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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촌부일기 (154)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유난히 올해 나는 텃밭에서 무능하다. 여름이 되면서부터 여기저기 설치던 코스모스가 이제는 대놓고 섭정을 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꽃들이 저토록 뻔질나게 길 섶에 나와 놀아도 교통정리를 할 엄두도 못낸다. 눈치껏 조심조심 비켜다니는 저 길도 여차하면 막아버린다 할까봐. 기세 등등하던 고추밭 상추밭은 기가 팍 죽었고, 토마토밭은 지들끼리 바빠서 참견도 안 한다. "연분홍 치마의 꽃바람이 휘날~ 리더~ 라~ " (더 이상은 모름 ㅎㅎ)~ , 이런 가사의 뽕짝이 연상되는 코스모스꽃들 꽃들의 춘추전국시대. 누구든 좋아, 맘대로 펴봐! 마치 누가 그러기라도 한 것처럼 ㅎㅎ 작은 별들처럼 꼬꼬마 흰꽃을 무리지어 핀 것은 부추, 코스모스 등살에 숨어숨어 피었다. 얼마간은 저들의 세상에서 꼼짝도 못하고 지낼 듯 하다. 여..
추수를 하고 있다. 농장의 풀과 나무들이 저마다 조상에게로 받은 모습으로 열매를 맺었다. 어떤 것들은 정성껏 돌보았고 어떤 것들은 마치 남의 집 자식처럼 쳐다도 안 봤는데, 보란 듯이 아름드리 결실을 선물한다. 윗줄 오른쪽이 성직자의 모자고추 혹은 종모양고추, '2017년 그해의 고추'의 영예를 차지했던 종류. 맨 아래 오른 쪽은 검은 토마토. 가만 보니, 내 의도보다는 자기들 배짱대로 자란 것들이 대부분이네. 애호박은 안 자라고 안 열리기로 동맹이라도 맺은 듯 알뜰하게 제자리 멈춤을 하였고, '성직자의 모자'라는 이름의 고추(혹은 종모양고추)는 가지가 부러질지 모르니 게으름도 좀 부리며 자라라 했건만 듣는 둥 마는 둥 하루가 다르게 저 종모양의 고추를 새로 달고 나왔었다. 오른쪽 보라감자 사이에 하바네..
고추를 말립니다. 앞 뒤 줄 서게 하고 이 접시 저 접시 옮기는데 이래도 되나 하는 아 그 느낌 있잖아요. 홀로 꼬부라지는가 하면 남몰래 붉어지는 고추도 있어요. 우리 다 어른이니까 딱, 깨놓고 옮겨 봅니다. 작년 가을쯤 중년신사의 한국분께 유독 아삭하고 또 큼직했던 풋고추절임을 받은 적이 있어요. 저도 반은 농사꾼인지라 그 비결이 궁금했습니다. 그분 왈, 자기는 고추농사를 지으며 거름 같은 건 안 준다고요. 다만 아내에게 부탁하여 밤마다 고추밭에서 뛰어놀게 한답니다. 이해되셨습니까? 저 이 말 이해하는데 여러 날 걸렸습니다 하하 댓글 12 이쁜준서2018.08.28 23:34 신고 건고추 말리기가 진행형입니다. 조~오기 남몰래 붉어지고 있는 고추도 보입니다. 그 참 어감이! 그래서 고추포기, 풋고추, ..
매일같이 따고 따는데도 앞을 다투어 익어간다 아름다운 토마토가. 작년 러시안 가게에서 한톨 쟈이언트 토마토 사온 것을 씨 받아 싹 내고 키웠는데 올해도 같은 방법으로 이만큼 키웠다. 토마토들은 나를 믿고 성실하고 예쁘게 자라서 이토록 아름다운 토마토들을 매달고 있다. 수확한 많은 토마토들은 지인들과 나누고, 길 잃고 우연히 들른 모르는 사람들에게도 나누고, 그래도 남는 것은 이리저리 다양한 방법으로 나누고 있다. 내 농장의 토마토 가운데 가장 맛깔스런 칵테일토마토. 씹으면 톡톡 터지는데, 그 향이 또 일품이다. 내 것과 슈퍼에서 파는 토마토는 다르다. 모양부터 맛까지, 어떻게 다른지는 굳이 설명하지 않겠고 ㅎㅎ 단편적이긴 하나 이번 생에서 농부가 되어보길 참 잘 했다. 깻잎도 올핸 어찌나 번성했는지, 수..
풋고추를 길러서 보리밥 쌈을 먹겠다는 갈망을 드디어 이뤘다 요렇게~~~ . 쌈장*과 야채들 풋고추와 토마토 상추 깻잎 미나리 부추....... 텃밭 작물들이 총출동하였다. 꽁보리밥은 사실 보리밥이 아닌 딩켈(Dinkel ,밀의 한 종류)로 지은 밥인데 씹을 때 톡톡 터지는 듯한 식감이 그만이다. 동글동글 도토리 만하게 한쌈 크기로 뭉쳐 놓았다. 탄수화물 과잉섭취를 막으려는 자구책의 하나로. 양이 엄청 많다. 먹어도 먹어도 남아서 도시락으로 싸 두었다. 오후에 풀밭에서 또 먹지롱! 손바닥이 꽉 찰 만큼 쌈을 싸서 입을 아주 크게 벌리고 아~~~~~~ *쌈장 재료- 삶은 렌즈콩에,레드와인,대파,마늘,식초, 고춧가루,매실 비슷한 과일절임(없으면 과일잼 혹은 과일 으깬 것),소금, 볶은참깨,후추,올리브유(식물성..
혼자 보기 아까울만큼 아찔하게 핀 코스모스들. 피는 지도 모르게 장관을 이루는 숲과 산의 꽃들에 비하면야, 나라도 오후 한때씩 보고 있음이 덜 섭섭할지도 모르겠다 예쁜 코스모스들아. 사실은 이 사진을 잘 찍으려 했다. 콩넝쿨들, 삼베줄을 쳐 주었더니 말끼를 척척 알아 듣고 바로 줄을 타더라. 질풍노도의 사춘기를 거치며 배회했던 우리네처럼, 고개를 휘저으며 이리저리 둘러 보는 저 순은 가까운 날에 다시 돌아와 꿋꿋하게 줄을 타게 될 것이다. 식물과 나의 묵언의 대화, 내가 제안을 했을 때 "응 그래? 그럼 그러지 뭐" , 한마디 대꾸도 없이 바로 따른다. 이런 광경을 목격하는 일이 얼마나 황홀한지, 모르는 사람은 모른다. (사실 몰라도 아무 상관이 없지만) 보라색 줄기는 제비콩 줄기 다시 코스모스 사진 코..
아무 것도 할 수 없다 토마토 때문에. 현대판 노예가 연상되는 나와 수십 포기 토마토들 사이 생겨난 철저한 종속관계. 코앞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임에도 당최 믿기지 않는다. 시녀나 몸종인 나는 상전인 토마토들에게 날마다 물을 갖다 바치고 있다 그것도 자발적으로 말이다. 이제 막 붉기 시작한 토마토들, 이 엄청난 양을 내가 다 먹을 수도 또 팔아서 이익을 볼 것도 아니고 말이야! 한 번씩 물 주기를 빠뜨린다고 어떻게 되는 것도 아닌데 말이야! 나의 뇌는 이미 토마토에게 일념하도록 프로그래밍 되었다. 휴가도 갈 수 없고(말이야!) 심지어 출장도 미루거나 당일치기로만 간다. 작년까지는 옆집 리햐르트 할아버지가 나 대신 물도 주고 하셨지만, 올핸 그 마저도 어렵다. 할아버지가 '우리 서로 말을 놓고 지내자'고 제..
꽃에게 말을 건다 접시꽃은 '당신'이라는 2인칭 은유로 알려져 있으니*. (시를 두번 읽지 않되, 그 은유만 고맙게 빌어 쓴다) 바야흐로 밭에는 수 많은 당신들이 피고 있어 외마디 인사로도 꽉 차게 덧칠 한다 오후라는 긴 스케치북에. -숲지기 꽃잎잎잎 한장씩 펼치며 하는 말을 듣다 보니 어느새 나는 수다장이가 되었다. 꽃밭 풍경 /오세영 "아름답게 살자" 고 쉽게 말하지 마라. 아름다움도 때로 죄가 된다는 것은 꽃밭에 가 보면 안다. 빛과 향이 지나쳐 영혼을 몽롱케 한 그 죄. 울안은 각자 수인의 명패를 달고 인신 구속된 꽃들로 만원이다 "아름답다" 고 함부로 말하지 마라. 어차피 삶은 원죄의 소산. 사랑이 죄가 되는 자들의 교도소가 거기 있다. - 시집 꽃을 길렀더니 덤으로 집식구까지 늘었다. 불꽃딱정..
토마토밭에서 기어이 일이 터지고 말았다. 이제는 감출 수도 없다. 소문대로다. 뿌리는 깊어질대로 깊어져 가고 목을 휘감으며 타올라 가는 손은 하루에도 한뼘씩 늘어 간다. 언제부터였냐고 물으려 하니 알토란 같은 새끼토마토들 주렁주렁 내보인다. 만나지 못하는 밤 동안은 알이 더 굵어진다니, 멈출 수 없는, 멈추기엔 너무 늦은 연애. (바라만 보기에도 아찔한 나날들이다) 씨앗부터 아니, 깨알 만한 씨앗을 늙은 토마토로부터 얻는 것부터 시작했었다. 떡토마토 즉 자이언트토마토들 내 밭의 식구들, 기쁘게 줄 지어 산다. 적상추들이 낯선 토마토 동네에 이사를 왔는데, 나름 잘 적응하고 있다. 보이는 토마토들은 옥슨헤르츠(Ochsenherz) 즉 황소심장이라는 종류. 토마토 옆에 상추, 그 옆에 고추 또 그 옆엔 상추..
볼 때마다 냄새 맡을 때마다 눈과 코를 수려하게 하는 작은 보라꽃, 그 예쁘고 그윽한 향의 라벤델*을 어제 수확하였다. 건조를 시키느라 펼쳐 놓으니, 방안에 기분 좋은 향이 가득하다. 이들을 작은 베주머니에 담아 울소재 옷들 속에 넣으면 좀약 대용으로 옷장 신발장 통로에 두면 방향을 얼마간 책임져 줄 것이다. 또한 라벤델은 식용유에 우려내면 라벤델유, 뜨거운 물을 부어 마시면 라벤델차*가 된다. 차는 예로부터 숙면제, 정서불안(특히 두려울 때) 특히 머리를 맑게 해야 하는 공부하는 이들에게, 과식으로 속이 더부룩 할 때와 신경성 장염 증상에 널리 애용되어 왔다. 그런가 하면 라벤델유는 호흡기 질환과 로이마 근육통에 라벤델이 유용하다. 아주 드물게 몇가지 주의사항*만 지킨다면 버릴 게 하나 없는 고마운 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