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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촌부일기/한포기생명 (84)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일 때문에 바우하우스에 들를 땐 늘 식물들의 방을 둘러 본다. 푸른 꽃의 품위 있는 홀텐지아 화분이나 하나 고를까 했지만, 우연히 본 요상한 맛들의 허브에 빠져서 당초에 목적했던 건축자재 사는 일까지 깜박할 뻔 했었다. 발트마이스터. 신비로운 녹색 푸딩을 만들 때와 오월에 마시는 술 마이볼(Maibowle)에 빠져서는 안 되는 허브이다. 흑림 숲엔 흔해 빠졌지만 불쌍한(!) 도시인들은 화분에 요만큼 든 걸 사야 하나 보다 ㅎㅎ 복숭아 세이지 맛을 보지 않았지만 잎에서 복숭아향이 나고 입에 넣으면 또 복숭아 맛이 날테지. 레몬맛의 치트로넨 티미안. 이 식물은 흑림 내 마당에도 있어서 이름표가 없어도 알아맞힐 수 있어. 음식의 맛내기는 물론, 목이 아프고 몸살 기운이 느껴질..
배경으로 보이는 먼 풍경은 카셀 시내 전경, 출장길에 동행한 이들이 발코니에서 내리는 비를 즐기고 있다. 흔한 출장이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여행을 함께 한다는 것, 그것도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의 형태와 함께 한다는 것을 단 한번 상상이라도 했던가. 여러 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출장길에 오르면서 어디다 부탁할 수도 없고 또 1주일여 동안을 돌봄없이 둘 수 없어 겨우 뿌리 조금 내린 어린 것들을 저렇게 데리고 왔다. 덕분에 트레일러를 따로 달고 아우토반을 서행해야 했지만, 아무리 생각하여도 참 잘 했다 싶다. 도대체 몇포기나 데리고 온 거야? ㅎㅎ 시간이 나면 한번 확인해 보아야 겠다. 오른쪽 노란 화분에 담긴 녀석은 어제 바우하우스에서 샀다. 아 주 달콤한, 설탕보다 더 찐하게 스윗한 풀이다. 멕시..
미국의 사슴님께서 보내주신 씨앗들이 싹을 내고 이렇게 성큼 자랐다. 이들 잎의 맥을 보면 내 손금과 참 닮았다. 아주 조그맣게 잎이 나와서 날마다 조금씩 펼치는 손바닥같은 애호박(오른쪽),오이(왼쪽) 너무나 간절히 청했던 씨앗, 결명자들이다. 왼쪽에 보면 싹들의 머리에 모자처럼 검게 쓴 것은 씨앗, 모습이 우습지만 스스로 저 모자를 벗을 때까지 기다린다. 너무 귀한 씨앗들인지라 보물과 다를 바 없다. 여긴 고들빼기 아가씨들. 씨앗이 아주 작아서 아껴 뿌렸음에도 아주 많았었나 보다. 촘촘한데 날씨가 풀리면 그때 땅으로 옮겨주리라. 갓끈콩이 씨앗들 중에 웃긴 모습이다. 처음 떡잎 2개가 나오며, 그 잎들도 또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나는 갓끈콩을 본 적도 없지만, 싹을 내는 저 모습 만으로도 신비롭기 짝이 ..
2주전 바쁜 일을 끝내고 뿌렸던 씨앗들은 땅 위로 어김없이 싹을 내밀었다 놀라운 생의 법칙. 일정 수분과 온도만 맞으면 망설임 없이 철벽 같은 껍질도 뚫었다 오밀조밀 자라는 새싹들을 남쪽으로 난 침실과 거실 창가에서 놓았다. 애틋한 어린 초록들에게 말 한다 내게로 와 주어서 고맙다고. 한군데 뿌려서 싹이 촘촘하게 난 토마토들을 한포기씩 나누어 심었다. 싹들을 옮길 땐(좀 우스울 수 있지만) 좋아하는 브란덴부르크 협주곡을 주로 듣는다. '싹 만지는 일만으로도 즐거운데 좋아하는 음악까지 들으면 순간 즐거움치가 극대화된다'는 나의 개똥이론이다. 이개똥이론은 요즘 즐기는 나의 카나비스 즉 마약인 셈. 위의 사진들은 그러니까, 기쁜 나를 봐주는 어린 싹들이 되시겠다. #. 사진의 4,5번째가 멀리 미국으로부터 온..
정확히는 나무를 심다 보니 어두워졌다. 겨우 4그루였을 뿐이지만 다둑이고 속삭이며 거의 기도에 가까운 심경으로 그들을 마당 식구로 들였다. 벚나무. 우선 꽃이 화사하고, 벚나무에는 버찌도 달린다. 독일엔 버찌들이 달콤한 것, 새콤한 것, 색이 진하여 거의 검정에 가까운 것도 있다. 나는 달콤한 것을 택하였고 특히 버찌가 하트모양이 된다는 것. 우리나라로 치면 복숭아? 여튼 그 종류라고 여겨진다. 함께 하면 좋을 것 같아 데려왔었고. 배나무는 우리나라의 것과는 모양부터 다르다. 나의 부모님들은 넓은 배밭을 가지고 계셔서 얼굴만큼 자란 큰 배를 보고 먹고 자랐다. 플라우메(Pflaume)라 불리는 내가 좋아하는 과일. 즐겨 먹기도 하지만 식재료를 맛나게 하는 소스를 담기에도 그만이다. 뿐만 아니라 장운동에도..
살다 보면 눈물이 핑 돌 만큼 감격스러운 순간들이 있지요. 엉겁결에 큰 선물을 받은 산골꼬마가 맨 처음으로 보이는 반응은 엉엉 우는 거잖아요. 대륙 너머에서 제 이름으로 보내신 수 ~ 많은 씨앗들을 보는 순간 저는 딱 그 산골꼬마의 모습이었답니다. 얼마만에 읽는 손편지인지요. 예쁘고 정성스런 손편지로 첫 줄에 '숲지기님'이라 쓰셨지요, 물론 저를 뜻하신 것이고요. 저의 초대손님들(한국어를 읽을 줄도 모르는)에게 편지를 번역하며 막 자랑 중이랍니다. 블로그의 친구님께서 귀한 씨앗들을 보내셨다고 하셔서 조마조마하며 기다리던 터였습니다. 사실은 12월 중순부터 기다렸는데, 아 글쎄 성탄 이브에 딱 맞춰서 제 우체통에 오셨지 뭡니까. 자세히 보면, 우편요금도 아주 큼직하게 지불하셨습니다. 황송합니다... 크리스..
제목 그대로 첫감 수확이다. 적어도 열 개의 감꽃들이 피었고 젖꼭지 만한 꼬마 감들이 올망졸망 달렸었지만 끝까지 감으로 남은 것은 단 한개였다. 독일 심심산골에 감나무를 심었던 것부터가 도전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작년 봄 꽃샘추위로 잎 내고 꽃 필 준비까지 하던 어린 감나무가..
강아지들은 반가움을 숨기지 못하는 성질이 있는데 무무 또한 그렇다. 별 장식 몇 개 달아놓고 종일 측백나무 옆에 서성인다. '무무'는 은비님께서 지어주신 멋진 이름, 이를테면 이유식 과정을 거뜬히 견디듯 나무는 물에서 흙으로 옮겨온 후 잘 적응하고 있다. 꺾꽂이* 이후 더 자라지 ..
꽃을 보려던 것이 아닌데 그 곳에 가면 철마다 꽃이 피었고, 꽃을 구하지 못할 땐 풀들에게 습기를 빌어 얼음꽃이라도 보였어.- 291018 눈이 올 것이라는 예보에 남은 마당꽃들을 주섬주섬 옮겨 왔다. 우리는 며칠을 더 함께 할 것이다. 꽃들은 나를 보고 나는 꽃들을 보고 이 글을 보수하며 ..
코스모스 꽃꽂이 하면서 나뭇가지 하나도 겸으로 꺾었었다. 코스모스들은, 꽃들의 속성이 그러하듯 오래 전에 시들었고 여전한 나뭇가지만 덩그렇게 사각 푸른 꽃병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런데, 일전에 물갈이를 하려다가 깜짝 놀랐다. 철없는 나뭇가지, 물 속에 뿌리를 내려 부단히 팽창하고 있었던 것. 어지간한 슬픈 영화가 아니면 눈도 깜박이지 않는 내가 이 광경을 보자마자 눈에 소나기를 내렸다. 방 주인이 얼마나 모자라는 인간인지 알기나 한지, 창가 작은 유리병에 뿌리까지 내리다니 어쩌자고, 뭘 믿고...... 가지를 꺼내서 접시에 눕히니 이런 모습 고민할 필요도 없이 이렇게 심어주는 일 밖에, 달리 무슨 방법이 있을까. 슬픈 물살이를 끝내고 새 흙터에서 창밖 경치를 감상 중이다 철 없으나 용감한 나의 나뭇가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