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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올해 두번 째로 된장을 만드는 중이다. 콩 1kg을 씻어 불려 삶은 후 절구에서 적당히 으깨고 길쭉한 두덩이를 만들어 꾸덕하게 사나흘 말렸다. 우리나라의 볏짚대신 미리 말려 둔 숲의 풀대를 깔고 깨끗한 흰 종이에 싸서 아래처럼 봉투에 담았던 게 약 50일 전. 그 사이 정초 담가둔 장을 걸러 간장과 된장을 얻었는데 그 맛에 깜짝 놀랐다. '어머, 내가 만든 게 맞아?' 라고 반문할 만큼 맛이 깊다. 자화자찬이 맞지만 그 어느 가게에서도 사 먹을 수 없는 그런 맛인 것은 분명하다. 하여튼 너무 뿌듯해서 이제 수시로 담을 생각이다. 각설하고, 위에 봉투 속에서 이런 변화가 일어났었다. 선연한 푸른곰팡이, 몸에 유익한 식용균이 잘 번식하고 있었다. 균의 생성 모양이 오묘해서 커피를 마시며 한 30분쯤 감상하였..
부활절부터 오순절까지 심심찮게 주어진 공휴일 덕분에 텃밭 모양이 아주 조금씩 갖춰간다. 물론 여전히 잔디는 고르지 않고 잡초 역시 어느 곳에나 무성해서 이웃과의 경계 부분엔 특히 신경이 쓰인다. 약초전문인 친구 우어술라로부터 받은 것인데 놀랍게도 어느 날 이런 꽃이 피었다. 향이 어찌나 좋은지 근처에만 가도 향수 냄새가 솔솔 난다. 우어술라에게 물어보고 이름표를 달아줘야 겠다. 올핸 나도 상자밭을 시도해 보았다. 적어도 3단을 쌓더라만,나는 2단까지만 흙을 채웠다. 흙을 옮기고 상자에 붓는 일이 좀 힘들어야지. 사진의 오른쪽 귀퉁이 까만 비밀봉지에 여전히 여분의 흙이 담겼고 이로써 상자밭 2개를 더 만들 생각이지만 올해 내로 실현이 될지는 미지수. 아이들이 해놓은 흙장난처럼 여겨질지 모르나 나의 상차텃밭..
볕의 아낌없는 찬사를 알아채고 양산을 접었다. 꽃들도 나 만큼 볕을 고대했을 것이므로. 종류가 다른 저 초록잎들은 제 깜량 만큼의 볕을 받아 광합성을 하는 중, 풀이파리 하나도 만들 재간도 없는 내가 참 하찮아지는 순간이다. 제라늄들의 나열이 뒤죽박죽이다. 색상도 순서도 고려하지 않은, 그냥 자리 채워 앉힌 수준. 잠깐의 여유를 부려 꽃집을 들렀지만 빠듯한 시간 때문에 손에 잡히는대로 안아온 덕분이다. 긴 화분걸이에 담아 걸긴 했지만 지들끼리의 조화는 여전히 난감하다. 붉은 색상의 꽃은 어지간 하면 집에 두지 않는다. 두었다 하더라도 한 가지로 제한한 경우였다. 그런데 이번엔 온통 붉은 꽃들이네, 더구나 그 종류도 산만한 이런 조합들이라니...... 문제는 그러나 하루 이틀, 한 두 주 물을 주며 키우다..
기다림에 대하여 /정일근 기다림이란 이렇게 아름다운 것일까 늦은 퇴근길 107번 버스를 기다리며 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들쥐들이, 무릇 식솔 거느린 모든 포유류들이 품안으로 제 자식들을 부르는 시간, 돌아가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고 싶다 부르고 싶다, 어둠 저편의 길들이여 경화, 태백, 중초 마을의 따스한 불빛들이여 어둠 저편의 길을 불러 깨워 먼 불빛 아래로 돌아가면, 아내는 더운 밥냄새로 우리 아이들의 이름을 부르리 아이들은 멀리 있는 내 이름을 부르고 있으리 살아 있음이여, 살아 있음의 가슴 뛰는 기쁨이여 그곳에 내가 살아 있어 빈 손바닥 가득 기다림의 시를 쓴다 푸른 별로 돋아나는 그리운 이름들을 쓴다 꽃의 고요 / 황동규 일고 지는 바람 따라 靑梅 꽃잎이 눈처럼 내리다 말..
비제 오페라 그 '카르멘', 흔히 상상하듯 케스트네츠를 손가락에 끼고 치마를 휘저으며 플라멩코 춤을 추는 그 카르멘과는 거리가 있다. 이렇게 신선한 카르멘은 처음 볼 뿐 아니라 친근하기까지 하다. 한국인 최조안씨가 카르멘이 되는 부부의 공연 포스터, 받자마자 아는 이들에게 이리저리 돌렸다. 재독성악가 최조안씨와 부군인 니클라스씨는 남독일과 프랑스에서 주로 활약하며 삶을 음악으로 꽉 채워 살아가는 음악인들. 이 연주회에 꼭 가고싶지만 이미 잡힌 일정이 있어서 아쉽게도.....
봄 편지 / 곽재구 강에 물 가득 흐르니 보기 좋으오 꽃이 피고 비단 바람 불어오고 하얀 날개를 지닌 새들이 날아온다오 아시오? 바람의 밥이 꽃향기라는 것을 밥을 든든히 먹은 바람이 새들을 힘차게 허공 속에 띄운다는 것을 새들의 싱싱한 노래 속에 꽃향기가 서 말은 들어 있다는 것을 당신에게 새들의 노래를 보내오 굶지 마오 우린 곧 만날 것이오 - 곽재구,'푸른 용과 강과 착한 물고기들의 노래 ,문학동네, 2019 뿌리 /문태준 뿌리는 무엇과도 친하다 꽃나무와 풀꽃들의 뿌리가 땅속에서 서로 엉켜 있다 냉이가 봄쑥에게 라일락이 목련나무에게 꽃사과나무가 나에게 햇빛과 구름과 빗방울이 기르는 것은 뿌리의 친화력 바람은 얽히지 않는 뿌리를 고집스레 뽑아버린다 우리는 울고 웃으며 풀지 않겠다는 ..
하루 종일 웃음을 장착하게 하는, 초록의 계절이 왔다. 미안할 만큼 기쁘고 또 일일이 인사하고 싶어진다 나무에게 숲에게 소란스레 흐르는 개울물에게. 운전 중 퍽퍽 찍은 것이어서 어디 내놓을 정도는 아니지만 간만에 맑은 4월, 내가 얻은 산골의 봄 전경이다. 무슨 말인지 덧붙이는 것이 사족이 아니ㄹ까 싶도록 초록초록 저 빈 가지들에 맺힌 풍경이 좋다. 눈 녹은 물이 도랑바위를 한번 문지르며 흐르는 저 봄개울은 어떻고! 아, 이제 보니 서둘러 싹 낸 저 가지는 갯버들인가 보다. 멀쩡하게만 보이는 개울물에 손을 넣거나 혹은 맨발로 들어가면 아직은 비명을 지를 수 있다. 의외로 얼음물처럼 차갑기 때문. 여기까진 산너머 아랫동네였고, 우리동넨 이제 막 개나리가 집집마다 샛노랗다. 축복의 주말, 들깨잎 싹과 고추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