이어 큰 바다에도 다다를 수 있나니.....'

뻔한 말이지만 그럴 듯 하게 문장으로 만들어 본

오늘의 교훈이다.

 

 

...............

 

 

흙탕물에 들었다가 나온 듯한 몰골

젖은 모자를 벗어 숲소나무 가지 몇과 가을 잎을 털고

재켓 주머니에 고여든 빗물도 비웠다.  .

 

 

  • 노루2019.10.02 04:06 신고

    수고하셨네요. ㅎ
    그래도 그런 센스로 너무 늦지 않게
    길을 찾으신 게 참 다행이네요.
    지도에서도 강은 길처럼 보여요.

    답글
    • 숲지기2019.10.02 04:18

      팔 다리가 욱신욱신 합니다요 ㅎㅎ
      좋아하는 숲도 어두워지면 괴물의 세상이 되는데,
      평소엔 까맣게 모르고 사네요.

      비를 이렇게 흠뻑 맞았던 게 얼마만인지
      길을 잃어 본 게 도대체 얼마만인지,
      단지 '귀가하고 싶다'는 하나 뿐인 욕망을 꽤 즐겼던 것 같습니다.

  • 파란편지2019.10.02 15:33 신고

    그럴 수도 있군요!
    들은 얘기지만 또 실감하며('이럴 수도 있구나...') 읽었습니다.

    우스운 얘기 덧붙일게요.
    스마트폰에서 '길찾기'를 하면 안 되는가요?
    저는 스마트폰 생긴 이래로는 아예 길 잃을 일이 없었기에 짐작도 못하지만......

    답글
    • 숲지기2019.10.02 23:32

      흑림엔 스맛폰 안 터지는 곳이 많습니다.
      우리나라에서 사시는 분들은 이해가 잘 안 되실 겁니다.
      숲집에서도 뒷산으로 조금 올라가면 더 깨끗하게 통화를 할 수 있고요.

      다른 아무 생각없이
      '집에 가야겠다'는 일념 뿐이었었지요.

  • 이쁜준서2019.10.02 22:30 신고

    길을 잃었셨을 때는 당황하셨겠지만,
    길 찾아 집으로 돌아와 따뜻한 차 한잔 하는 시간에는
    꿈 속에서 나온 듯 하셨지 싶습니다.

    몸살 나지 않으셨어요?

    답글
    • 숲지기2019.10.02 23:36

      어떻게 그리 잘 아시는지
      마치 길 잃은 저를 곁에서 본 듯 하십니다요 ㅎㅎ

      양쪽 어깨와 넙적다리의 근육통으로 엉금엉금 기어다닐 지경이고요.
      몸살이 단단히 났습니다.
      너무도 신기하게도 이쁜준서님꼐서 훤히 아신다는 겁니다요 ㅎㅎ
      고맙습니다 이해해 주셔서....

  • 열무김치2019.10.03 12:39 신고

    마지막 말씀에 옳거니~ 합니다.
    내를 만나 내만 따라가도 반은 성공이라는 걸 체험했으니까요.

    답글
    • 숲지기2019.10.08 21:03

      숲을 걷다가 시냇물 소리가 들리면
      그래서 몹시 반갑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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