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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수평과 수직 /이 순간 (138)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한국과 독일이 겨룬 월드컵 축구경기의 행운을 한국 국가대표팀이 차지했다. 자부심이 하늘을 찌를 듯 하던 독일 축구를 우리가 이긴 것이다. 기적이 절대 아니고, 우리 선수들의 피와 땀의 결과였다. 아, 이런 통쾌한 일이!! 이 경기를 끝으로 함께 귀국행에 오르게 해서 내심 미안은 하지만 우리나라가 독일축구를 제압했다는 것이 아주아주 개운하다. 축구와 담을 쌓고 살던 내가 이번 월드컵에서 단 한번의 축구경기를 보게 되었는데 운 좋게도 그것이 이번 대독일전이었다. 큰 스크린이 있다고 극구 함께 와서 보자기에 우리나라 찰떡까지 구워서 축구파티에 갔다. 지인의 집에 모인 사람들은 나 말고는 다 독일인, 그 중에 독일이 질 거라고 점친 사람도 나 말고는 아무도 없었다. 태극기와 독일국기가 나란한데 우리편 숫자가 하..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문태준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백자(白磁)와도 같은 흰 빛이 내 마음에 가득 고이네 시야는 미루나무처럼 푸르게, 멀리 열리고 내게도 애초에 리듬이 있었네 내 마음은 봄의 과수원 천둥이 요란한 하늘 달빛 내리는 설원 내 마음에 최초로 생겨난 이 공간이여 그녀가 나를 바라보아서 나는 낙엽처럼 눈을 감고 말았네 ㅡ 2018, 여름호- ...................... 우리 사는 세상의 그윽한 대표 인칭대명사 '그녀'가 나를 바라본다. 늘 그러했겠지만 지금이 새삼스럽고, 바라만 볼 뿐 말이 없는 것 또한 새삼스럽다. 독일어에는 땅(Die Erde)이나 태양(Die Sonne)은 여성명사 '그녀'이다. 시인이 생각한 그녀 가운데 하나일 수 있는 대지가, 태양이, 지금 나를 바라보고..
명절에도 서로 모른 척하고 지내던 지인이 느닷없이 안부를 물으며 싸이트 주소를 전해 주었다. 포토숖을 통해 오늘 역사적인 만남을 가졌던 김정은과 트럼프가 서로 상대방 헤어스타일로 변화를 준 사진 * 이 싸이트의 코멘트들에는 트럼프 모습이 루이스 판 갈(Louis van Gaal)이 연상된다는 글이 많다. 루이스 판 갈은 네덜란드 태생의 유명 축구선수 경력을 가진 축구트레이너. ................. 김정은과 트럼프, 2018년 6월 12일 오늘은 뭐니뭐니 해도 이들 둘의 날이었다. 지역 라디오 방송(SWR)에서 코멘트를 딴다고 하여 오후 쯤에 나도 벌벌 떨며 마이크 앞에 섰다. "먼저 나는 하루 종일 자축하는 기분으로 지내고 있다. 무엇인가 우리 한반도를 위한 크고 바람직한 움직임이 일고 있고,..
"자발적인 복종Freiwilliger Gehorsam "이라고 제목을 쓰자니, 앞에 벌어지는 광경에 비해 지극히 미흡하다. 이 곳이 이름하여 '파우스트'의 본고장, 바이마르. 3명의 꼬마들의 즉흥극을 훔쳐보는 단 한사람의 관객이 되었다 나는. 이름과 나이를 서로 묻는 걸 보니, 서로 처음 만난 사인가 보다. 이해할 수 없던 수 많은 파우스트의 구절이 연상된다. 눈 앞의 장면도 파우스트만큼 난해하다. 위엄이 스린 살짝 굽은 저 직지손가락, 대 문호들의 동상 바로 아래서 벌어진 일이다. 댓글 12 joachim2018.04.17 22:06 신고 sehr schoen aufgenommen: die kleine Dozentin erklärt den noch juengeren Publikum Goethes "Fa..
1. 밤이 오면, 푸른빛을 띤 거인 헤라쿨레스가 도시를 주시하고 있다. 누군가 쓰다 만 신화가 이 도시에서 연이어지는 듯 묘한 기운의 안개 휘장이 골목을 드리우고 있다. 이곳에서 며칠을 보내는데 매일밤 잠을 설친다 . 날씨는 눈오다 비오다를 몇번 되풀이하다가 어두워진다. 안개 속을 헤집고서 어제 토요일엔 흰 호르텐지아 화분을 샀다. 순전히 자구책이다, 거인의 도시에서 살아내는 자구책. 그 화분이 견공 무무와 첫 인사를 하였다. 은비님께서 고맙게도 무무라는 이름을 지어주신 후부터 누굴 만나든 제 이름 소개부터 하고보는 녀석이다. 숲 마을에서 한 그루 나무 쯤인 줄로만 알다가 처음으로 이름이라는 걸 얻게 되었으니 그 기쁨이 오죽하랴. 2. 객지에서 머무는 동안은 사정상 이메일만 겨우 읽는데, 어제 오늘은 지..
채 녹지도 않은 눈 속에서 꽃 피울 용기를 어떻게 냈을까? 잔디밭에 쪼그리고 앉아 크로쿠스, 작은 보라꽃을 한참 바라보았었지. 이 글은, 내가 아우토반을 한참 운전 중일 때 올려질 것이고 그 시각 나는 북독일 고속도로 어디쯤에서 허허로운 겨울 벌판의 가녀린 보라 꽃잎 크로쿠스를 생각할 것이다. (글의 게재시간을 자유로이 설정하는 법을 얼마 전에 배웠었다) 여기서부턴 같은 날 보았던, 눈을 녹이는 꽃망울들 녹아 내리는 눈뭉치를 붙잡으려는 듯한 작은 나뭇가지들, 내 곁에 있어 주........ 오래 전부터 피어 있었을 눈송이꽃들. 눈이 내리고 또 녹고 하는 일을 이미 여러 번 경험했었나 보다, 고개를 숙이고 있다. 체념의 모습이 역력한 듯. 꽃은 꽃일텐데, 겁 없이 올라오는 저 철 없는 초록들의 이름을 모르..
일은 건조하고, 기차여행은 따분하다. 남독일에서 북으로 가는 기차 바깥 경치를 바라볼 수 있는 낮동안은 그런대로 괜찮지만 해가 지고 어두워져 기차 안 풍경만 봐야 하는 밤이 되면, 열차 선반 위에 부려놓은 짐가방들은 말이 없다. 무표정하게, 몸을 좌석에 구겨 넣은 그들의 주인들 또한 말이 없다. 스케치북을 꺼내서 바로 앞자리 조는 남자를 그린다 노트북을 펼치고 인터넷 거리 여기저기 쏘다녀도 본다 아, 별짓을 다하였음에도 목적지까지는 두어시간이 더 남았다. 그때 이거다 싶어 짐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내며 혼잣말을 한다. "어디, 뜨게질이나 해볼까?" 팬지꽃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 첫 시도치곤 꽤나 예쁜데(자화자찬 ㅎㅎ). 코바늘뜨기를 언제 해보았더라? 색상이 딱 3개뿐이어서 뜰 만한 게 별로 없지만 한코한..
'순간'이라는 말이 참 근사하다. 너무나 근사하여 자주 되뇌이려 하지만 또 자주 까먹는다. 운이 좋은 날 노을을 볼 때 뿐인 듯 하다 아침 저녁으로. 순간이라는 단어에는 진통성분이 있다. 입술을 열고 나직이 '순간'이라고 말 하면, 걸상 한 뼘 정도 금세 떨어져 간 느낌이다 , 아주 잠시라도 일상으로부터 숙제로부터 . 고개를 젖히고 창밖을 보면, 구름이 장미모양으로 떠오른다. 잊었던 내 장미, 내가 길 들였던 나의 장미들 그들은 잘 있을까. 베를린 중앙역, 한 소년이 반려견과 함께 앉아있다. 벤치가 있었지만 둘은 바닥에 앉기를 마다하지 않았고. 물그릇의 물을 핥으며 개가 목을 축였다. 핸드폰만 직시하는 소년을 바라보는 반려견의 눈빛은 마치 연인의 그것인양 애잔하다. "사람들이 이 진리를 잊었어, 그러나 ..
브란덴부르크문을 들어선다. 강아지와 강아지의 주인과 두고 온 집을 그리워 하는 열쇠와 그 열쇠가 든 룩삭, 그 룩삭을 맨 주인과 . 또 수 많은 열쇠들과 그 열쇠를 달래는 사람들과 해가 지는 쪽으로 마치 강 하류의 급물살처럼 쓸려 들어갔다. 그러고 보니 룩삭엔 강물이 그리운 한 병의 생수가 하루 종일 출렁이고 있기도 했었다. 독일 역사의 상징인 브란덴부르크 문, 우표는 물론 유로화 이전부터 마르크 지폐나 동전에 수도 없이 등장했고 또 등장하고 있다. 광장은 생각만큼 넓지 않았다. 크고 감격스런 순간들을 지켜보았던 역사의 상징 치고는 비교적 아담한(?) 광장에 조금 놀랍긴 했다. 사진들이 붉은 빛이 도는 것은 순전히 석양탓! ㅎ 옛 그리스의 건축양식을 닮은 브란덴부르크 문은 높이는 26m, 가로 길이는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