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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촌부일기/한포기생명 (84)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올들어 처음으로 밭에 나갔습니다. 햇살이 좋으니 산책하는 셈치고 갔었는데, 발걸음을 뗄 때마다 얼었던 땅이 녹아서 생긴 흙덩이가 신발에 달라붙는 바람에 꽤나 성가셨습니다. 흙투성이 걸음으로 질척이는 밭고랑을 돌며 추운 겨울을 견디고 살아 남은 나물들을 찾아나섰습니다. 밭을 둘러 보면, 밭주인인 저도 모르는 사이 신들이 내려와서 마치 한바탕 야단법썩을 하고 간 광경같았지요. 그렇습니다, 생존한 나물들은 우스운 모양을 하고 있어요. 웃다가 그리스 신화 속 여인들을 머릿속에 떠올립니다. 아름다운 아프로디테가 연상되는 꽃만큼 예쁜 한포기 나물도 보이고 벌레와 추위에 대적했었던 듯 줄기는 꺾이고 이파지는 찢어졌네요. 누굴까요? 네, 격전의 흔적을 고스란히 간직한 승리의 여신은 아테나이지요. 굵다란 뱀들처럼 구불구..
"풀 한포기일지라도 감히 내 것이라 말 하지 않겠습니다." 첫눈이 내리고 그 후 몇번 더 내렸던 눈이 녹았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마당을 몰려다니던 낙엽도 눈의 무게때문에 눌리고 또 젖었군요. 네,,,, 가을청소가 미비했지요. 사실 낙엽이 좀 많이 떨어져야지요. 그냥 마당의 주차장과 길섶만 반듯하게 쓸고, 잔디밭이나 꽃밭엔 도저히 어쩌지 못하고 썪어 거름이 될 때까지 둡니다. 가만 보니 그 사이 무엇인가 눈에 띕니다. 낙엽들을 이불삼아 잎을 피운 풀들이군요. 기온이 조금만 떨어져도 바들바들 떠는 저에 비해 저 초록의 생명들은 참 꿋꿋합니다. 눈 속에서도 주눅이 전혀 들지 않았던 모습입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다시 눈이라도 내리면 저 풀들은 죽은 듯 몇 개월을 눈 속에서 ..
나도 고추다! 찍을 땐 몰랐는데, 사진을 볼수록 자신들도 고추라고, 또박또박 고함이라도 치는 듯 보인답니다. 저 아이들은 올해 늦가을까지 기나려서 수확한 고추들이랍니다. 중간에 다 따먹고 남은 거라고요? 물론 아니랍니다. 고추꽃이 필 때부터 이렇게 수확을 할 때까지 밭의 보물처럼 여겼지만 밭에 자주 가지 못한 사이 집이 없는 누드달팽이가 고추밭에 세들어 살다시피 한 결과이지요. 그런가 하면 수확시기도 가능한한 늦췄습니다. 마치 동맹이라도 맺은 것처럼, 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깊어지는데도 저 고추들은 한사코 초록색을 고집했습니다. 추위가 몰려 온다는 예보를 듣고서야 저 고추들을 따서 햇볕을 쬘 수 있는 베란다에 두었답니다. 고맙게도 며칠이 지나면서 하나 둘씩 붉어 있네요. 아, 이제 저 고추들이 저도 모르는..
이른 가을아침, 눈을 막 뜬 코스모스가 바로 위에서 자신을 빤히 바라다 보는 한무리의 딸기들을 발견하였습니다. 아유 깜짝이야, 딸기들이 나를 빤히 지켜보고 있었어! 이런 생각을 하자, 코스모스 꽃잎은 더욱 분홍얼굴이 되어갔습니다. 긴 여름동안 기다리고 기다렸는데, 드디어 꽃잎을 열어준 코스모스에게 무슨 말인가 하려는 듯 딸기들도 도톰해진 입술을 한껏 더 붉혔지요. 그 모습을 놓칠 리가 있겠어요 코스모스, 뒷발꿈치를 디디고 더 높이 서 봅니다. 가을/2016 댓글 6 이쁜준서2016.09.24 16:51 신고 가을의 아름다운 사진입니다. 사진이 참 곱고, 이야기에 딱 맞은 분위기입니다. 잘 보았습니다.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16.09.25 00:30 이쁜준서님 고맙습니다. 준서가 몇 살인지 여쭤보아도 ..
잠시 스치기만 하여도 씨앗주머니가 톡톡 터진다 하여 독일에서는 슈프링크라우트Springkraut라고 불린다. 유행가 가사처럼 "만지면 톡!하고" 터진다, 꽃이 아닌 씨방이. 바이에른지방에서는 씨앗을 셀러드에 넣어 먹는 습관도 있다고 들었지만, 나는 시도한 적이 없다. 특별히 초대하지 않아도 해마다 넉살 좋게 마당 여기저기를 점령하여 자란다. 어찌나 당당한지, 머잖아 거실까지 이들의 식민지가 될 기세다. 그 이름 물봉선 아침 이슬이 꽃술에 고였다가 떨어지기 직전. 햇살이나 좀 보고 낙하할까,기다린 표정. 하산하며 보니 햇살이 꽃잎에 다가와 있네, 물방울인지 수정인지.... 좀 이른 새벽, 산을 오르며 찍었다. 껌껌한가 아직? 물봉선 군락지. 댓글 5 푸른하늘2016.08.29 02:46 신고 제 눈엔 아름..
바람때문이라고 말하겠지요, 그러나 이미 씨방 속에서부터 떠날 준비를 단단히 하고 있었던 풀씨랍니다. 철든 자식들이 부모로부터 떠나가듯, 바람이 이끄는대로 풀씨들이 흩어지는 모습이 애처롭습니다. 잎이 통통하고 작은 꽃들이 모여 피는데, 야단스럽지 않은 저 꽃 자태를 저는 매우 좋아합니다. 여름꽃꽂이 소재로 그래서 자주 초대합니다. 왕고들빼기 꽃대에 엉겅퀴 풀씨가 앉았습니다. 이를테면 잠시 쉬어갑니다. 여기에도 앉아 봅니다. 치트로넨멜리세, 우리나라에서는 레몬??? 뭐라고 하던데.... 찾아보고 수정할께요 나중에. 깨꽃 위에도 씨앗이 두 개 씩이나 슬그머니 앉았습니다. 그러게요 들깨꽃이 벌써 피었군요, 산간지방이어서 계절도 서둘러 바뀌는 듯하지요. 꽃씨들의 이사는 이곳에서부터 시작이 되었습니다. 다 영근 씨..
아무리 보아도 닮았습니다. 하난 꽃얼굴이 크고 하난 꽃보단 엉덩이가 크고요. 작은 엉겅퀴꽃을 뻥 튀기면 아티쇼크가 될 듯하게 많이 비슷한 두 식물들입니다. 아, 그래서 찾아보니, 이미 저 말고도 수~많은 분들이 두 식물의 비슷한 외모에 대해 언급을 했더군요. 뜻밖의 발견이라 여겼는데, 역시 눈 밝은 분들이 다 보셨네요 버얼써 ㅋ 제 엉겅퀴는 흑림 마당에서, 아티쇼크는 산아래 라인강가 소도시 주말농장에서 자태를 뽐내며 피어 있습니다. 보실래요? 1. 엉겅퀴 한 그루에 여러 개 꽃이 피고, 잎이 사나와서 피부에 스치면 몹시 따갑습니다. 아마 단맛이 있겠지요, 꿀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요. 2. 아티쇼크 이 친군 잎이 그닥 사납지 않아요. 꽃을 받친 엉덩이 부분만 침같이 날까로운 게 뾰족하고요. 한 그루에 ..
제목이 근사합니다. ㅎㅎ 이런 제목이 있었지요 등등... 대등한 두 개의 대상이 만나서, 하나로서는 할 수 없었던 근사한 풍경을 만들곤 하지요. 여튼, 고사리와 명이나물이 만났습니다. 고사리가 어두운 숲에서 잔뜩 움추렸던 팔을 쭈욱 펴 보이니, 냄새가 고약했던 명이나물도 기다렸다는 듯이 응수를 하지요. 은하수 같은 작은 별꽃들의 향연을 펼쳐 보인 겁니다. 명이(독일에서는 곰파라고 함)의 꽃은 부추의 그것과 흡사한데, 참 예뻐서 꺾어다가 서재에 꽂아 두기라도 하면 마늘향을 끊임없이 맡을 수 있습니다. 다시 적어 보면, 명이나물 꽃은 꽃꽂이 소재로는 부적합하다는 말씀. 그래도 흑림 몇몇 골짜기는 요즘 은하수 골짜기처럼 명이흰꽃들이 그득합니다. 흑림은 고사리의 보고라고 할 만큼, 어딜 가나 고사리 군락을 흔히..
명자꽃, 참 마음이 가는 꽃입니다. 우리나라 사람이면 누구나 한사람 쯤은 구체적인 '명자씨'의 얼굴을 떠올리지요. 저에게도 외사촌 언니 한분이 '명자언니'셨습니다. 그래서인지 이 꽃이름에는 외갓집 냄새가 나는 듯 했지요. 외가에도 저의 친가처럼 사촌 형제자매들이 풍성했는데, 기억 속의 명자언니는 수줍은 미소를 띈 하늘하늘한 분홍 꽃무늬 원피스를 입은 아름다운 젊은 여인입니다. 언니는 남미 아르헨티나로 이민을 이미 가셨는데, 그곳에서도 꽃무늬 원피스에 미소를 짓는 여인으로 상상이 되곤 했습니다. 명자언니는, 경남 중소도시 큰 집안의 외동며느리였는데, 무슨 연유인지 아이가 없었고, 그 때문에 부담도 크셨겠지요. 오죽하면 당시 목사이셨던 형부와 아예 고국을 떠나셨을까요....... 이상 명자꽃 기억의 명자언니..
올해 처음으로 탓밭엘 갔습니다. 이쁜 후배가 고국 부산에서 들깨 씨앗을 가져다 주었는데, 혹여나 파종 시기를 놓칠까 걱정을 하였지요. 지난 주 내내 흐리고 봄비가 내리는가 싶었는데, 도서관에 앉아서 무심코 바라 본 고목나무의 잎이 하루가 다르게 피어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하여, 하던 일을 잠시 덮고 씨앗봉지만 들고 텃밭으로 달려 갔습니다. 날씨 쾌청한 주말 오후인지라 많이들 나와 계시네요. 겨우내 안부조차도 모르고 지내던 텃밭 이웃분들의 인사가 이어졌습니다. "어쩜 그렇게 소식이 없었는지..." "겨울 동안 평온히 잘 쉰 모습이라"느니.... 반가왔습니다. 그 동안 텃밭동호회 회장께서 별세를 하셨고, 작년에 오누이가 새로 들어온 옆집은 이 봄에 어찌나 바지런한지 제가 늑장을 부리던 사이 집 한채를 뚝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