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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2022/09 (13)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구름이 숲을 독서하는 중이다. 느낌표가 많은 가문비나무 숲에서 붉은 열매로 마침표 찍는 건 마가목. 문장 바꿔 몇 행간 아래 고사리와 블루베리는 서로 숨고 숨겨서 주어가 도통 오리무중. 어지러운 틈에 돌 뚫고 나온 환한 이끼 구름을 만나 촉촉히 젖었네 나는 더 많이 젖었네. 구름에 읽힌 산, 산의 솟은 곳은 섬이 되는 중
6월 중순부터 7월 8월이 다 가도록 비 한방울 내리지 않더니 9월에 들면서 드디어 하늘에서 소식이 왔다. 비 뿌리는 일이 오래 잊고 있던 일처럼 까마득했을까 지난 과오에 대한 만회라도 하듯 거의 울부짖듯 천둥 번개 밤새 내리쳤다. 넝쿨콩, 콩이 단단해지기 전 콩꼬투리까지 먹는데 너무 가물었던 탓에 콩을 얻기보단 관상용 콩잎나무가 되어버렸다. 사진이 비스듬히 찍혔다 옆집 즉백나무 담장이 눕고 토마토 지지대들도 비틀거리네. 내 밭엔 멀쩡한 게 하나도 없다 다 이상해 하긴 뭐 나부터.... 한국애호박은 밭 가장자리를 슬슬 기어다니다가 어느새 옆집 헝가리댁네로 이사가려 한다. 미국의 사슴님이 보내주셨던 애호박 씨앗으로 자식을 보고 그 자식의 손자에 손자까지 튼튼히 싹트고 호박맺고 있다. 사슴님 감사해요. 날 ..
9월과 뜰 / 오규원 8월이 담장 너머로 다 둘러메고 가지 못한 늦여름이 바글바글 끓고 있는 뜰 한켠 까자귀나무 검은 그림자가 퍽 엎질러져 있다 그곳에 지나가던 새 한 마리 자기 그림자를 묻어버리고 쉬고 있다 - 오규원 시집 '새와 나무와 새똥 그리고 돌맹이(문학과 지성사 2005) 그 고요의 방 한 칸 /박해림 지금의 나는 내가 아닐지 모른다 내 것이 아닌지 모른다 누군가 지쳐 훌훌 벗어 던진 허물 성가셔서 물리쳐버린 욕망이난망欲忘而難忘 그 풍경에 놓인 징검돌이거나 침묵의 배경일지 모른다 하루하루 견딘다는 건 본래의 나를 찾기 위한 여정에 불과한 것 슴슴한 햇빛 아래 줄타기 놀이인 것 사투이거나, 몸부림이거나… 사막 한가운데를 달리는 우물 속 고요이거나 낯선 섬 하나 웅얼웅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