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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지난 망년회와 신년맞이가 벌써 한달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마음만 있었을 뿐, 그간 엄청나게 바빠서 블록 글쓰기를 뒷전으로 두어야 했네요. 하는 수없이 이제라도 지난 망년의 추억사진 몇장 올립니다. 작년 12월 31일, 해가 뉘엇뉘엇 지는 풍경을 뒤고하고 망년회초대에 임하기 위해 헤르만 헤세가 태어난 고향의 바로 옆마을로 향해 갑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아니나 다를까, 길은 꽁꽁 얼고 신경을 곤두세워서 흑림 산을 몇 개 넘어서 운전을 했습니다. 그날따라 편두통까지 심해졌지 뭡니까. 어지간 하면 약속취소를 하지만, 1년간이나 그날의 만남을 위해 기다려준 친구부부를 실망시킬 수가 없었고, 만약 제가 빠지면 그날 행사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지요. 친구네는, 오래 사귀기도 했지만 흑림 사람들 성격..
설 잘 쇠셨지요? 바빠서 주시하지 못한 가운데서도 숲은 제 계절을 성큼 걸어가고 있었습니다. 눈 아래 바짝 엎드린 풀들, 그 마른 이파리 어딘가에 숨죽인 곤충의 알들도 있겠고요. 다들 제자리에서 제보폭으로 살아주는 것들이 고맙습니다. 동봉할 사진을 고르다가 의문이 생겼습니다. 아래 숲그늘의 눈은 어찌하여 저리 푸를까요? 건강하시고, 행복한 2월을 보내십시오 뒷산으로 난 흑림가도군요. 나무들이 눈옷을 벗었으니 봄을 기다려도 될 것 같군요 즐거운 편지 /황동규 1.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
어딜 가자면, 그러니까 아우토반을 들어서는 두가지 길이 있습니다. 산 아랫동네로 시냇가를 따라 난 먼 거리를 돌아가거나 반대로 적어도 산을 거슬러 올라서 다시 급경삿길을 따라 빠르게 내려가야만 합니다. 산을 넘는 길은 꼬불꼬불 하고 비교적 험한 경사가 지지만, 집에서 20분 내에산 너머 아우토반에 닿을 수 있어서 매력이 있습니다. 아래 풍경들은 산을 넘어 갈 때 반드시 만나는 집뒷산, 해발 910m의 루에슈타인의 스키장 풍경입니다. 동넷분들도 많이 이용하고, 휴양객들도 많고 하지만 저는 아직 저곳 눈을 한번도 안 밟아보았답니다. 물론 이곳 말고도 근처엔 몇 스키장이 더 있지만 일부러 그곳까지 찾아 가지 않는 이상, 볼 일이 없는 거지요. 이곳의 하늘은 거의 저렇게 푸릅니다. 공기 맑기로는 독일에서도 두번..
2017년이 열립니다. 해가 바뀌자 낭만시인 바이런*은 "다시 새해가 왔구나, 우편마차의 말을 바꿀 운명의 때가 되었다."라고 했습니다. * 마차도 마부도 우체국도 아닌, 마차를 이끌어 갈 말(馬)만 바꾼다는 것입니다. 우리에게 과연 무엇이 마차이고 무엇이 말이었을까요? 희망의 새해, 복 많이 받으시오. 새해 첫 기적 /반칠환 황새는 날아서 말은 뛰어서 거북이는 걸어서 달팽이는 기어서 굼벵이는 굴렀는데 한날 한시 새해 첫날에 도착했다 바위는 앉은 채로 도착해 있었다 여행에의 초대 /김승희 모르는 곳으로 가서 모르는 사람이 되는 것이 좋다, 모르는 도시에 가서 모르는 강 앞에서 모르는 언어를 말하는 사람들과 나란히 앉아 모르는 오리와 더불어 일광욕을 하는 것이 좋다 모르는 새들이 하늘을 날아다니고 여기가 ..
성탄절이었던 어제 25일, 언니뻘 되고 천사처럼 착한 안네그레텔씨 부부 초대를 받고 그들의 평화로운 마을 키빙엔을 방문했습니다. 키빙엔(Kiebingen)은 튀빙엔대학교 근처의 네카강의 근원지쯤 되는 마을입니다. 마을엔 아주 조그만 실개천이 흐르는데, 아 글쎄 이름이 네카입니다. 실개천 옆의 식당이름이 '네카강의 테라스(Terrasse am Neckar)', 마치 하이델베르크 성 앞의 식당이름 쯤 되는 것 같지요. 명절마다 거의 초대를 받는 통에 연례 행사처럼 이 곳을 지나다니면서도 이 식당은 아직 못가봤군요 그러고 보니..... 키빙엔 마을은 멀리 지평선이 보일만큼 평평한 지대에 있는데, 유독 동쪽으로 언덕이 하나 솟아 있고 그 위에 근사한 카펠레가 보입니다. 이 곳에 올 때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던 ..
"풀 한포기일지라도 감히 내 것이라 말 하지 않겠습니다." 첫눈이 내리고 그 후 몇번 더 내렸던 눈이 녹았습니다. 바람이 불 때마다 바스락거리며 마당을 몰려다니던 낙엽도 눈의 무게때문에 눌리고 또 젖었군요. 네,,,, 가을청소가 미비했지요. 사실 낙엽이 좀 많이 떨어져야지요. 그냥 마당의 주차장과 길섶만 반듯하게 쓸고, 잔디밭이나 꽃밭엔 도저히 어쩌지 못하고 썪어 거름이 될 때까지 둡니다. 가만 보니 그 사이 무엇인가 눈에 띕니다. 낙엽들을 이불삼아 잎을 피운 풀들이군요. 기온이 조금만 떨어져도 바들바들 떠는 저에 비해 저 초록의 생명들은 참 꿋꿋합니다. 눈 속에서도 주눅이 전혀 들지 않았던 모습입니다. 그래서 카메라를 들었습니다. 이러다가 다시 눈이라도 내리면 저 풀들은 죽은 듯 몇 개월을 눈 속에서 ..
몹시 빠르게 하루하루가 갑니다. 이렇게 후딱 사진 하나라도 올리지 않으면 도저히 한줄 블로그 글도 쓸 수 없을 듯하군요. 깜깜한 새벽에 눈을 비비고 나선 북쪽행 고속도로였습니다. 꿀꿀한 날씨에 안개까지 잔뜩 꼈던 날이었지요. 그러다가 여기가 어디쯤인지,,,, 볕이 쨍~ 하게 났답니다. 본능적으로 주섬주섬 핸드백의 카메라를 꺼내서 운전대 앞에서 누른 풍경입니다. 운전 중에는 저는 절대로 카메라 앵글을 보지 않습니다. 그냥 어림잡아 조준을 한 풍경에 대고 반복하여 셔터를 누를 뿐이지요. 여기 올리는 사진은 그나마 운좋게 촛점이 맞은 것입니다. 안개의 입자들이 나무에 붙었는데, 기온이 내려가니 몽땅 얼어서 장관을 이뤘지요. 운전을 하며,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풍경들이 맣고 많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합니다. 좋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