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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생각해 보니, 11월이어서 참 좋다. 한해의 계획을 주로 11월에 하는데, 내년 다이어리를 받았고 그 안에 큰 묶음의 계획을 세우는데 머릿속이 비좁도록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거의 매년 작은 것만 쓰다가 할일이 많은 내년을 대비해서 큰 다이어리로 바꿨다. 시간이 7시부터 19시까지 , 그러니까 일 하는 시간을 나눠 쓰도록 한 것이다. 애써 바꾼 글씨체로 저 큰 다이어리를 채워 간다는 상상은 요즘 가지는 소박한 기쁨이다. 작은 다이어리도 내년 것으로 두어 개 더 구입했다. 자꾸 되뇌이긴 뭣하지만 교정한 글씨체로 재미 좀 보려는 속셈으로... 이 정도 사치쯤은 부려도 되잖을까. 어떤 허기졌던 아점심, 날짜가 언제였더라?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집 청소를 한 휴일이었지 싶은데... 그날 머슴 센드위치를 ..

모과 /정호승 가을 창가에 노란 모과를 두고 바라보는 일이 내 인생의 가을이 가장 아름다울 때였다 가을이 깊어가자 시꺼멓게 썩어가는 모과를 보며 내 인생도 차차 썩어가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모과의 고요한 침묵을 보며 나도 조용히 침묵하기 시작했다 썩어가는 고통을 견디는 모과의 인내를 보며 나도 고통을 견디는 인내의 힘을 생각했다 모과는 썩어가면서도 침묵의 향기가 더 향기로웠다 나는 썩어갈수록 더 더러운 분노의 냄새가 났다 가을이 끝나고 창가에 첫눈이 올 무렵 모과 향기가 가장 향기로울 때 내 인생에서는 악취가 났다 눈길 /문태준 혹한이 와서 오늘은 큰 산도 앓는 소리를 냅니다 털모자를 쓰고 눈 덮인 산속으로 들어갔습니다 피난하듯 내려오는 고라니 한마리를 우연히 만났습니다 고라..

지난 내 생일날부터 글씨체 교정에 들어갔었다. 어언 몇 개월이 지나니 자리잡아 가는 느낌이다. 이 일을 왜 단행했는가 하면 일단 손글씨 쓰는 작업을 다시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그 작업을 하고도 내 글씨를 나 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는 참사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었다. (이부분에서 참 웃기는 게, 독일어나 영어는 날림체가 아닌데 유독 한글만 지렁이로 그렸단 말씀) 선택한 글씨체는 빨리 쓰고, 쓰고 나서 읽기에 수월한 것으로 골랐다. 실습에는 만년필로 또박또박 하루 몇 장씩 일기를 썼다. 기회가 되는대로 아무 글이나 필사도 하였다. 양적으론 1달에 얇은 노트 1권을 썼다. 처음 쓸 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꾸만 옛날 글체로 되돌아 갔었다. 그래도 기다리며 의식적으로 꾸준히 몇 개월을 하니 아주 천천히 교정..

10월이 깊어 가고 있다. 안개 끼고 찬바람 쌩쌩했던 예년의 10월을 까맣게 잊고 지내는 요즘이다. 겨울 난방비가 비싸질 거라는 걱정을 알아듣고 누군가 도와주기라도 하는 듯 이번 10월은 포근하고 요 며칠은 여름이 되돌아 온 듯 25도를 웃돌았다. 손 가는대로 이것저것 따서 말리는데 꽃차 만드는 방법을 배운 후론 광주리에 담아 말리는 종류가 더 다양해 졌다. 덖음 후 건조기에서 하룻밤 말리고 다시 저렇게 오른쪽 아래 위 광주리에서 햇볕 쬐기를 하는 게 메리골드 꽃차이다. 위엔 오랜지색 꽃이고 아래는 검붉은 메리골드꽃들, 장미도 가장 예쁠 시기에 따서 밀리는 중이다. 건조기에 넣어 말렸더니 색상과 형태보존에 있어 양호하다. 섞음꽃차를 만들며 장미 몇잎씩 고명으로 넣을 예정이고 첫눈 내리는 추운 날 붉은 한..

마지막에 /파울 클레* 마음 한 가운데의 유일한 부탁으로 걸음을 망설인다. 고양이 만한 작은 것처럼: 귀로 소리를 나르고 발로 걸음을 옮기는 그 모습 결코 되돌리지 않는 몹시 얇으나 경직된 얼굴 꽃만큼 아름다우나 무기로 완전 장착하였으니 원래부터 우리 의지와는 관련 없다. 이 시집, "인상주의 시"에서 화가의 시를 읽었다. 시작 연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혔다. * 파울 클레(Paul Ernst Klee 1879 뮌헨 - 1940 스위스 ) 우리가 아는, 안다고 여기는 그 파울 클레가 맞다. 그가 그린 그림들이 경매 최고가를 갱신하던 그 클레 말이다. 화가로서 바이올린연주에 뛰어났고 사상가에 시인이기도 했다. "인상주의 10년의 시"를 읽던 중 우연히 그의 시 2편을 만났고 그 중 짧은 하나를 옮긴다. ..

이 사진이 앞 글 끝부분. 사방이 어두워지는 중에 오두막에 켜 놓은 불빛은 홀로 떠오르는 밝음이 되었다. 오두막의 창 같은 저 유리면은 한때 독일에서 매우 유행한 유리벽돌(벽돌처럼 견고하되 햇볏은 통과시키는), 내가 고른 자재는 아니고 저 오두막을 지었다는 H할아버지의 의기양양한 설명을 오래 전에 들은 적이 있다. 빠득빠득 버티며 외가지를 딛고 선 내 자존감에서처럼 청포도 넝쿨에도 가을이 왔구나. 말라 쪼그라 드는 야생 포도를 씨앗째 먹는데, 검은 물체가 하늘로 푸드득 날았다 허기진 저녁새의 밥상을 내가 어지렵히고 있었구나. 그런가 하면 후미진 발밑에도 긴장한 한 덩이 큰 밤송이, 나 때문에 놀라 가던 걸음 멈춘 고슴도치다. "나 절대로 도치 아니야!"라고 말 하듯 웅크린 녀석. 오른 쪽으로 어둡게 더 ..

버찌 만한 총각무들. 가뭄에서 시작하여 가뭄으로 끝을 낸 지난 여름이 제 딴엔 버거웠다는 다른 표현이다. 그래도 동글동글 살아준 게 어딘가. 밭에 와서야 위로를 얻던 부족한 주인 때문에 네 잎에 구멍이 이리도 많아졌다니. 얼룩무늬토마토 해가 짧아지니 벌써 몇 주째 더는 익지 못하고 있다. 쉼 없이 수확했던 바질, 바질리쿰. 저 보랏빛 순을 잘라 소금과 함께 절구에 찧어 펴말리고 그것을 다시 절구에 찧으면 너무나 괜찮은 바질소금이 된다. 몇 포기는 화분으로 옮겨 오는 겨울을 집에서 나게 해야지. 노쇠한 들깻잎. 때가 되어 꽃을 보이고 또 그 속에 들깨까지 영그는 중대사를 치르느라 급격히 늙었다. 도무지 붉어지지 않는 고추들, 미쳤나봐! 사실은 붉은 고추 몇 개가 숨었다. 잔디 가장자리에 호박줄기가 있다. ..

메리골드차를 만들다, 선한 영향력으로 숲 지기 2022. 10. 14. 03:57 수정 공개 삭제 이름도 까마득하여 그냥 주황색 꽃이라 했는데, 어감도 예쁜 메리골드꽃이다. 에스더님이 서울에서의 고품격 쇼핑 목록에 이 꽃차가 있었고 첫눈에 마음에 들어 귀찮을 만큼 질문에 질문을 거듭하여 결국 차로 만들어 마셨다. 텃밭에 흔하디 흔한 꽃을 우선 따 모았다. 꽃인심이 좋아서 초여름부터 첫 서리가 내릴 때까지 환한 주황꽃 잔치를 쉼 없이 이어가는 꽃이다. 꽃잎이 빳빳한 어린 꽃만을, 이 만큼 따왔다. 키우기가 워낙 만만해서 마당 텃밭 발코니 창틀..... 틈이 생기는대로 심고 또 꽃을 본다. ㅗ 자 이제 꽃차를 만들어 볼 차례. 아주 크고 무거운 무쇠솥들을 용케 찾아냈다. 나무 주걱에 또 두꺼운,, 그 뭐랄까..

우리 삶 속으로 바이러스악몽이 침투하고 몇년 만에 함께 한 친구 생일행사였다. 첫 느낌은, 어찌하여 우리가 이토록 초고속으로 늙어 있을까 였다. 우리도 우리지만 요 몇년 사이 친구들 남편들은 폭삭 중늙은이가 되었다. 하긴 남얘기가 아니지. 불과 몇 년 사이에 세월이란 깡패가 우리에게 뭔 짓을 한거야? 농부의 정직한 팔둑에 그냥 웃음만 나온다. 밤 사진에서도 숨지 못하는 손마디는 돌을 만지는 조각가의 것만 같다.. 친구네는 나이를 그저 먹는 게 아니란다. 가족이 낸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이집 생일잔치 전통이라는 것. 친구는 족히 스무 개는 되어 보이는 단어쪽지 문제를 받았다. 상징 단어가 적힌 쪽지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오늘부터 제 나이대로 인정된다. 위의 사진은 친구 어릴 때의 사진첩을 뒤지며 상징단어..

오늘은 이네스 생일, 한달 전부터 그녀 남편으로부터 비밀 초대가 있었고 나 또한 초대에 응한다고 비밀 리에 응답을 했었다. 절친 생일이 가까와 지면서 며칠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친구에게 가져갈 선물을 생각하는 일도 기쁨의 하나, 그러나 친구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아무리 생각하여도 도무지 모르겠다. 약국을 하는 친구이고 어지간 한 것은 약국에 다 있으니 말이다. 결국 생각해 낸 것이 이틀 걸려 완성한 위의 코바늘 뜨기 엄지장갑. 색상도 친구가 좋아할 법한 것으로 골랐고 아래처럼 포장하여 사랑과 신뢰의 상징인 로즈마리 가지하나에 축하의 글귀가 새겨진 끈으로 묶었다. 그 다음은 농부인 내가 추수한 한해의 농작물들을 선물하기로 한다. 추수한 여러 작물을 탁자에 먼저 올려 놓고 장식으로 허수아비님도 어렵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