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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촌부일기/한포기생명 (84)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3월임에도 꽁꽁 언 대지에 쓸 데 없이 눈이 내리고 딱 금요일 오후를 맞춰서 잡아 두었던 약속을 기약없이 미뤘다 눈 때문에. 별 수 없이 책상에나 앉았다. 앉아서 펼쳐있던 책을 읽는 게 아니고(기분상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손에 잡히는대로 거의 즉흥적으로 도마뱀 한마리 뜨게질로 낳았다. 계획에도 없이, 후딱 낳게 되는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그것도 도마뱀을! 도마뱀 책꽂이,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를 해두는 책 사이 꽂이용. 이어서 꽃모양도 후딱 만든다 마가렛을 좀 닮은 것도 같은. 마가렛 하나 더. 도마뱀이든 꽃이든 책꽂이로는 꼬리가 길~~어야 한다. 길죽하게 책 아래까지 내려와야 읽던 책을 덮은 후에도 어디까지 읽었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코바늘 잡은 김에, 평소 요긴했던 생필품으로 눈을 돌린다...
꽃을 생각하였던 시간이 꽃 비슷한 결과물을 낳았다. 뜨개실로 꽃을 만든 것. 따분한 밤기차 여행 중에 태어난 꽃들이어서 더 애틋하다. 난생 처음 만들어 보았고, 안내 도형 없이 손가는대로 모험을 하듯 짰었다. 좀 덜 예쁘면 어떠랴, 내가 만족한다는데...ㅎ 아래는 뜨개질전문인들의 솜씨. 노루2018.02.08 05:40 신고 와, 하나 같이 예쁘네요!! 답글 수정/삭제 eunbee2018.02.08 06:12 신고 숲지기님은 아이디어 여왕에 손재주 공주 같죠? 그리고 글에서 읽히는 탁트인, 톡톡튀는 매력... 교수님도 그리 느껴지시나요? ㅎㅎ 엉뚱 질문. 통!!할거 같아서리~^^ 수정/삭제 숲지기2018.02.08 23:01 하하 괜히 올렸구나 싶습니다요 모르면 용감하다지요,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께 누를..
외부 자극을 받자, 식물이 마치 움직이는 곤충처럼 반응하며 잎을 접는 모습 나무 가지를 자를 때나 풀을 벨 때, 뿐만 아니라 잡초라고 생각하여 아예 뽑아낼 때도 마음 속에는 일말의 미안함이 있었다. "참 많이 아플텐데, 어쩌다가 너에게 몹쓸 짓을 하는구나...." 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요리를 할 때는 심지어 야채를 토막토막 썰고, 그것도 모자라서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이빨로 짓이기고 부숴서 삼키기까지 하니........... 야채들, 식물들이 없으면 인간은 존재 위협까지 당할 정도인데, 그들 우리에게 먹힘을 당하는 식물들은 어찌 느낄까? 나무는, 풀은 통증을 느낄까? 결론부터 말하면, 뉴런 즉 신경전달 구조와 물질이 없는 식물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 온 뒤 기온이 내려가서 꽃들이 꽁꽁 ..
올해도 씨앗을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작은 씨앗들을 모으고 말릴 때마다 곰여인 생각이 납니다. 오랫동안 마늘과 쑥으로 연명을 한 후에 빛나는 민족의 기원을 이룰 한 아이의 태생을 보았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춥고 어두운 굴 속에서 홀로 외롭게 견뎠을 곰여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굴 속인 듯 어둡고 단단한 씨앗 안에는 부모를 꼭 닮은 자식들의 유전요소 즉 DNA가 들어 있습니다. 잘만 하면 수백년이고 수천년이고 그 성질과 존재가 유지되고요. 참을성이 많았던 한 곰여인으로부터 우리 민족의 장대한 역사가 시작되었듯이 말이지요. 이 이야기에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신화는 신화스럽게 이해하는 것이 옳지 싶고요, 그래서 따지지도 묻지도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씨앗들이 책상을 가..
먼저 고추꽃은 맵지 않아요, 그저 앙증맞은 한 작은 꽃일 뿐이지요. 올해의 첫 꽃이 피었었습니다. 거의 4년을 키웠던 고추나무가 가시고 피워낸 꽃인지라 몹시 반가웠습니다. 싹 틔운 게 지난 겨울 영하의 추위에서부터였으니,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보는 꽃이라 해도 되지 싶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 귀한 첫 고추꽃을 따 주어야 한다네요. 귀동양으로 들었던 고추재배법 정석에 그렇게 나와 있다고 합니다. 어제 휴일, 거실 창가의 볕이 좋아서 선텐을 하고 있던 고추들을 찍었고요, 그저 꽃으로, 그것도 맏언니로 피어난 것이 좋은 철모르는 저 꽃을 따긴 따줘야 하는데..... 어찌 따버릴지....... 힘센, 심장 튼튼한 누군가에게 부탁이라도 할까 봅니다. 오늘은 원고 보낼 일 뿐이니, 일단 노가다일 마무리 하고..
벽을 타고 오르는 수국꽃나무입니다. 엊그제 심었지요. 넝쿨장미가 서 있긴 했는데 색상이랑 커 가는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줄장미 한포기를 애써 심었다가 단 하룻만에 수국으로 바꿔 심었습니다. 변덕하고는 ㅎㅎ 아래 사진들은 제 수국의 미래가 될 모양새입니다. 이런 꽃이 피고 이렇게 벽을 타고 올르 예정입니다. 오른쪽에 심을까 하다가 왼쪽으로 심었지요. 잘 자라주기를......... 댓글 7 푸른하늘2017.04.09 13:47 신고 벽을 타고 오르는 수국꽃이 있었군요. 저 꽃하고 똑같은 꽃이피는 꽃이 있지만 비슷한꽃이나 수국이라고 안부르던것 같았어요. 물론 덩쿨로 벽을 타고 오르지도 않고요. 저는 남편이 새 컴퓨터를 사줄지 의문입니다. 매번 제 컴은 큰딸이 사주었네요. 후로즌되어버려서 안꺼집니다. 저꽃..
어제 라인강가에서 독풀과 약초의 기능을 동시에 지닌 3가지 풀을 만났습니다. 저도 공부할 겸, 한번 써 봅니다. 1.늑대의 젖(Wolfsmilch) 늑대의 젖(Wolfsmilch) '늑대의 젖(Wolfsmilch)' 이 풀은 같은 이름으로 1년생과 다년생이 있고, 전 서계에 걸쳐 2160 종이 퍼져 있습니다. 독성- 풀대를 꺾어보면 정말 우유같은 진액이 흘러나오는데, 이 진액이 독성을 가지고 있어서 독초로 분류됩니다. 입으로 먹게 되면 동물의 경우,우리가 아는 고추의 캅사이신보다 1만 배~10만 배까지 통증을 유발할 수 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특히 열매를 섭취했을 시에는 사망할 수도 있다고 합니다. 열매는 이렇게 생겼어요. 약효 - 대부분의 독초들이 그러하듯, 이 늑대의 젖의 경우도 귀한 약초의 기능을..
"고추나무를 추억하며" 족보는 딱히 없었습니다. 어쩌다가 사온 고추가 혓닥이 얼얼할 정도로 매웠다는 것때문에 그 고추의 씨앗 몇 개를 화분에 뿌렸을 뿐이었습니다. 시작은 이렇게 사소했지요. 제라늄사이에서 첫해는 고추 한두 개 열렸었던가 존재감도 거의 없이 지냈지 싶습니다. 봄이 되어 화분의 흙을 갈아주려고 보니, 고춧대로 추정되던 줄기에서 새싹이 돋고 가지 몇 개가 쑤욱 솟아났던 거예요. 그때의 경이롭고 놀라왔습니다. 고추나무가 1년 이상 생존하는 것을 처음 보았으니 말입니다. 제라늄화분에서 당장 다른 화분으로 고추나무를 옮겨심었습니다. 세들어 살던 연립주택에서 단독주택으로 이사를 시킨 격이었지요 하하. 내심 아주 뿌듯한 마음에 저는 이리저리 자료를 찾아보고 저의 고추나무의 족보연구도 합니다. 남미에서 ..
꽃이 없어도 봄이 봄 다울까요? 가끔 생각을 합니다. 꽃은 우리에게 형용사 같고 감탄사 같은 것이라고요. 그때그때 처한 상황을 더 극적이게 묘사를 한다고요. 이를테면 기쁜 순간을 꽃이 곁에 있어서 더 기쁘게 해주고, 슬픈 순간에도 꽃은 슬픔을 더 승화시켜주지요. 성의 뜰에 푸른 잔디꽃이 만발했습니다. 이름이 참 많습니다. '눈속의 찬란함(Schneestolz)' ,'별히아신스(Sternhyazinthen)'라고 하고 원래 고향인 크레타 섬으로부터 여기까지 이주를 해 왔습니다. 하나씩 보면 그저 애잔한 아주 작은 꽃이지만 무리를 지어 피면 푸른빛으로 깔린 아주 근사한 카펫처럼 보입니다. 숲에서 처음 봄을 알리는 크로쿠스 무리들도 만발했네요, 꽃을 보기 위해 일부러 빙~ 둘러서 걸었습니다. 별 규칙 없이 아..
보이는대로 이름을 붙였습니다 '떡토마토'라고요. 작년 12월 정신없이 바빴던 어떤 날 저의 시장바구니에 담겨 왔을 토마토입니다. 그런데 보세요, 녹색의 꼭지가 말라서 돌아가도록 먹지를 않았습니다. 이런 어쩌나,,,, 그때 번개처럼 스치는 것이 있었으니, ' 씨를 한번 받아 볼까?' 하는 생각이었습니다. 두 동강으로 예쁜 떡토마토를 잘라보았습니다. 토마토는 속에 팍팍한 분이 날 지경으로 아주 잘 익었습니다. 겉모습만큼 속도 꽉 차고 아름다운 토마토였지요. 이 정도로 푹 익은 토마토는 글쎄요, 요리에도 쓰임새가 적지 않을까요? 각종 셀러드에도 탱탱하게 갓 붉은 토마토만 넣었던 것 같아요. 토마토의 씨앗을 얻을 땐 따로 씻지 않고 보이는 저 물컹한 것들까지 같이 말려야 한다고 언젠가 자급자족 세미나에서 배웠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