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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촌부일기 (153)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속이 환한 장미. 이웃 울리케가 한 2년간 열심히 가꾸더니 이토록 수려한 장미를 얻었다. 그녀는 장미 정원을 만들기 위해 장미가꾸기 학습(장미 자르기, 거름주기, 겨울나기 등등)을 따로 받았다. 울리케와 그녀의 남동생 게하르트는 약 3년전부터 주말농장 새 이웃이 되었다. 기존에 바..
내 유년의 튼실한 기억 가지에 언제나 풍성한 잎을 달고 있는 뽕나무, 그 이유 하나만으로 나는 텃밭에 뽕나무를 심었었다. 초고속 성장을 하던 뽕나무네 몇년 전부터는 사진의 풍경처럼 오디까지 주렁주렁 달리네. 하긴 요즘 누가 뽕잎때문에 뽕나무를 키울까마는. 세상에는 세월따라 ..
몰래 잠깐 피고마는지, 땅 위에 떨군 꽃잎을 볼 뿐이었는데 오늘은 용케도 완연한 꽃을 만났다. 손아귀에 넣고 함부로(?) 구겼던 원고마감 직전의 그 폐지들 모양 같은 꽃, 종이가 아니고 폐지는 더더욱 아닌...... 양귀비를 알아보았던 이가 당현종이었던가 당태종이었던가??? 만지면 부서질 게 뻔한 꽃인 듯한 여인. 얼굴이 창백하여 유독 마음이 가는 꽃, 둥글게 피었던 얇은 꽃잎들이 금세 떨어졌는지 딱 두 잎만 남았다. 들양귀비 가운데 꽃의 가장자리에 흰 테두리가 그려졌다. 붉은 빛이 바랜 듯, 일부러 그려 넣은 듯 멋스럽다. 돌연변이가 확실하다. 이런 꽃씨를 뿌린 적도 없고, 작년 꽃들도 이런 모습을 한 적이 없었다. 뒷 배경은 토마토들, 그러니까 토마토밭. 아니다, 양귀밭에 토마토를 심었다는 게 더 맞..
제목을 어떻게 써야할지 고민을 했었다. 볕이 드는 창가 조그만 화분으로부터 저 척박한 흙으로 이사를 했다. 걱정을 했지만 제 살길 찾아 뿌리내리는 것은 이들 식물들의 몫. 다행히 이사 후 3주 째가 되는 저 싹들은 저렇게 아무 때고 히죽히죽 웃고 있다. 여행을 많이 하여서* 여독이 쌓였을 법도 하지만 마냥 기쁜 표정들이다. 참취와 곰취들. 사슴님께서 씨앗들을 보내주시면서 한국의 강원도 산이라셨다. 너무나 귀해서 따로 질그릇 화분에 심었지만, 좀 자라면 산과 들로 옮겨줄 것이다. 돌산갓, 난생 처음 본 식물들인데, 가느다란 꽃대를 올려 작고 노란 꽃을 피웠다. 잘만 하면 이들로부터도 씨앗을 받을 수 있겠다. 아욱, 마음씨 좋은 동네 아줌마처럼 넙적한 저 잎들 좀 봐. 옛날에 본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드디어 라일락이 꽃잎을 열었다. 주먹을 꼭 쥔 듯 결연하게 버티더니 오늘에서야 이렇게 피어났다. 속삭이듯 작게 핀 라일락을 보자니 작년 이맘때 헤어졌던 절친을 다시 만난 듯 가슴까지 미미하게 콩닥거려서 해가 졌음에도 카메라에 꾹꾹 눌러 담았다. 겨우 두어 개 꽃 피었다 하지만 특유의 꽃향은 어지러이 번진다 숲바람 탓이다. 튀미안도 이제 막 피려나 봐. 연분홍 작은 꽃이 보라색 고양이민트와 잘 어울려서 이웃하여 심었었다. 튀미안 사이에 단풍나무 싹이 돋았네. 아쉽지만 저렇게 태어나는 수 많은 나무싹을 수시로 뽑아주어야 한다. 잊고 뽑지 않으면 저 나무싹들이 나의 마당을 순식간에 밀림으로 만들어버리니까. 댓글 15 노루2019.05.26 18:20 신고 라일락 꽃망울이 참 예쁘네요. 라일락은 또 꽃이 오래 ..
참 다양한 얼굴의 토마토들, 어느 것 하나 예쁘지 않은 게 없네. 오스트리아 사람들이 토마토를 파라다이저(Paradeiser)라고 부를 때, 그 원래 의미와 상관없이 색상의 파라다이스 같다. 여러 종류를 넣은 토마토 한바구니를 선물받았다. 너무 예뻐서 먹기도 아까운 녀석들인지라 얼마간은 식탁에 놀려두고 감상만 하였다. 그러다가 궁금하여 각각 맛을 보고 또 씨앗도 받았다.. 물론 각각의 맛의 특징을 메모하는 것도 잊지 않으면서 말이다. 검은토마토라 하는데, 솔직이 검은 색은 아니고 붉은 토마토색에 검은물감 한방울을 섞어 덧칠한 그런 색상 쯤 된다. 내가 기르는 블랙쉐리와도 완연히 다르다. 몹시 진하고 강한 토마토맛이 난다. 검은토마토를 자른 모습. 검은토마토의 씨앗내는 사진은 생략한다, 의외로 흉칙한 피빛..
ㄴㅏ사모양의 고추.직접 본 적이 없어 뭐라 설명할 수 없다. 고추가 어떻게 나사모양으로 자란단 말인가? 고추 하나의 크기가 30센티미터란다. 무척 긴 이 고추를, 어느 이색적인 가게에서 본 적이 있다. 몹시 가늘고 또한 길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너무 생소하여 사지 않았으니 맛은 통 모르겠고...... 치트로넨 칠리, 즉 레몬맛의 고추. 다시 바우하우스에 갈 기회가 생기면 이 고추를 필히 구입하리라. 안 매울 것이고 상큼한 레몬 맛이 난다고 한다. 구입하게 되면 그때 또 글을 써야 하겠지. 고추가 살짝 한 한방향으로 굽었다. 근데 대부분의 고추가 이 모양이지 않을까??? 댓글 8 사슴시녀2019.05.12 18:25 신고 여러가지 예쁜 모양이 많네요! ㅎㅎ 전 고추는 한국 토종만 심어요, 영양고..
참새가 방앗간을 지나치지 못하듯, 일 때문에 바우하우스에 들를 땐 늘 식물들의 방을 둘러 본다. 푸른 꽃의 품위 있는 홀텐지아 화분이나 하나 고를까 했지만, 우연히 본 요상한 맛들의 허브에 빠져서 당초에 목적했던 건축자재 사는 일까지 깜박할 뻔 했었다. 발트마이스터. 신비로운 녹색 푸딩을 만들 때와 오월에 마시는 술 마이볼(Maibowle)에 빠져서는 안 되는 허브이다. 흑림 숲엔 흔해 빠졌지만 불쌍한(!) 도시인들은 화분에 요만큼 든 걸 사야 하나 보다 ㅎㅎ 복숭아 세이지 맛을 보지 않았지만 잎에서 복숭아향이 나고 입에 넣으면 또 복숭아 맛이 날테지. 레몬맛의 치트로넨 티미안. 이 식물은 흑림 내 마당에도 있어서 이름표가 없어도 알아맞힐 수 있어. 음식의 맛내기는 물론, 목이 아프고 몸살 기운이 느껴질..
배경으로 보이는 먼 풍경은 카셀 시내 전경, 출장길에 동행한 이들이 발코니에서 내리는 비를 즐기고 있다. 흔한 출장이지만 이번엔 혼자가 아니다. 여행을 함께 한다는 것, 그것도 사람이 아닌 다른 생명의 형태와 함께 한다는 것을 단 한번 상상이라도 했던가. 여러 시간 운전을 해야 하는 출장길에 오르면서 어디다 부탁할 수도 없고 또 1주일여 동안을 돌봄없이 둘 수 없어 겨우 뿌리 조금 내린 어린 것들을 저렇게 데리고 왔다. 덕분에 트레일러를 따로 달고 아우토반을 서행해야 했지만, 아무리 생각하여도 참 잘 했다 싶다. 도대체 몇포기나 데리고 온 거야? ㅎㅎ 시간이 나면 한번 확인해 보아야 겠다. 오른쪽 노란 화분에 담긴 녀석은 어제 바우하우스에서 샀다. 아 주 달콤한, 설탕보다 더 찐하게 스윗한 풀이다. 멕시..
미국의 사슴님께서 보내주신 씨앗들이 싹을 내고 이렇게 성큼 자랐다. 이들 잎의 맥을 보면 내 손금과 참 닮았다. 아주 조그맣게 잎이 나와서 날마다 조금씩 펼치는 손바닥같은 애호박(오른쪽),오이(왼쪽) 너무나 간절히 청했던 씨앗, 결명자들이다. 왼쪽에 보면 싹들의 머리에 모자처럼 검게 쓴 것은 씨앗, 모습이 우습지만 스스로 저 모자를 벗을 때까지 기다린다. 너무 귀한 씨앗들인지라 보물과 다를 바 없다. 여긴 고들빼기 아가씨들. 씨앗이 아주 작아서 아껴 뿌렸음에도 아주 많았었나 보다. 촘촘한데 날씨가 풀리면 그때 땅으로 옮겨주리라. 갓끈콩이 씨앗들 중에 웃긴 모습이다. 처음 떡잎 2개가 나오며, 그 잎들도 또 여러 갈래로 갈라진다. 나는 갓끈콩을 본 적도 없지만, 싹을 내는 저 모습 만으로도 신비롭기 짝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