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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일전에도 풀밭식사의 글을 올렸었다. 어느 분의 댓글에 풀밭식사의 기회를 가지려면 '연애를 하시라'는 조언을 했었다. 들깨밭을 매는 중에 생각이 나서 피식 웃었다. 도시락 까먹는 것과 연애가 무슨 상관이람. 댓글을 교정할까 하다가, 가져간 도시락을 풀밭에 펼쳐 보이기로 했다. 이렇게, "혼자서도 잘 먹어요" 사진을 위해 약간의 연출을 했고 도시락을 펼치기 전, 오늘 마당에서 제일 예쁜 장미 한 송이에게 도움을 청했다. 평소에는 무심하게 도시락만 까먹는데, 오늘은 꽃 한송이 더하니 금세 장미빛이 되었다. 참 별 것도 아니지만, 마치 별 것인 것처럼. 먼저 불고기다. 상추와 불고기를 켜켜이 3단으로 쌓았고 2무더기니, 6번의 상추쌈이 되는 셈. 밭에서 딴 요하네스딸기는 새콤달콤 반찬. 오른쪽 녹색 이파리 속에..
5월은 서둘러 갔고 이제 막 6월에 와 있습니다. 하는 수 없이 6월에 닿은 게 아니라, 우리의 의지로 새달을 맞았으므로 당당합니다. 6월엔 수동적일 수가 없지요. 지구 북반구에 발 딛고 사는 생명을 가진 그 어떤 것도 잎을 내고 손을 흔들다가 문득 튼실한 가지 하나을 뻗습니다. 6월의 숲은 날마다 녹색으로 덧칠을 하는 듯 흑녹색이 됩니다. 이름하야 이곳이 흑림이지요. ...... 하필 이런 때에 저는 카프카의 이 떠오릅니다. 굳이 변명하자면 극의 그 끝에 또 다른 극은 있다고나 할까요. 벌레로 변신한 그레고르는 가족들의 불편과 냉대를 부르고, 급기야 아버지가 던진 사과에 맞아 떠나게 됩니다. 수동의 극치이자, 문학의 잔혹성을 말 할 때 더 좋은 예가 있기나 할까 싶을 정도지요. 그야말로 변신입니다. 6..
여름 기분이 물씬 났던 하루, 썬크림에 썬글라스에 챙이 넓은 모자까지 갖추면 햇볕 따위는 아무 문제가 아니다(, 라고 여겼다). 그런데 땡볕 농장은 너무 더웠다. 휘청 굽은 지름 3m짜리 암펠 양산의 그늘에서 간간이 휴식을 취하고 준비해간 아이스크림과 도시락도 다 까먹었는데도 30도를 웃도는 초여름 더위는 견디기 힘들었다. 더구나 브렘제라는 아주 성가신 쐬기 날벌레에게 쏘여서 그 자국이 햇볕과 땀으로 더 쓰리고 더 붓고 열도 더 나곤 했었다. 자그마치 1시간 여를 뙤약볕에서 버티다가 항복, 집으로 줄행랑을 쳤다. 서둘러 찍었던 오늘 농장 사진 몇 컷이다. 특히 흰 개양귀비, 양귀비꽃에 대해 잘 몰라서 본 적이 있는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여튼 들양귀비를 몹시 아끼시는 슈누커님의 고견을 기다려야..
오디는 뽕나무에 열리는 까만 색의 과일이다. 과일? 과일이 맞긴 한건가? 딸기보다는 작고 산딸기보다는 조금 큰 아주 달콤한 맛의 수확물이다. 어린 뽕나무를 심은지 4년만에 이렇게 풍성히 오디가 달렸다. 키도 물론 장대같이 멀쑥하게 컸다. 사춘기를 맞은 사내아이처럼 호기심 가득한 나무가 하늘로 땅으로 손발을 뻗는 중. 나무가 높아서 깨금발로도 오디에 다다르지 못한다. 하는 수 없이 사다리까지 동원했다. 손과 입이 시꺼멓도록 따먹고 여분은 이렇게 담았다. 기특한 나의 오디들. 먼저 이웃들에게 오디맛이 어떤지 한줌씩 돌렸는데, 난생 처음 맛본다며 즐거이 드셔준다. 바로 이웃인 울리케만이 오디맛에 대한 첫 소감을 "뭔가 부족한 단맛"이란다. 부족하면 어떠랴, 보리밭 너른 풍경에 종달새 노래를 들으며 익어 갔던 ..
장작을 태운 열기로 달리는 기차를 타고 오월을 달렸다. 성(城) 주변을 걸을 때 만나는 이 기차, 타보긴 또 몇 년 만인가. 채식부부를 초대한 날, 점심을 먹고 가볍게 성 안팎을 산책을 하던 중 거의 즉흥적으로 기차에 오른 것이다. 승객들은 아이들과 아이들의 부모들 일색이었지만, 우리 셋 어른도 그들 못잖게 한껏 들떠 있었다. 사진들은 기차가 출발하면서부터 중간에 본 것들, 그리고 도착하여 기차를 둘러 본 것들이다. 오월 숲에 연기가 풍풍 일고 있다. 마치 둔탁한 목관악기의 고음과도 같은 기적 소리가 이 순간 쭉쭉 뻗어가기도 했다. 뿌뿌~~~~~~~~~~~~~~~~~~ 뿌뿌~~~~~~~~~~~~~~~~~~ 여기서부터는 열차 착석 후 찍은 사진들. 출발전에 역무원 아줌마가 승객들이 내민 차표에 일일이 도장..
풍경은 놀라우리만치 작년과 흡사하다. 그럼에도 신선할 뿐이다, 마치 처음 겪는 봄처럼. 누가 취미가 무엇인지 물으면 이제는 할 말이 있다 "밭매기요". 진짜 농부님들이 들으면 혀를 찰 일이지만 나에게 밭매기는 온몸운동을 겸한 명상이다. 이 명상은 머릿속이 복잡할수록 요긴하고 또..
나의 테오 형제들. 지독한 전염병이 창궐하였다. 인간을 숙주로 하여 기생하는 전대미문 새로운 종의 미생물이 나타나 한 사람을, 아니 한 마을을 한 나라를 아니 전 세계를 송두리째 점령해 갔다. 감염이 되면 가장 먼저 인지 능력에 신호를 보내는데 미친 듯 날뛰고 흥분하는 것이 그것이다. 뿐만 아니라 감염자는 자신의 생각이 가장 옳다는 신뢰를 가지고 자신만의 도덕성, 학문적인 다달음, 외골적인 신앙을 철저히 신봉한다. 이로써 내 것이 아닌, 내 생각이 아닌 것을 배격하고 불신하니 사회는 험악해지고 그에 따른 불안이 날로 커져만 갔다. 전염병은 마치 회오리바람 같았다. 병이 퍼져갈수록 사람들은 자신과 다른 생각을 가진 타인을 보는 것이 고통스러워 졌다. 슬픈 가운데 분노하였다. 판단력의 혼란에 빠진 나머지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