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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말 /김성신 두부 같은 집이었지, 바위처럼 단단한 집이었지 당신의 젖은 귀와 부르튼 입술을 생각해요 오체투지, 바닥에 낮게 엎디는 참례의 시간 맹금처럼 날 선 발톱이 풍경을 수습하고 비로소 내려앉은 마음들은 먼 곳을 바라보네 어제와 오늘 사이의 음소가 분절될 때 울적의 리듬은 박장대소와 굿거리장단에도 후렴을 맞추지 어디에도 가닿지 못한 묵음이 벽을 뚫고 울려 퍼지지 허공을 가로질러 바라보면 이 세상은 때로 질문들의 증명 먼 곳에 있는 것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숨 쉴 때 가로지르는 것이, 내 옆에 있었음으로 누군가 되물어도 입술을 깨물 뿐 말의 섬모는 부드럽지만 함부로 내뱉을수록 공허해져 끝은 뼈처럼 하얗구나 함부로 내뱉은 말들이 부유하는 소란의 세계 돌아나가던 命이 여기서 저기로 ..
성격이 변했다. 회복될 수만 있다면, 뾰족한 불평 대신 두루뭉실 여생을 살겠다고 그땐 하루에도 여러 번 다짐했었다. 그 덕분인지 코로나로부터 살아났고, 빳빳하게 잘 살고 있다. '두리뭉실'은 그러나 지켜내지 못하는 듯 하다. 변한 성격 때문이다. 코로나 앓기 전엔 손님이라도 오면 그때서야 후다닥 집을 치웠는데, 이젠 평상 시에도 손님 오기 직전처럼 해놔야 한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 가지른...' 이 1절이고 '반들반들 날마다 광 내고 닦아...' 가 2절이던 내 어머님 애창곡을 살림 참 못 하는 내가 이제서야 알아간다고나 할까. 문제는 심한 정도이다. 창틀의 얼룩은 물론이고 묻은 몇톨 먼지도 마치 마음 굴곡에 쌓인 듯 하다. 그래서 운전 중에도 근무 중에도 먼지 생각에 불편하다. 참 거북한 주적이 되..
생각해 보니, 11월이어서 참 좋다. 한해의 계획을 주로 11월에 하는데, 내년 다이어리를 받았고 그 안에 큰 묶음의 계획을 세우는데 머릿속이 비좁도록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거의 매년 작은 것만 쓰다가 할일이 많은 내년을 대비해서 큰 다이어리로 바꿨다. 시간이 7시부터 19시까지 , 그러니까 일 하는 시간을 나눠 쓰도록 한 것이다. 애써 바꾼 글씨체로 저 큰 다이어리를 채워 간다는 상상은 요즘 가지는 소박한 기쁨이다. 작은 다이어리도 내년 것으로 두어 개 더 구입했다. 자꾸 되뇌이긴 뭣하지만 교정한 글씨체로 재미 좀 보려는 속셈으로... 이 정도 사치쯤은 부려도 되잖을까. 어떤 허기졌던 아점심, 날짜가 언제였더라?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집 청소를 한 휴일이었지 싶은데... 그날 머슴 센드위치를 ..
모과 /정호승 가을 창가에 노란 모과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 내 인생의 가을이 가장 아름다울 때였다 가을이 깊어가자 시꺼멓게 썩어가는 모과를 보며 내 인생도 차차 썩어가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모과의 고요한 침묵을 보며 나도 조용히 침묵하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고통을 견디는 모과의 인내를 보며 나도 고통을 견디는 인내의 힘을 생각했다 모과는 썩어가면서도 침묵의 향기가 더 향기로웠다 나는 썩어갈수록 더 더러운 분노의 냄새가 났다 가을이 끝나고 창가에 첫눈이 올 무렵 모과 향기가 가장 향기로울 때 내 인생에서는 악취가 났다 눈길 /문태준 혹한이 와서 오늘은 큰 산도 앓는 소리를 냅니다 털모자를 쓰고 눈 덮인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피난하듯 내려오는 고라니 한마리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고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