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루에슈타인
- 흑림의 코스모스
- 코바늘뜨기
- 흑림의 봄
- 흑림의 여뀌
- 흑림의 오래된 자동차
- 프로이덴슈타트
- 잔설
- 감농사
- 흑림의 겨울
- 바질소금
- 헤세
- 힐데가드 폰 빙엔
- 뽕나무
- 꿀풀
- 흑림
- 독일 주말농장
- 카셀
- 독일흑림
- 바질리쿰
- 독일 흑림
- 싸락눈
- 흑림의 성탄
- 우중흑림
- 익모초
- 텃밭
- 마늘풀
- Schwarzwald
- 뭄멜제
- 흑림의 샘
- Today
- Total
목록분류 전체보기 (1007)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잠시 떠나온 내집 거실의 식물식구들 작년의 잎을 여전히 달고 있는 수국은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엔 잎만 무성했었으니 꽃기다림이 클 수 밖에. 발아날짜를 얼추 맞춰서 한해 농사를 맡아 줄 씨앗들을 저 흙 속에 심었다. 각종 토마토들, 각종 고추들, 들깨 고구마 더덕까지 .... 여행 후 다시 돌아가면 어리고 여린 싹들이 꼼지락꼼지락 세상에 나와 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것은 너무 자의적이다. 나를 기다려줄 생명이 있다는 것을 여행동안 상기시키며 귀가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해보려는 아주 얄팍 쪼잔한~ ㅋㅋ 그러나 수가 다 드러나서 주모자인 내가 자신도 속이지 못하는 이 엉성함을 또 어떡하냐구 ㅋ ) 말 없이 착하기만 한 것들, 여행지에 데려오지 못해서 미안... 특히 마음이 쓰이는 소나무, 물..

아직은 뭐라 단언할 수 없다 이 나라 이 도시에 대해서..... 그냥 잘 왔다는 생각. 사라질 뻔한 재래종 밀농사를 지어 빵을 굽는 프랑스인 부부가 사는 도시, 서로 연결은 되었지만 만난 적이 없었음에도 그들은 포옹으로 맞아주었다. 저 거리 어디쯤에 그들의 빵집이 있다. 이 도시에선 카메라 엥글을 어디에 맞춰도 마치 오페라 무대나 시대극 무대처럼 보인다, 내 눈에만 그런가? 도시에 발 디딘 둘쨋날 뒷산에 올랐다 독일 숲마을과 많이 달랐고, 오가는 몇 안 되는 사람들 중 정말 우연히도 이 길을 산책 중인 지인의 지인을 만났다. 그들 일행 중에는 한국 영화를 잘 아는 자칭 영화 감독이라는 이가 있었는데 우리나라의 세계적인 영화감독 김기덕( 득?) 감독이 우크라이나에서 코로나로 사망하셨다는 것까지 알고 있더라..

중간 정착지인 바르샤바 공항에선 폭풍을 겸한 폭우가 쏟아졌다. 북유럽엔 며칠간 바람이 심해서 비상주의보가 내렸고 기차도 비행기도 많이 결행을 했다. 시간 맞추 예약한 공항행 ICE가 아예 취소가 되어 마음을 졸이기도 했었다. 하필이면 가는 날이 장날인 셈. 공항에서나 밤비행기 안에서나 마스크 쓰는 일이 이상하게도 불편하지 않다. 단 한사람 뿐인 동양인 얼굴을 반쯤 가릴 수 있음에 되려 안정감을 가질 수 있음일까. 세상의 기도 중 상당 부분이 공항에 있을 것이란 참 엉뚱한 생각을 하던 중 보잉 737 비행기가 드디어 떴다. 비행기는 거의 두어 시간 동안 심히 흔들렸고 어딘가에 불시착을 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그 곳이 만약 사막이라면, 어린왕자가 만났던 그 여우를 만날 수도 있겠고, 길들인 내 장미에 대..

매년 이맘때면 불쑥불쑥 뇌리에 떠오르는 그림, 조금 전에 이쁜준서님 블로그의 흰 명자꽃을 보면서도 속으론 이 그림을 연상했었다. (이쁜준서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자꽃을 꽃 피우게 하시는 분) 꿈 같은 푸른 바탕색에 작은 꽃잎이 몽글몽글한 그림은 1980년 화가 반 고흐가 사망하던 해에 그렸다. 단 한번이라도 꽃 그리기를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이 그림의 구석구석의 완성도에 탄성을 지를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고흐가 그렸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고흐는 생의 후반 1년 여 동안을 일본 문화와 화풍에 푹 젖어 지냈다. 일본풍 그림도 적잖게 그렸는데, 저 꽃그림도 그 중 하나로 분류된다. 그림의 제목은 아몬드꽃, 매화가 아니다. 프랑스 상레미 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에 있는 것..

어찌하든 겨울동안 살아만 달라고 늦가을 마당에서 주섬주섬 담아 거실 창가에 부려놨던 제라늄이다. 겨울이고 또 골짜기이니 창가 식물에겐 일조량이 턱없이 적다. 그럼에도 이 엄동설한에 꽃을 보인다. 윗사진들은 푸른순간이 시작될 저녁에, 아랜 낮에 찍은 것이다 gpixel 핸드폰으로. 남아프리카가 고향이라는데, 마치 고향도 계절도 잊은 듯, 함부로 꽃을 보이는 것은 아닌지 제라늄이 어디 아픈가? 타는 장작불 앞에서 멍...... 아뿔사, 화분이 깨졌네 ㅠㅠ 언 화분 속 어린 산벚을 어쩌누..... 댓글 8 이쁜준서2022.02.14 07:22 신고 제라늄은 난방 되는 실내에서는 겨울에도 꽃이 피던데요. 맨 끝 사진의 제라늄은 할머님들께서 삽목 가지를 주신 것이지요? 예쁘게 자라서 색갈도 참 곱게 꽃이 피었습니..

모든 실수들의 집합 /이병국 세계는 불완전한 방식으로 완전합니다. 우리는 나란히 대기합니다. 신호가 바뀌면 내달립니다. 앞선 이가 수챗구멍에 빠져 추락사하고 나는 무릎을 꿇고 내려다봅니다. 어쩔 수 없는 일은 어쩔 수 없는 일입니다. 무리수의 무한대는 유리수의 무한대보다 큽니다. 헐겁게 맞춰 입은 몸이 완전하게 비었습니다. 숫제 완벽한 실수가 있습니다. ..................................... .....나와 인류를 해롭게 하지 않기 위해 항원이라는 이름의 이물질을 두 번이나 왼쪽 팔뚝에 주입한 행위, 의문의 그 일을 대변하는 듯한 시. 실수도 완벽할 수 있다고 읽는데, 과연 우리 시대에 수정하고 또 회복할 수나 있을지. .....이런 불확실성의 시대에 미루던 숙제를 하듯 여행을..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데, 결핵을 앓던 카프카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절친 막스 브로트에게 부탁을 하였다. "친애하는 막스, 내 마지막 간곡한 부탁이 있네 Liebster Max, meine letzte Bitte"라고 시작한 그 유명한 한마디는 카프카 자신의 모든 원고를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절친 막스는 그러나 카프카가 사망하고도 카프카의 작품을 없애지 않았으니 카프카의 유언을 지키지 않았던 셈. 뿐만 아니라 막스 브로트는 체코를 탈출하여 팔레스티나로 향한 비행기 짐 속에 친구 카프카의 유작을 고이 넣었었고 유작 속엔 그림도 있었다. 프라하대학 법대생들이었던 카프카와 막스브로트, 둘은 소위 죽이 잘 맞았다. 이 시절(1901년부터 1907년 사이) 카프카는 자신의 글솜씨 만큼 그림에도 재능이 있..

가끔 질문을 받는다, 진눈깨비와 폭풍이 몰아치는 숲마을 겨울이 지겹지 않냐고. '하하 그럴 리가요! ' 산골엔 한번 빠지면 몇 주간 헤어나지 못할 일이 꽤 있는데 그 하나가 뜨개질이다. 작년까진 대바늘뜨기를 하다가 정초에 거의 충동적으로 잡아 본 코바늘에 몇 주간 푹 빠져 지냈다. 부족한 듯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코바늘과 실, 그들을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궁리하는 나만 있으면 있으면 된다. 실이 많기도 하고 또 비교적 적고 가격 또한 싸지도 또한 비싸지도 않다. 꼭 필요한 것이라면 비싼 것이 아니고 무용지물이면 단 1유로도 비싼 것일테니. 그러나 폭풍에 눈발이 휘날리고 올 사람도 갈 곳도 딱히 없는 날 무심코 열어 본 장농 속에서 실뭉치를 발견하면 참 반갑다. 카드지갑이다. 무늬는 유튜브 영상을 보..

비누 /문정희 명성은 매끄러운 비누와 같아 움켜쥐려 할수록 덧없이 사라진다 오늘 한 시인이 시 한 편을 써서 얻은 이름으로 비누를 사러 갔다 그는 자꾸 향내를 맡아보다가 첫사랑처럼 애틋하고 마지막 사랑처럼 절박한 향을 골랐다 실은 그 향은 한물간 향이다 불꽃을 닮아 입술을 팔랑이는 척하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가벼이 사라지는 흔한 거품 냄새였다 비누는 원래 할 말이 많은 돌이었다?* 돌로 여기저기를 팍팍 문지르다가 거품을 주무르다가 물에 녹아 하수구로 사라지는 것이다 세척의 역할 따위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명성은 매끄러운 비누의 모습으로 모래 위를 돌처럼 바다거북처럼 굴러다니다가 가뭇없이 바닷물에 쓸려 간다 * 프랑시스 퐁주 - 現代文學 2022년 1월호 숯이 되라 / 정호승 상처 많은 나무의 ..

첫눈에 내 식구다 싶었다. 이웃동네 꼬마들이 지네들 쓰던 물건을 집앞에 펼쳐놓은 그야말로 집앞 벼룩시장에서였다. 산책을 하다 멈춰 선 가게에 손님이라곤 달랑 나 혼자였다. 본의 아니게 어른의 대표가 된 듯한 좀 웃기는 책임감을 가지고 코로나 시대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응원하려 했지 싶다. 판매대엔 모형자동차, 동화책, 레고 등등만 보여 난감했는데 다행히 한 구석에서 저 아이를 찾았다. 가게주인은 50센트라고 했지만 웃돈(?)을 얹어 1유로를 쥐어주고 아이를 데려왔다. 차림이 남루했던 아이, 머리를 땋아 주고 옷을 세탁하고 꿰매주었다. 내친 김에 아이의 긴 머리를 덮어줄 새 모자를 짜고 앞치마도 마렸했다. 옷이 날개이다. 이 사진은 밤잠도 안 자고 식물을 돌보는 중인 아이(밤에 찍은 사진) 낮에도 부지런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