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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촌부일기 (154)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카셀 시내 중심가 미니 공원이다. 의자에 오래 앉아 있어야 했던 며칠 간 '뻐근뻐근, 찌끈찌끈' 무릎과 여타 근육들로부터 신경을 좀 써 달라는 신호를 보내왔었기에 잠시나마 짬을 내어 공원을 걷는다. 계절이 바뀌면서 공원 길섶에는 바지런한 봄꽃들이 나직나직 나와 피었다. 느릿느릿 거닐던 중, 등나무 가지들에 시선이 갔다. 어디 자세히 보자. 성장할 나무를 철심으로 뼈대를 가둬서, 나무는 마치 절심과 한 몸인 듯 커 버렸다. 나무는 나무이고 철은 철이어서 둘 사이엔 절대로 교감이 없음에도 말이다. 견고한 철의 폭력을 연한 나무가 당할 재간이 없지! 등나무의 거의 모든 가지들이 무언의 비명을 지르고 있다. 아프겠다...... 끝내 나는 물었다. 나랑 숲으로 갈래? 나무는 대답대신 여기저기 철심에 휘둘린 속살만..
씨앗을 심었더니, 저마다의 생명계획표대로 싹이 났다. 소록소록 돋는 싹들을 보는 일은 호머의 서사시를 읽을 때 만큼 드라마틱하다. 씨앗으로부터 나왔을 때, 흙속을 헤집으며 더듬더듬 뻗으면 뿌리가 되고, 태양을 향해 돌진을 하면 새싹이다. 고생했어, 마음으로 쓰다듬는다. 고로, 내가 싹들을 돌보기 보다는 싹들이 나를 돌본다는 게 옳다. 쑥쑥 솟아 오르는 싹들을 보며 얼마간 우울했던 머릿속을 깔끔하게 청소했으니 말이다. 내 집에서 태어나 준 초록식구들을 축하하며 음악을 들려주었다. 그래서 물방앗간 아가씨(빌헬름 밀러 시/슈베르트 곡)를 들려주었지. 수줍은 총각이 물방앗간 아가씨를 남몰래 연민하는 노래....... 그러게, 짝사랑 만큼 비인간적인 게 세상에 또 있을까. 씨앗들은 이렇게 먼저 한 곳에서 한웅큼씩..
3월임에도 꽁꽁 언 대지에 쓸 데 없이 눈이 내리고 딱 금요일 오후를 맞춰서 잡아 두었던 약속을 기약없이 미뤘다 눈 때문에. 별 수 없이 책상에나 앉았다. 앉아서 펼쳐있던 책을 읽는 게 아니고(기분상 책이 눈에 들어오지 않아서), 손에 잡히는대로 거의 즉흥적으로 도마뱀 한마리 뜨게질로 낳았다. 계획에도 없이, 후딱 낳게 되는 기분이 이런 것이구나 그것도 도마뱀을! 도마뱀 책꽂이, 어디까지 읽었는지 표를 해두는 책 사이 꽂이용. 이어서 꽃모양도 후딱 만든다 마가렛을 좀 닮은 것도 같은. 마가렛 하나 더. 도마뱀이든 꽃이든 책꽂이로는 꼬리가 길~~어야 한다. 길죽하게 책 아래까지 내려와야 읽던 책을 덮은 후에도 어디까지 읽었었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코바늘 잡은 김에, 평소 요긴했던 생필품으로 눈을 돌린다...
꽃을 생각하였던 시간이 꽃 비슷한 결과물을 낳았다. 뜨개실로 꽃을 만든 것. 따분한 밤기차 여행 중에 태어난 꽃들이어서 더 애틋하다. 난생 처음 만들어 보았고, 안내 도형 없이 손가는대로 모험을 하듯 짰었다. 좀 덜 예쁘면 어떠랴, 내가 만족한다는데...ㅎ 아래는 뜨개질전문인들의 솜씨. 노루2018.02.08 05:40 신고 와, 하나 같이 예쁘네요!! 답글 수정/삭제 eunbee2018.02.08 06:12 신고 숲지기님은 아이디어 여왕에 손재주 공주 같죠? 그리고 글에서 읽히는 탁트인, 톡톡튀는 매력... 교수님도 그리 느껴지시나요? ㅎㅎ 엉뚱 질문. 통!!할거 같아서리~^^ 수정/삭제 숲지기2018.02.08 23:01 하하 괜히 올렸구나 싶습니다요 모르면 용감하다지요, 전문적으로 하는 분들께 누를..
외부 자극을 받자, 식물이 마치 움직이는 곤충처럼 반응하며 잎을 접는 모습 나무 가지를 자를 때나 풀을 벨 때, 뿐만 아니라 잡초라고 생각하여 아예 뽑아낼 때도 마음 속에는 일말의 미안함이 있었다. "참 많이 아플텐데, 어쩌다가 너에게 몹쓸 짓을 하는구나...." 라는 심정으로 말이다. 요리를 할 때는 심지어 야채를 토막토막 썰고, 그것도 모자라서 내 욕구를 채우기 위해 이빨로 짓이기고 부숴서 삼키기까지 하니........... 야채들, 식물들이 없으면 인간은 존재 위협까지 당할 정도인데, 그들 우리에게 먹힘을 당하는 식물들은 어찌 느낄까? 나무는, 풀은 통증을 느낄까? 결론부터 말하면, 뉴런 즉 신경전달 구조와 물질이 없는 식물은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이다. 비 온 뒤 기온이 내려가서 꽃들이 꽁꽁 ..
미뤘던 고추추수를 했었지요. 서리가 오기 전, 바빠서 고춧대에 붙은 잎과 고추를 한꺼 번에 따 놓기만 했었었고요. 솥톱 밑이 까맣게 되도록 고추들을 고르고, 남은 고춧잎은 따로 데쳐서 말렸습니다. 어디서 보니 그것도 쓰임새가 있다고 해서...ㅎ 쓰임새가 없어도 버리는 것이 아까와서 모았을지 모릅니다. 고춧대가 봄부터 여름 내내 저장한 엽속소들이니 어찌 귀하지 않겠습니까요 ㅎㅎ 다듬은 고추들을 흐르는 물에 넣어 북북 씻었습니다. 이들 중엔 곤충들이 앉았다 갔을 수도 있고, 달팽이에게 길을 내어준 녀석도 있을테니까요. 물에서 건져 부엌수건에 말렸습니다. 비슷하게 생긴 녀석들끼리 이웃하도록 했습니다. 그러고 보니 지네들도 우스운지 서로들 보고 웃네요. 행복한 고추들이 틀림없습니다. 비슷하게 닮긴 했어도 모양과..
올해도 씨앗을 준비할 때가 왔습니다. 작은 씨앗들을 모으고 말릴 때마다 곰여인 생각이 납니다. 오랫동안 마늘과 쑥으로 연명을 한 후에 빛나는 민족의 기원을 이룰 한 아이의 태생을 보았다는 이야기 말입니다. 춥고 어두운 굴 속에서 홀로 외롭게 견뎠을 곰여인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이해하게 된다는 것입니다. 마치 굴 속인 듯 어둡고 단단한 씨앗 안에는 부모를 꼭 닮은 자식들의 유전요소 즉 DNA가 들어 있습니다. 잘만 하면 수백년이고 수천년이고 그 성질과 존재가 유지되고요. 참을성이 많았던 한 곰여인으로부터 우리 민족의 장대한 역사가 시작되었듯이 말이지요. 이 이야기에 갸우뚱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지만 신화는 신화스럽게 이해하는 것이 옳지 싶고요, 그래서 따지지도 묻지도 말아야 한다고 봅니다. 씨앗들이 책상을 가..
오랫만에 주말농장 이웃들을 만났습니다. 반가와서 안부수다 떨고 한 것 까지는 좋았는데, 사진 찍을 시간대를 놓친 듯 하지요. 좀 늦은 시각의 풍경을 찍을 수 밖에 없었네요. 어둑어둑... 입구의 장미 아아치가 독특합니다. 이태리 국기가 걸린 걸 보니 아마 그쪽을 고향으로 두었거나 열렬한 팬이거나 한 분들의 농장인 듯 합니다. 아주 작은 곤충호텔이군요. 실용과 장식을 겸했는데, 피사의 사탑처럼 기울어졌군요 . 토마토 재배를 하는 모습이지요.빗물과 냉해를 막기 위해 독일에서는 이렇게 지붕을 씌운 곳에서 토마토를 재배하는 사람들이 많아요. 초록색으로 말아올린 것은 차양비닐입니다. 마치 커턴처럼, 뙤약볕과 비와 약간의 냉해를 막을 수 있습니다. 자세히 보니, 앞에 잎이 넓은 식물은 무화과군요. 영글지는 않았지만..
한 번 둘러본다 하면서도 시간 내기가 왜 이리 힘든지...... 지인들을 초대하여 점심을 먹었던 어제 그것도 황혼 햇살을 쬐며 겨우 시간을 내어 함께 둘러 보았네요. 특별한 형식없이 자유로이 가꿔가는 주말농장에도 가을기운이 느껴집니다. 찍은 사진들만 우선 주욱 나열합니다. 어두워질 때여서, 꽃들의 색상이 더 밝아지지 않네요. 예쁜 꽃이던데...... 이집처럼 흔히 이렇게 하지요. 한쪽은 농사짓고, 한쪽은 잔디깔고 뒹굴도록....... 이댁은 잔디가꾸기에 목숨을 건 듯 보였습니다. 언제 보아도 갓 이발을 한 듯한 군인들의 머리처럼 말이죠. 나지막한 이 꽃, 이름이 치니엔이던가 그럴 걸요. 내년에 심어볼까 하고 씨를 좀 받아왔어요 저도 저 곳에서. 골목 앞이네요. 어두워져서 지는 해의 반대쪽만 찍습니다. 구..
어떤 땐 토마토가 꽃보다 더 꽃 답다고 생각을 했습니다. 오죽했으면 "파라다이저(Paradeiser)"라고 이름을 지었을까요. 알프스 깊은 골짜기에서 부르는 토마토의 이름인데, 그 어원은 여전히 분분합니다. 여러 의견들 중 하나를 소개하면, 오래 전 콜룸부스까지 거슬러 올라갑니다. 신대륙이었던 남미에서 그곳의 신기한 식물들까지 유럽으로 가지고 왔는데, 토마토도 그 많은 식물들 중의 하나였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파라다이저라고 했을까요? 새로 만난 이 채소가 어찌 보면 사과와 비슷하다고 여겼지 싶습니다. 헝가리나 슬로베니아 쪽에 파라다이저사과(사과의 한 종류)가 있기도 하다는데, 얼핏 비교되고 또 이름도 따왔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그러고 보면 '사과'라는 이름은 만만한 곳엔 다 슬쩍 갖다 붙였던 것도 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