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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촌부일기 (154)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7월의 텃밭은 더 바랄 것이 없이 풍요롭습니다. 작물들을 수확하는 기쁨도 크지만, 알록달록하게 피어오른 여름꽃들의 향연을 보면 감사한 생각이 듭니다. 일정이 빠듯하여서 자주 찾지 못한 가운데서도 자기네들끼리 알아서 커주고 꽃피우고 하는 게 기특하기만 합니다. 일부러 심은 꽃들도 있지만, 스스로 터 잡고 싹을 틔운 꽃들에게는 태어난 자리를 고수할 권리(?)를 최대한 지켜주려 했습니다. 그래서 꽃나무가 작물 밭 가운데 버티는 경우가 왕왕 있습니다. 타케테스, 우리나라 이름을 알았었지만 까먹었어요. 이 종류 중엔 꽃이 제일 작고 향이 매우 좋은 먹는 꽃입니다. 루테인이 들어 있는 이 꽃은 말려서 차로 마십니다. 셀러드에 고명으로도 넣고요. 작년에 심고 거둔 씨앗을 그대로 심었는데, 자기들끼리 유전자를 섞었는지..
먼저 고추꽃은 맵지 않아요, 그저 앙증맞은 한 작은 꽃일 뿐이지요. 올해의 첫 꽃이 피었었습니다. 거의 4년을 키웠던 고추나무가 가시고 피워낸 꽃인지라 몹시 반가웠습니다. 싹 틔운 게 지난 겨울 영하의 추위에서부터였으니, 그야말로 천신만고 끝에 보는 꽃이라 해도 되지 싶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저 귀한 첫 고추꽃을 따 주어야 한다네요. 귀동양으로 들었던 고추재배법 정석에 그렇게 나와 있다고 합니다. 어제 휴일, 거실 창가의 볕이 좋아서 선텐을 하고 있던 고추들을 찍었고요, 그저 꽃으로, 그것도 맏언니로 피어난 것이 좋은 철모르는 저 꽃을 따긴 따줘야 하는데..... 어찌 따버릴지....... 힘센, 심장 튼튼한 누군가에게 부탁이라도 할까 봅니다. 오늘은 원고 보낼 일 뿐이니, 일단 노가다일 마무리 하고..
"친구 같은 텃밭", 표현이 상투적이긴 하여도 더 이상의 대치할 단어가 없네요. 저의 친구 같은 정원이 이맘 때 주는 선물들을 몇 장 찍었답니다. 각종 과일들이지요. 크게 화려하진 않지만, 갈 때마다 심심찮게 따먹는 것들이지요. 요하네스딸기(Johannisbeer) 스타헬딸기(Stachelbeer) 그냥 딸기, 우리나라 복분자와 같은.... 흰 요하네스딸기(Johannisbeer Weiss) 진한 까만 딸기, 꽃이 폈으니 좀 더 기다려야 겠습니다. 댓글 8 노루2017.06.12 19:04 신고 blackberry 의 꽃은 연보랏빛이네요. 처음 듣는 요한니스, 스타헬 딸기들은 또 어쩌면 저렇게 이쁜지!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17.06.12 19:10 고맙습니다 노루님 함께 느껴주시고 봐주셔서요. 저 ..
쌩 텍쥬베리의 문구를 발견하고 무릎을 탁! 쳤습니다. "친구는 당신이 쉴 수 있는 정원 같은 것이다(Freunde sind wie Gärten, in denen man sich ausruhen kann)". 문구를 돌려서, 정원 또한 우리가 쉴 수 있는 친구 같은 것이지요. 어제 휴일, 여기도 30도에 육박한 포근(?)한 날씨였지요. 이웃들이 바베큐 파티하고 어쩌고 하는 시끌벅적한 가운데 물만 뿌려주고 왔던 텃밭 풍경입니다. 텃밭이 넓다 못해 광활하다는 생각을 할 때가 있어요. 진짜 넓습니다. 경계 너머엔 이웃들 밭인지라 조심조심 제 밭만 찍었어요. (오른쪽 밭 사진은 아래에...) 토마토 옆에 물구덩이를 파 놓는 농사법에 대해서는 지난 번 썼지요. 토마토의 냉해방지를 위해섭니다. 매번 느끼지만 저는 농..
큰비가 내린 뒤 텃밭에서 만났습니다. Tomatenblueten 토마토 꽃이 피었습니다. 일반 꽃보다는 꽃잎수가 여러겹인 듯 합니다. 떡토마토인지라 꽃잎부터 두터운 것이 아닌가 하지요. 이 토마토에서 채취한 씨앗을 뿌려서 키운 겁니다. 머잖아 부모를 닮은 자식토마토가 열리지 않을까요. 독일에서는 토마토 옆에 이런 화분구덩이를 파 놓습니다. 뿌리와 줄기 아랫부분이 입을 냉해를 방지하기 위해서입니다. 물도 토마토 식물에 바로 뿌리는 게아닌 이 구덩이에 붓습니다. 여튼 독일 기후때문에 토마토농사에 여간 공을 들이는 게 아니지요. Zuccini Kosmea Beifuss Tomaten 애호박(Zuccini)입니다. 4포기는 저 혼자 먹기엔 어마어마한 양입니다. 그래서 지인들과 나눠먹기에 아주 좋습니다. 양귀비(..
싹이 나오는 감자를 바라보는 일이 이렇게 즐거운 일인 줄 예전엔 미처 몰랐습니다. 어린 싹들이 땅을 비집고 나오는 모습은 갓난 아이가 꼭 쥐었던 주먹을 조금씩 펼쳐보이는 모양새와 비교할 수 있습니다. 그만큼 기특하고 신비롭다는 것이지요. 어린 감자싹은 먼저 짙은 보랏빛을 하고 세상에 나오고 자라면서 점차 이파리 특유의 초록색을 회복하지요. 그러다가 꽃을 보일 땐 영락없이 다시 보라색을 보여줍니다. 올해 보는 첫 꽃입니다, 딱 한송이군요. 씨감자들이 성급하게 싹을 냈지요. 일부러 작은 것을 씨감자용으로 골라뒀던 것입니다. 흙 속으로 심은지 단 2주만에 싹이 성큼 땅 위로 올라왔고요. 꽃 한송이를 펴보였던 감자 포기입니다. 이번엔 한송이 감자꽃이 거느린 감자밭 이랑입니다. 감자 잎이 손님을 맞았습니다. 딱정..
의외로 궁금해 하실 분이 계실 것 같아서 휴면에 들어가기 전에 감자씨앗을 얻은 경험을 짧게 써 봅니다. 감자꽃이지요, 제가 찍은 걸 찾을 수 없어서 싸이트에서 찾아 올립니다. 제 꽃들과 제일 닮은 것으로 골랐는데, 보라색꽃이 퍽 예뻤지요. 위에 초록색 알들이 감자 식물에 달리는 열매입니다. 그러니까, 땅 밑이 아닌 땅 위의 감자식물 줄기에 달리고 감자 꽃이 지고 나면, 같은 자리에 이렇게 예쁜 열매가 열립니다. 저 열매들을 따서 서늘한 곳에서 꼬들꼬들할 때까지 말린 뒤 잘라보면 작고 독특한 초록빛 끈적한 액체 속에 수 많은(열매 하나에 150-200개 정도) 씨앗이 나옵니다. 주의할 것은 각각의 열매마다 다른 유전자가 들어있을 것이므로 서로 섞이지 않게 구분하여 이들을 잘 펴서 건조시킵니다. 어느 자연식..
때 아닌 강추위를 피해 어린 싹들의 수난이 말이 아닙니다. 요즘 흑림날씨는 하루 건너씩 눈이 내리는 셈이라서 봄인 줄 알고 싹을 내던 식물들이 많이 당황하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전혀 영향을 받지 않는 종류는 역시 잡초들이고 일부러 키우는 계절농작물들은 이런 날씨에 살아남지 못합니다. 달리 방법을 모르는 저는 식물들을 모두 집 안으로 들였는데, 창문으로 들어오는 볕 사정도 크게 좋은 것은 아닙니다. 이유는 집 밖에 온통 고목들이 둘러 싸고 있어서 그 잎들이 점점 하늘을 덮어 가고 있기 때문입니다. 밭으로 가지 못한 저 싹들은 어쩌나..... 오른쪽 창틀에 바짝 붙은, 제법 쑥쑥 잘 자란 식물군은 떡토마토예요. 성탄절즈음 붉고 큰 토마토를 샀는데, 새해가 지나도록 부엌에서 이리저리 맴도는 거예요. 하는..
그냥, 끓는 물을 끼엊은 듯 초토화 되었습니다. 4월 중순을 넘겼음에도 독일 전체에 영하 5~6도의 강추위가 기습을 했습니다. 그냥 조금 추워진 것이 아닌, 아예 며칠간 영하로 기온이 뚝, 떨어졌던 겁니다. 그래서 제 마당과 농장의 죄없는 봄잎들이 아무런 방비도 없이 그대로 얼어버린 것이지요. 너무 예뻤던 뽕나무예요, 앙증맞은 오디까지 키우던 뽕나무였는데 말입니다. 우리 동네에서는 유일한 뽕나무일 거예요. 이름하여 귀하신 몸입니다. 예쁘게 싹을 피운 뽕나무는 용케 사진이라도 찍었는데 자랑으로 여기며 정말 많이 아끼던 감나무(처음으로 아주 여러 개 감꽃을 준비하는 듯했는데), 씨앗부터 심어서 5년을 키운 4그루 은행나무들의 새로 나온 잎들이 모두 얼어벼렸습니다. 이 사진들이 약 5일 전인데, 지금은 다 얼..
독일은 정말 춥습니다. 앞편에 보여드린대로 흑림엔 백설이 뒤덮였고요, 개나리 목련 다 피어나다가 이렇게 눈을 끼얹으시니 하나님도 참, 답이 없습니다. 아랫동네도 춥긴 마찬가지여서 어제 그제부터 밤엔 영하로 떨어지네요. 미운 추위 ㅠㅠ 오돌오돌 떨며 셔트를 눌렀던 몇 컷들, 다시 올립니다 보소서~ 보시다시피 튤립과 수선화가 다 지고, 부활절도 지났는데 춥습니다. 이 집은 유난히 알록달록한 꽃을 심었더라고요. 그냥 보이는대로, 자리 나는대로 꽃을 심었을 거라고 짐작합니다. 평범한 농장움막이지요. 지붕에 내린 비를 받아 농수로 이용하기 위해 검고 큰 통을 세웠네요. 아마 일부러 칠을 한 듯 합니다. 원래는 대부분 푸른 플라스틱통입니다. 사진 여러군데 보실 거예요 저 앞에도 물받이 푸른통이 있네요. 경작지 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