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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도반 /이상국 비는 오다 그치고 가을이 나그네처럼 지나간다 나도 한 때는 시냇물처럼 바빴으나 누구에게서 문자도 한 통 없는 날 조금은 세상에게 삐친 나를 데리고 동네 중국집에서 짜장면을 사준다. 양파 접시 옆ㅇㅔ 묵은 춘장 앉혀 놓고 저나 나나 이만한 게 어디냐고 무덤덤하게 마주 앉는다 사랑하는 것들은 멀리 있고 밥보다 짜장묜에 끌리는 날 그래도 나에게 내가 있어 동네 중국집 데리고 가 짜장면을 시켜준다. -이상국'저물어도 돌아갈 줄 모르는 사람' 창비 2021 섬 /정용주 대체로, 소통은 하고 있으나 관여하지 않으면 섬이라 한다 가고자 하면 갈 수 있으나 마음에 두고 있으면 섬이라 한다 고요한 것 같으나 폭풍에 쌓이고 몰아치지만 잔잔해지면 섬이라 한다 알고 있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면 섬이라..
가을비가 오다마다 하는 날에 넉넉히 볕 보고 자란 것들을 펼쳐 놓았다. 어떤 것들은 보는 마음부터 맵고 또 어떤 것들은 볼수록 마음이 환해진다. 울퉁불퉁 못났을 지언정 내 눈엔 꽃으로 보이는 것도 있다. 올들어 3번째 말리고 있는 메주가 그것, 2번 걸쳐 만든 된장이 바닥을 보일 때쯤 서둘러 콩 1kg 메주를 쒔었다. 올해의 메리골드 꽃차, 쇠솥에 여러 번 데웠던 작년의 방법 말고 올핸 아래 사진처럼 오븐에 한꺼번에 넣어 쪄냈고 위의 사진처럼 말리는 중이다. 메리골드꽃들, 제량껏 볕 보고 자랐었다. 글 올리는 중에 비가 다시 내리기 시작하였다. 빗소리를 배경음악 삼아 꽃차 우려 놓고 내 마음대로의 가을마당을 감상 중이다.
오래 마음에 둔 친구에게 말 걸듯 다기를 들였다. 이름도 국적도 따지지 않고 이거다! 싶은 것을 온라인으로 주문했었다. 시음회는 볕이 환한 시월의 오늘, 초대는 딱 한 사람 나였지만 숲이 병풍되고 바람이 다향을 거들었다. 아직은 낯이 선 다구의 이름을 써 주었다. 그런데 수구의 손잡이가 ..... 주문을 하고 우송하는 중에 부러졌을 터였다. 손잡이뼈가 조각조각 난 그 심정 알고 말고. 언젠가 생일선물로 받은 인도산 블랙티, 우려낸 맛에 대해 뭐라 하기엔 차를 대한 내 혀가 미숙하다. 친구 C와 차 전문집에서 차 몇 주전자 우려 마시고 헤롱헤롱.... 적어도 이틀 밤을 뜬 눈으로 새웠었다. 그때부터였다 차 마시는 일을 술만큼 절제해 왔던 것이. 말 나온 김에, 친구 C는 뭘 하고 있을까.... 데모대 앞장..
폭삭, 이렇게 늙었다 나보다 먼저.... 뿌린 씨앗대로 춘삼월에 싹을 보고 볕을 골라 쬐였더니 오월에 아이 발바닥 만한 잎을 달았지. 일이 많다 싶은 나날에 아차~! 시기를 놓치고 보니 6월 중순, 비실비실 키만 컸던 영양실조 애들을, 딱히 모종이랄 것도 없이 땅에 꽂아만 놨었잖아. 지들끼린 그래도 살아남자고 단합이라도 했었는지 기적처럼 , 단 한포기 낙오없이 다 살았었다. 박수!!! 이럴 때 박수치라고 손바닥이 두개 씩 있지 않겠어? 환한 가을볕을 깨꽃 사이로 걸러서 보면 더 환하다. 생명 있는 것들이 꽃을 보이는 것은 그 한 생에게 끝이 오고 있다는 것. 고추포기 옆, 나직나직 검붉은 망골드 옆 들깨꽃이 피고 있다. 그냥 이렇게만 써도 저들의 생에 얼마나 열심이었는지 나는 안다. 토마토는 붉어지려고 ..
성질 급한 포도나무가 있다. 솔직이 덜 예쁘네 뭐, 마치 코 묻은 얼굴의 시골아이들처럼. 그러나 보기완 다르게 입 안에 넣으면 톡톡 터지고 또 달다. 요즘 텃밭 가는 이유가 저 포도때문인가 싶다. 새들과 내가 경쟁하듯 따먹는 바람에 꽉 찼던 포도송이가 듬성듬성해졌다. 이른 봄에 처마 밑에서 위로 자라는 가지를 말끔하게 정리했건만 한 성질 한다는 듯이 지붕을 뚫고 솟았다. 뚫고 올랐다가 더러는 다시 아래로, 위로 올라보니 그래도 뻗을 길은 아래 뿐이었다는 건가. 같은 장소에서 윗 사진 같은 장소에서 아랫사진
가을비는 흐르지 않고 쌓인다 / 권대웅 떨어지는 빗방울에도 기억이 있다 당신을 적셨던 사랑 아프지만 아름답게 생포했던 눈물들 신호등이 바뀌지 않는 건널목에서 비 맞고 서 있던 청춘들이 우르르 몰려올 때마다 기우뚱 하늘 한구석이 무너지고 그 길로 젖은 불빛들이 부푼다 흐린 주점에서 찢었던 편지들이 창문에 타자기의 활자처럼 찍히는 빗방울의 사연을 듣다보면 모든 사랑의 영혼은 얼룩져 있다 비가 그치고 가슴이 젖었던 것은 쉽게 마르지 않는다 몸으로 젖었던 것들만이 잊힐 뿐이다 밤거리를 맨몸으로 서성거리는 빗방울들 사랑이 떠나간 정거장과 쇼윈도와 창문과 나무들의 어깨 위로 구름과 놀던 기억들이 떨어진다 국화 허리 같은 당신이 떨어진다 가을비는 흐르지 않고 쌓인다 - '나는 누가 살다 간 여름일까' 문학동..
벚꽃 그림 속으로 막 빠져 들어갈 듯한 저돌적인 남자와 노랑연두 그림과 마스크까지 깔맞춤한 뒷짐 걸음 넉넉한 여인, 누가 먼저이고 나중인지 분간할 수 없을 만큼 막강하다. 우연히 담았지만 오래 두고 보고싶은 순간. 사진 속 직선, 사선의 평행 또한 맞물린 때문에 건졌다고 생각한 사진. 모두 멈춰선 가운데 오른쪽 여인의 왼발 만이 어디론가 내디딜 자세. 그것을 조그만 전등이, 왼쪽 위에서 다 볼 수 있을까. 오른 쪽 그림으로부터 걸어 나온 사람들. 여2남2 작품으로 보이는 남자. 남자로 보이는 작품? 장면 장면을 놓치지 않고 감상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