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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dV7Xl/btrmCBMeVqx/x2W9CT4fFfWTAuCKg6Rtxk/img.jpg)
송년카드 /김명원 겨울을 악물고 있는 수상한 도시가 있다. 빌딩창문들마다 불어오는 잿빛 기침, 실어증으로 입원중인 가로등, 실밥이 풀리는 보도블록, 자동인형처럼 걷는 딱딱한 사람들, 고개 들면, 쑥 자라 있는 어둠의 흉통이 있다. 12월 31일 밤, 내리기 시작하는 눈발 속을 걸으며 주머니 깊숙이에 오른 손을 넣는 순간, 놀라워라 유년의 골목에서 태어난 눈사람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 걸어온다. 나를 다 읽고 있었다는 듯 나를 다 보고 있었다는 듯 강물에 떠내려간 일기장과 조급해진 신발더미와 몇 번의 연애와 소나기를 맞던 결혼식 조화 화환과 사십년 세월이 주름으로 얼룩진 거울과 그리고 엄마, 타다 만 몇 소절 화장터 불길들과 질긴 시詩 한 줌 부스러기까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나를 전집의 시선으로 바라본..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bCDEyc/btrlZue9bfY/vnqjsrr8cs7tagmxQ2HV01/img.png)
시래기가 그립다. 그 맛이 어땠는지는 딱히 규정할 수도 없고 먹어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시래기'라는 단어에 '우리나라 겨울용 건야채'라고만 쓰기엔 시래기가 가진 의미나 맛에 부족하다 싶다. 시래기가 마르는 동안 고향집을 생각했다. 대청마루 벽에 주렁주렁 걸렸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할머님 큰어머님 어머님 숙모에 여러 올케들 얼굴도 스친다. 우리집 대가족 섭생을 위해 어마어마한 노동을 하셨던 희생자들. 씨앗회사 '노아의 방주(재래씨앗을 보관 판매하는)'에서 로마네스코를 주문하여 심었는데 잎만 무성할 뿐, 기다리던 로마네스코는 열리지 않았다. 실수로 다른 오래된 재래종 씨앗*을 보냈지 싶은데, 기특한 것은 4년씩이나 내 밭에서 살아주었다는 것. 유럽엔 비슷한 류의 배추가 있다. ..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Na5lD/btrlCZAR7r8/xF2JnHxM9iwaIuM2sJkey1/img.jpg)
고흐의 수채화 '밀짚 더미'*가 뉴욕 크리스티경매에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다. 1888년,그러니까 그가 생활 마감하기 2년 전에 그렸던이 그림은 프랑스 아를 지방의 근초 작업 풍경을 소재로 하였다. 그림은 또한 2차대전때 그 곳을 점령했던 나치군에 의해 압수되어 그 자취를 감췄다가 1970년에서야 그 존재를 다시 세상에 알렸었다. 그림의 경매가는 3590만 달러, 고흐 수채화의 최고가를 기록한 금액이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좀 과장을 하자면 가슴이 쿵쾅 뛰었다. 소유할 수는 없지만 사진을 블로그에 옮겨왔는데, 자주 보고싶어서다. 그림은 밑그림 스케치 흔적이 마치 잘 차려 입고도 가려지지 않는 근육 혹은 속옷 실루엣처럼 드러나 있다. 밑그림 위에 채색하고 물기를 말린 뒤 짙은 펜으로 덧그려서 그림의 디테일..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dvnPTS/btrlfZmIpxE/bop4ErelzlT6gBxU26bqb0/img.png)
요즘들어 부쩍 국수가 그립다 해가 떴는지 졌는지 알 수 없이 흐리고 추운 나날들, 지금 못생긴 계절을 지나는 유럽이라서 더 그렇다. 라면 같은 것은 아예 없고, 그렇다고 기껏 라면 하나 사러 하이델베르크까지 갈 수도 없고.......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주섬주섬 모아보니 위의 그림이 되었다. 오른쪽에 동그란 밀가루를 빼곤 모두 내 밭에서 자란 것이니 엉겁결에 자급자족 중인 거네? ㅋㅋ 왼쪽 위부터 샬로테(작은 보라양파), 마늘 1쪽 무화과 2개 고추 청과 녹 파잎 말린 깻잎 총각무 주먹 크기 밀가루반죽 적당히 된 밀가루 반죽을 도마에 놓고 홍두깨로 밀어 칼로 죽죽~ 모양만 칼국수여도 돼, 내가 먹을 건데 뭐! 살짝 달군 냄비에 (기름없이) 파와 마른 깻잎을 넣고 볶다가 물 한컵을 붓고 끓인다. 국숫물..
![](http://i1.daumcdn.net/thumb/C150x150/?fname=https://blog.kakaocdn.net/dn/cqcBIG/btrlhDp1YlP/DX6v8WgeKqEWzB5uNRdvo0/img.png)
무화과 한줌 눈물겨운 추수를 하고 수번이나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엄청난 강우량에 우박까지 수차례 내리친 중에도 끝까지 버텨준 애틋한 과일이었다. 들깨꽃송이, 내년 농사를 위해 덜 여문 상태여도 잘라서 잘 말려야 한다. 그냥 세워뒀다간 씨앗이 얼면 낭패가 되니. 우리나라에선 갈색이 되어 들깨 수확까지 하겠지만 유럽 중부, 위도 50도쯤인 여기 흑림에선 내년에 뿌릴 씨앗만 거둬도 만족한다. 사과나무의 사과는 거의 다 떨어졌나보다. 서너상자쯤 따서 창고에 넣어뒀고 저 낙과들은 수 많은 생명을 먹여살리는 중이다. 미생물부터 지렁이 날짐승 들짐승들의 양식이 되고, 산화한 뒤엔 풀들의 거름이 된다. 들인 노동에 비해 가을내내 수확의 기쁨을 주는 총각무는 미국의 사슴님으로부터 그 씨앗을 받았었는데 보내신 분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