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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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평과 수직 /이 순간

물웅덩이

숲 지기 2019. 10. 4. 22:35

 

 

 

 

 

 

잦은 비에 마당엔 물웅덩이가 생겼다.

 

나와 나의 일상을 거울처럼 비춰준

나 같은 너,

갈 곳으로 가지 않고

여러 날 내 집에 고여 있던 일로

훗날

아파하지 말거라.

 

 

  • 파란편지2019.10.04 15:57 신고

    사진부터 한참 보고 '그림 같구나.......' 했는데
    글은 '시인가?' 싶기도 했고,
    어떤 사람에게 하신 말씀 같기도 했고,
    어쨌든 저 웅덩이를 보시고 하신 생각은 핍진한 데까지 이르렀던 건
    분명하구나 싶었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9.10.04 16:26

      '핍진하다' 뜻을 찾아보았습니다.
      어렴풋하게 본 적은 있고 활용한 적이 없던 단어를
      교장선생님 덕분에 제대로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드릴 따름입니다.

      어제 통일기념일에 이어 습기있는 긴 주말을 보내는 중입니다.
      비가 이리도 잦은데 장마나 우기라고 명하지 않고,
      폭풍이 밤새 불었음에도 올칸(태풍 비슷한) 조건에 못미친다 하여 무명의 바람으로 두고요.
      이게 보통땐 그냥 지나칠 만하여도 재난 시엔 보험 적용이 달라집니다.
      '시'를 말씀하셨는데 너무나 현실적인 것만 썼습니다.

      고였다가 사라져간 이들.....
      그렇습니다.
      저는 지금 우중 산책을 나갈 생각입니다.

  • 숲지기2019.10.04 16:03

    핍진하다'의 뜻 ① [동사]재물이나 정력 따위가 모두 없어지다. ② [형용사]실물과 아주 비슷하다; 사정이나 표현이 진실하여 거짓이 없다 [비밀댓글]

    답글
  • dada2019.10.04 20:48 신고

    이렇게 깜직한
    그림과 글ㆍㆍㆍ

    오래 오래 보고갑니다

    답글
  • eunbee2019.10.05 04:41 신고

    눈물 많은 내가 또... 코끝이 시큰합니다.

    이 기막힌 싯구를
    오늘 온종일 안고 살겠는...걸요.

    코스모스 강변으로 갈까 망설이다가
    결국 저는 숲 곁에 앉았습니다. 오늘도.

    늘 건강하세요~ 숲지기님!

    답글
    • 숲지기2019.10.05 17:11

      토닥토닥토닥......
      하늘도 요 며칠을 툭하면 우는 걸요.

      강변보다 숲을 택하신 은비님처럼
      저도 휭~
      어딘가를 둘러와야 겠습니다.
      아프지 마셔요 은비님께서도요.

  • '호수는 하나의 경관속에서 가장 아름답고 표정이 풍부한 지형이다.
    그것은 대지의 눈이다.
    그 눈을 들여다보면서 사람은 자기본성의 깊이를 잰다.
    호숫가를 따라 자라는 나무들은 눈의 가장자리에 난 가냘픈 속눈썹이며,
    그 주위에 있는 우거진 숲과 낭떠러지들은 굵직한 눈썹이라고 할 수 있으리라.'

    - 헨리 데이빗 소로우의 '월든(WALDEN)'중에서

    호수가 '대지의 눈'이라면
    웅덩이는 무엇의 눈일까요?

    답글
    • 숲지기2019.10.05 17:26

      이곳 숲에도 크고 작은 호수가 여럿 있습니다.
      그들은 하나같이 그 둘레의 숲을 맑은 거울처럼 거꾸로 보여줍니다.
      호수를 대지의 눈이라 하고 주변 나무를 속눈썹....
      소로우의 시를 알려주셔서 고맙습니다.

      웅덩이는 곧 마를 것입니다.
      고였던 물이 가까운 날에 어디론가 스며들어야 하고요.
      사람 사이에도 물웅덩이를 만나듯한 관계가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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