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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인디언들이 그랬다죠, 말을 타고 너무 빨리 달렸다 싶으면 잠시 멈춰서서 자신의 영혼이 잘 따라오기를 기다렸다 하죠. 텅빈 봄숲을 이리저리 오가는 동안 요즘따라 그저 기계적으로 운전을 할 때가 잦습니다. 그야말로 멍~~~하게요. 하하 영혼이 인디언식 늑장을 부렸을까요. 앞 사진을 보니 오늘 하산 풍경인데, 오른 쪽 아래가 절벽이고요. 하긴 날마다 다녀야 하는 길 가운데 한쪽이 절벽이 아닌 적은 거의 없지만 말입니다. 출발을 하고 목적지까지, 별 일이 없는 한 멈춘 적도 없는데 잠시 멈췄어요. 한 박자, 숨을 고릅니다. 댓글 4 파란편지2021.04.23 01:31 신고 인디언처럼요? 인디언들은 영혼을 참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들인 것 같았습니다. 인디언이 쓴 책은 버릴 수가 없었습니다. 거기에 영혼이 깃들어..
비가 오려나 보다 했는데 콩알 만한 얼음덩어리를 동반한 진눈개비가 내렸다. 공식 기후측정 이래 제일 추운 4월을 보내고 있다나 뭐라나. 산벚의 안녕이 걱정되어 북쪽으로 난 부엌창가에 아예 전을 치고,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보낸 한 나절동안 산벚과 벗 되어 지냄. 보름도 넘는 동안 만개한 산벚, 연일 사나운 날씨에도 마치 잔치 중인 듯 소요하다. 집 안도 바깥도 어두울 뿐인 세상에 홀로 환한 산벚, 참 괜찮은 벗이다. 여기서 아점심 먹고, 오후 내내 빈둥댐
산벚인 줄 알고 찍었지만, 아닌가? 눈이 쌓였던 동안엔 발도 들일 수 없는 곳이지만 봄기운이 눈을 녹이니 조그만 계곡에도 물이 불어났다. 초록도 다 같은 초록이 아니다. 위의 사진처럼 저렇게 다양한 초록이 어울린 숲풍경이 좋은데, 어디 여행이라도 하는 날이면 저런 훅림풍경이 그립다. 그러고 보니 마치 봄맞이 연례행사처럼 어느 시기가 되면 여기 와서 저 나무들을 보고, 저 조그만 도랑물소릴 듣곤 한다. 다행인지, 이렇게 이상한(?)을 하는 사람은 이 숲에선 나 말곤 없는 듯 하하.... 맑게 흐르는 저 녹은 물은 너무 아주 차가와서 손을 넣기라도 한다면 손마디까지 시리다. 여기가 무르그 강(Murg)의 최상류이니, 흘러흘러 라인강과 합류를 할 것이다. 파란편지2021.04.15 13:33 신고 그렇다면 저..
아무 생각없이 운전 중, 아랫동네에서 빗방울 몇 개 앞 유리창에 닿았지 싶은데 산을 오르다 보니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가 허옇다. 불과 10분 후면 저 곳에 당도할텐데, 지금 4월 중순인데 말이다. 애인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애인이 있다가 없어진 게 아니라 오래 '없는 중'에 여전히 없을 뿐이다. 애인이라도 있었다면 아침나절 내렸다가 해질녘이면 황급히 사라져버리는 눈숲을, 어찌 견디며 바라볼까 싶지 여기가 뒷산 꼭대기. 이름하야 '국립공원 흑림 센터(Nationalparkzentrum Ruhestein im Schwarzwald)'를 짓는답시고 몇년 째 산을 시도때도 없이 저리 파내고 있다. 옆집 라라아빠 토스텐이 주기적으로 올라와서 데모하는 곳이기도 하다. 파란편지2021.04.14 16:14 신고..
산벚이 피었는가 싶은데 봄눈이 그 위를 덮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것은 그래서 꽃잎이 아닌 봄눈
평양발 오늘자 온라인 신문에 북한은 오늘 도쿄올림픽 불참을 확실히 하였다. 이로써 북한은 이번 도쿄 국제올림픽 경기 불참의사를 밝힌 첫 나라가 되었다. 출처- Nordkorea sagt Olympia-Teilnahme ab - YouTube
못 믿을 4월 날씨에 눈발이 성성한 월요 부활명절. 독일에 온 초창기땐 갓 나온 마당 잔디에 색색의 계란을 숨겨두고 이집 저집 친구들과 기웃기웃거리며 찾다니기도 하였다. 우리나라 명절때 송편을 나눠먹는 것과 흡사하달까. 현실은 그러나 계란과 숨바꼭질을 하기는 커녕 진눈개비까지 대지를 점령해버린 상태. 부활절에나 보자고 했던 지인 몇에게 전화해서 잠시 아침이나 먹고 가라 했더니 딱 한 친구가 왔다. 죽마고우였던 우린 한동안 소식도 모르다가 작년에 우연히 길에서 조우하였다. 부모님이 그 사이 다 돌아가셨다더라. 그말을 듣자 마자 바로 가족묘지로 성묘를 가서 큰 절 올리고 (이건 순전히 유교적 교육 탓임) 지나는 말로 부활절 쯤에나 한번 보자 했었다. 그때만 하여도 이때쯤이면 록다운이 풀릴 줄 알았었다. 사진..
올해의 사순절 /마종기 젊었던 날에는 봄 햇살이 더 밝았다. 밝아서 모든 게 잘 보이지 않았다. 보이지 않아서 아무데나 누었다. 밤이 되어도 초목은 잠들지 않고 우리들의 장래를 걱정하고 있었다. 정작 우리는 사는 것이 힘들고 피곤해 어디에 누워도 깨어나지 않기를 바랐다. 그리운 곳은 다 변해 버렸다. 이마에 재를 받은 옛 모습의 몸은 모두들 떠난 것을 이제야 눈치 챈다. 왜 세상이 창백하고 추운지를 배운다. 식물도 기억력이 있다는 중얼거림 속에 숨어서 내 독백을 들어주는 이가 언제부터 주위에 있다는 걸 느낀다. 외로울 때는 오히려 더 혼자가 되어 언 땅에 머리 놓고 취하는 수밖에 없다. 그래도 입 안 가득한 목마름은 무엇인지 목이 마르지 않으면 멀리 볼 수가 없으니 다음 생이 기다리는 것도 볼 수 없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