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당신'이라 불리는 꽃 본문

촌부일기/한포기생명

'당신'이라 불리는 꽃

숲 지기 2018. 7. 5. 20:47

꽃에게 말을 건다

접시꽃은 '당신'이라는 2인칭 은유로 알려져 있으니*.

(시를 두번 읽지 않되, 그 은유만 고맙게 빌어 쓴다)

 

바야흐로 밭에는 수 많은 당신들이 피고 있어

외마디 인사로도 꽉 차게 덧칠 한다

오후라는 긴 스케치북에.   -숲지기

 

 

 

 

꽃잎잎잎 한장씩 펼치며 하는 말을 듣다 보니 어느새 나는 수다장이가 되었다. 

 

 

 

 

 

 

 

 

 

 

 

 

 

 

 

 

꽃밭 풍경

/오세영

 

"아름답게 살자"

쉽게 말하지 마라.

 

아름다움도 때로 죄가 된다는 것은

꽃밭에 가 보면 안다.

빛과 향이 지나쳐

영혼을 몽롱케 한 그 죄.

 

울안은 각자

수인의 명패를 달고

인신 구속된 꽃들로

만원이다

 

"아름답다"

함부로 말하지 마라. 어차피

삶은 원죄의 소산.

 

사랑이 죄가 되는 자들의

교도소가 거기 있다.

 

- 시집 <북양항로>

 

 

 

 

 

꽃을 길렀더니 덤으로 집식구까지 늘었다.  불꽃딱정벌레(Feuerkäfer,Gemeine Feuerwanze ,Pyrrhocoris apterus)

 

 

 

 

 

 

꽃사진의 초점이 흐리다.  첫째는 찍사의 미숙함, 둘째는 꽃술이 노출을 아주 꺼림.

 

 

 

 

 

 

 

앞에 연초록 작은 꽃은 오레가노.  

 

 

 

 

 

 

 

 

 

 

 

 

 

 

 

 

 

 

 

 

 

 

 

 

 

 

 

 

 

접시꽃 배경의 깻잎들

 

 

 

 

 

해가 다한 무렵이라 상추밭도 어둡다 

바구니엔 갓 따낸 깻잎으로 꾹꾹 채웠다. 낯선 객지에서 커온 그들인지라,

깻잎을 아는 이들이 받으면 한때 기쁨이 되지 않을까, 해서.

 

 

 

 

 

*<접시꽃 당신/도종환> 실천문학사, 1987

 

  • 이쁜준서2018.07.06 00:56 신고

    저가 스무살 때, 한 집에 제주도가 친정인 새댁언니와 같이 살았습니다.
    그 때나 지금이나 들깨 농사는 전국적으로 짓고 있었고, 들깨잎도 착착 포개어서
    뭉태기로 만들어 파는 것을 도시에서는 사 먹었지요.
    부산이었으니 회는 자주 먹었습니다.

    제주도 새댁언니가 회를 먹는데 들깻잎만으로도 , 상추 위에 들깻잎 놓고
    생들깨 잎을 먹더라구요.
    어떻게 생들깨 잎을 먹느냐? 했더니 제주도에서는 회를 먹을 때는 상추보다
    더 즐겨 먹는 쌈거리라 했습니다.

    이젠 한국 어느 지방이라도 육고기 구이, 회 먹을 때 생들깨 잎을 먹습니다.
    저는 향이 강해서 찌거나 살짝 데쳐서 쌈으로 먹습니다.

    강한 햇빛에서 자라니 잎장이 도타워 보입니다. 그만큼 향도 좋지 싶습니다.
    깻잎 선물 받으시는 분들 기쁨이 되실겁니다.

    사촌여동생이 외국에 사는데, 냉이과 들깨잎이 먹고 싶어서,
    어찌 어찌 그곳에서도 먹을 수 있다 합니다.

    접시꽃은 그리움을 일게 합니다.
    오래 오래 전 시골에서도 낮은 담장 위로 피어났던, 꽃도 크고,
    색도 곱던 꽃이 였으니까요.
    그 때 시골에서는 접시꽃이나 옥잠화 정도가 장독대 근처 담 밑에서
    피었습니다. 아무 집에나 핀 것이 아니였습니다.
    처녀고모들이 좋아 했지요.

    접시꽃과 들깨 잎으로 준서할미 이 아침 수다도 길어졌습니다.

    답글
    • 숲지기2018.07.06 15:42

      들깻잎을 먹는 풍습과 그 역사도 훤히 아시는 이쁜준서님,
      기억력도 놀라우세요.
      저는 언제부터 깻잎쌈을 먹었는지
      통 기억하지 못합니다. 젓가락질은 언제부터 했는지 모르듯 말입니다.

      깻잎을 데쳐서 드신다고요?
      그건 아직 한번도 해본 적이 없습니다.
      제 밭의 잎들이 좀 억센데요, 아니 많이 억센데요
      그냥 좀 빡세구나 그러고 먹었습니다.
      이제 배웠으니 살짝 데쳐 봐야 겠습니다.

      접시꽃은 아마 우리나라의 것과 같지 싶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물론 이렇게 자세히 꽃을 들여다 본 적도 길러본 적도 없지요.
      아무집에나 피는 게 아니라시는 말씀에 웃음이 빵 터졌습니다.

      이런 기분 좋은 수다 자주 해 주십시오.
      고맙습니다.

  •  
      •  
  • 노루2018.07.06 16:37 신고

    받고 좋아할 사람에게 주고파서
    가꾸고 키우고 수확해서 바구니에 담는
    숲지기님의 기쁨이
    기쁨 중에도 그중 맑은 기쁨인 걸
    조금 알 것 같아요.

    누군가를 돌볼 수 있는 게
    기쁨이고 축복이더라고요.

    어렸을 적 살던 산동네에는
    집집마다 작은 꽃밭이 있었지요.
    누구네 집엔 접시꽃이 있고
    누구네 집엔 달리아가 피었다고
    걔네 집엔 빨간 칸나도 있다고 ...
    그러던 시절이 생각나네요.

    답글
    • 숲지기2018.07.08 17:26

      저의 소박한 기쁨을 이해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노루님.
      자랑인데요, 저의 깻잎이 아주 맛있습니다.
      좀 보내드릴까요 노루님?

    • 노루2018.07.13 05:09 신고

      깻잎, 맛있어 하지만 보내주시기까지는
      마시고요. 고마워요, 숲지기님.

  • 비밀의화원2018.07.07 03:13 신고

    요즘
    접시꽃이 한창 예쁘게 피어있습니다!

    답글
  • shinilc2018.07.08 14:17 신고

    꽃과 이야기하는것 같습니다..
    시와 잘 어울립니다..
    저는 문학하고 거리가 멀게만 느껴지네요..ㅎ
    그래도 숲지기님의 작품을 보며 시 한편 보고 가네요..^^
    깻닙도 된장 고추장에 쌈싸먹으면 맛나겠어요..

    답글
    • 숲지기2018.07.08 17:29

      마주할 대상이 없기도 하고요,
      자주 저는 꽃들과 대화합니다.
      특히 '당신'이라는 접시꽃과는 온갖 수다를 다 떨지요 ㅎㅎ
      깻잎 정말 맛있지요.
      신일님 머잖아 시를 쓰시겠습니다.
      감성으로 보나, 우직 순수하신 것으로 보나 말입니다.

  • 파란편지2018.07.15 03:10 신고

    어린시절을 보낸 그 시골에는 접시꽃이 많이 보였습니다.
    그래서이겠지요. 접시꽃을 보면 그 시골이 떠오르고 마침내 시골스러운 꽃이라는 인상을 받고 있습니다.
    이 얘기를 들으면 접시꽃은 황당하다고 하겠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고 더구나 시골스럽다는 것이 못났다는 의미도 아니니까 그 접시꽃에게 그러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해주십시오. ^^

    답글
    • 숲지기2018.07.15 11:08

      저의 접시꽃들이 오해하지 않도록 일러 주겠습니다 ㅎㅎ

      꽃은 시골에 있을 때 스스로도 더 행복하지 싶습니다.
      생각해 보니 저도 시골꽃을 꽃으로 여기며 살았지 싶고요.
      제 고향집엔 '화단'이라고 마당 가장자리에 꽃을 심고 가꾸었습니다.
      나팔꽃이 성했을 땐 여름아침엔 그 꽃을 보려고 잠도 덜 깬 눈으로 마당으로 가곤 했습니다.
      국민학교, 그러니까 초등학교 3,4학년 시절이었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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