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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흑림살이 /수처작주隨處.. (173)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지난 망년회와 신년맞이가 벌써 한달 전의 일이 되었습니다. 마음만 있었을 뿐, 그간 엄청나게 바빠서 블록 글쓰기를 뒷전으로 두어야 했네요. 하는 수없이 이제라도 지난 망년의 추억사진 몇장 올립니다. 작년 12월 31일, 해가 뉘엇뉘엇 지는 풍경을 뒤고하고 망년회초대에 임하기 위해 헤르만 헤세가 태어난 고향의 바로 옆마을로 향해 갑니다. 갑자기 떨어진 기온에 아니나 다를까, 길은 꽁꽁 얼고 신경을 곤두세워서 흑림 산을 몇 개 넘어서 운전을 했습니다. 그날따라 편두통까지 심해졌지 뭡니까. 어지간 하면 약속취소를 하지만, 1년간이나 그날의 만남을 위해 기다려준 친구부부를 실망시킬 수가 없었고, 만약 제가 빠지면 그날 행사가 무의미해질 것이라는 생각이 강했지요. 친구네는, 오래 사귀기도 했지만 흑림 사람들 성격..
어딜 가자면, 그러니까 아우토반을 들어서는 두가지 길이 있습니다. 산 아랫동네로 시냇가를 따라 난 먼 거리를 돌아가거나 반대로 적어도 산을 거슬러 올라서 다시 급경삿길을 따라 빠르게 내려가야만 합니다. 산을 넘는 길은 꼬불꼬불 하고 비교적 험한 경사가 지지만, 집에서 20분 내에산 너머 아우토반에 닿을 수 있어서 매력이 있습니다. 아래 풍경들은 산을 넘어 갈 때 반드시 만나는 집뒷산, 해발 910m의 루에슈타인의 스키장 풍경입니다. 동넷분들도 많이 이용하고, 휴양객들도 많고 하지만 저는 아직 저곳 눈을 한번도 안 밟아보았답니다. 물론 이곳 말고도 근처엔 몇 스키장이 더 있지만 일부러 그곳까지 찾아 가지 않는 이상, 볼 일이 없는 거지요. 이곳의 하늘은 거의 저렇게 푸릅니다. 공기 맑기로는 독일에서도 두번..
성탄절이었던 어제 25일, 언니뻘 되고 천사처럼 착한 안네그레텔씨 부부 초대를 받고 그들의 평화로운 마을 키빙엔을 방문했습니다. 키빙엔(Kiebingen)은 튀빙엔대학교 근처의 네카강의 근원지쯤 되는 마을입니다. 마을엔 아주 조그만 실개천이 흐르는데, 아 글쎄 이름이 네카입니다. 실개천 옆의 식당이름이 '네카강의 테라스(Terrasse am Neckar)', 마치 하이델베르크 성 앞의 식당이름 쯤 되는 것 같지요. 명절마다 거의 초대를 받는 통에 연례 행사처럼 이 곳을 지나다니면서도 이 식당은 아직 못가봤군요 그러고 보니..... 키빙엔 마을은 멀리 지평선이 보일만큼 평평한 지대에 있는데, 유독 동쪽으로 언덕이 하나 솟아 있고 그 위에 근사한 카펠레가 보입니다. 이 곳에 올 때마다 꼭 한번 가보고 싶던 ..
몹시 빠르게 하루하루가 갑니다. 이렇게 후딱 사진 하나라도 올리지 않으면 도저히 한줄 블로그 글도 쓸 수 없을 듯하군요. 깜깜한 새벽에 눈을 비비고 나선 북쪽행 고속도로였습니다. 꿀꿀한 날씨에 안개까지 잔뜩 꼈던 날이었지요. 그러다가 여기가 어디쯤인지,,,, 볕이 쨍~ 하게 났답니다. 본능적으로 주섬주섬 핸드백의 카메라를 꺼내서 운전대 앞에서 누른 풍경입니다. 운전 중에는 저는 절대로 카메라 앵글을 보지 않습니다. 그냥 어림잡아 조준을 한 풍경에 대고 반복하여 셔터를 누를 뿐이지요. 여기 올리는 사진은 그나마 운좋게 촛점이 맞은 것입니다. 안개의 입자들이 나무에 붙었는데, 기온이 내려가니 몽땅 얼어서 장관을 이뤘지요. 운전을 하며, 사진으로 남기고 싶은 풍경들이 맣고 많지만 이 정도에서 만족합니다. 좋은..
뜨게질이 그리웠었다. 추위가 닥쳐서 손이 시린 게 아니고, 장식품처럼 목이든 손에 둘둘 감고 싶은 그 어떤 결과물이 필요했던 것은 더욱 아니다. 순전히 뜨게질이 그리웠었다 책상 위에 쌓인 책들을 잠시 못 본 척하고, 무상무념의 고요 속에서 손가락 10개만 오롯이 움직이는 그런 순간을 가져보는 것이다. 기계처럼 단순하게 손가락을 움직이다 보면 머릿속은 자주 멍~해지곤 한다, 그러므로 뜨게질은 곧 명상이 아닐까. 언제나처럼 충동적으로(!) 뜨게실을 사러 갔다. 오며 가며 봐둔 가게에서 양털 75퍼센트인 고운 색실 몇 타래를 입맛대로 골랐다. 이 실들 몇 타래면 눈 내리는 장작난롯가에서 한해 겨울쯤 거뜬히 보낼 수 있겠다. 솜씨가 좋으면 더 근사한 작품(?)에 도전도 하겠지만, 욕심내지 않고 애초에 목적했던 ..
눈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저 뿐만이 아니겠지요. 복잡한 숙제들이 즐비한 이 세상을, 희고 깨끗한 이불로 한번 감싸고 싶다는 생각말입니다. Skilift Ruhestein 눈발이 요며칠 날리더니, 아니나 다를까 뒷산 꼭대기엔 벌써 눈놀이꾼 관광객들이 제 세상을 만난 듯 붐비나 봅니다. (사실 이곳은 눈 계절 뿐만이 아닌 여름에도 관광객들이 끊이지를 않는 곳이지요. 흑림이 경치로는 뒤지지만 공기 맑고 인심 좋기로는 알프스 지대와 견줄만합니다. 알프스가 장엄하게 솟았다면 흑림은 분수와 실속을 차린 아담싸이즈. 이건 순전히 제 생각 ㅎㅎ) 어제 펑펑 내리는 눈을 지우며 휙 지나서만 왔지요 저는, 물론 차 운전을 하면서요. 올핸 어떻게든 썰매라도 탈 시간이 있다면 좋겠습니다. (아이쿠 손시려...... 난방 스위치..
이맘때면, 홍시를 수북하게 담은 광주리들이 고향집 마루를 비좁게 할 거예요. 감따는 계절엔 그래서 감홍시 색깔의 낙엽을 유독 보게 됩니다. 눈씻고 보아도 이곳에서는 찾을 수 없는 감나무 풍경, 백모께서 유독 아끼시던 우물가의 그 나무를 상상으로 봅니다. 올해도 감이 열렸겠지요. 누가 그 감들 다 먹을까??? 고향의 감나무에는 비할 수 없지만 그래도 단풍으로 재주껏 단장을 한 사진들 몇장을 나열해 봅니다. 동네 숲에서 찍었네요. 해가 지기 직전, 햇살이 숲을 아주 잠깐 방문했네요. 그 외엔 유럽의 전형적인 가을날씨, 춥고 흐리고 어두웠답니다. 아래 깔린 나뭇잎 색만 보아도 나무의 종류를 짐작할 수 있어요. 정말 그럴까요? 그렇다면 사진에 조금 보이는 나무는 빨간낙엽나무 ... 눈치 채셨나요, 사실은 모릅니..
다시 일때문에 시내에 나갔고요. 요즘 아주 자주 나가게 되는군요. 달리 시간을 낼 수 없으니 역시 겸사겸사 시내 쏘다니기를 합니다. 3중주 조각 , 여기가 엘사스광장이었던가? 그럴 거예요. 에틀링엔 시청 앞에 시장이 섰습니다. 무척 한산하지요 해가 이제 막 지는 순간입니다. 어두워질 때쯤, 저 앞에 보이는 뾰족탑 건물에서 이날 행사가 있습니다.. 성당이름이 성당이었지 싶어요. 시내 성 앞의 거리카페 카페 앞에서 한 할머니가 화분파는 곳을 찾는다고요, 예뿐꽃을 피우는 식물이 너무 자라서 좀 더 큰 화분으로 바꿔주려한다시던데. 생각 같아서는 집에 화분을 갖다 드리고 싶었지만, 그건 또 완곡히 거절하시더라고요. 코딱지만한 시내, 해가 질녘입니다 . 바로크 양식의 성 옆으로 노을이 아주 조금 비치네요. 성의 뒷..
볼일이 있어서, 시내 구펜베르크 광장에 차을 주차하게 되었어요. 대낮에 시내를 활보하다 보면 기분이 야릇하지요. (네, 맞습니다. 여긴 주로 주말에 장이 설 때나, 친구들이 불러서 가끔 저녁에 커피마시러나 오곤 하지요. 그것도 자주는 아니지만요). 시내 교통 사정이 들쑥날쑥하여 서둘러 출발했더니 약 7분쯤 시간이 남았더랬죠. 누군 사진찍으러 일부러 여행도 간다던데, 저는 어찌 하다가 모양을 갖춘 출사도 한번 못가보고, 찍은 사진들이라고는 한결같이 볼일 보러 간 김에 찍은 것들 뿐이네요. 각설하고, 구텐베르크광장의 낙엽 지는 풍경 몇장입니다. 아무나 책을 빌려 볼 수 있는 거리도서관? 그런 것일 겁니다. 빨간 박스가 이 광장에서 유독 눈에 띕니다. 왼쪽의 조형물이 분수대였던가? 유심히 본 적이 없어서 통 ..
휴일 창밖으로 낙엽이 눈에 들어온 늦은 오후 비가 올 것도 같고 아닐 것도 같고, 그래도 딱 오분만 걷자고 운동화 질질 끌고서 성을 낀 숲으로 갔다. 너무 늦어서 큰나무 아래엔 이미 어둑어둑한 세력이 키워지고 있었지만, 가능한한 숲 깊은 곳까지 걸어 들어갔다. 숲으로 들땐 거의 본능적으로 일직선으로만 걷는데, 이유는 여차하면 최단거리로 숲을 빠져나오기 위해서이다. 오늘은 카메라를 구비하지 않아서, 하는 수없이 작년 이맘때 찍은 것으로 대신...... 마지막 한 호흡도 아꼈다가 몰아쉬는 듯 잎들은 숨 가쁘게 노랗다, 혹은 붉다. 시간을 주저하지 않고 낙하하는 낙엽 위를 걸으며 사람의 황혼을 생각해본다. 오분 산책이 길어졌다. 댓글 4 푸른하늘2016.10.24 22:56 신고 저런 산책길을 걸으면 다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