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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일년 중 꼭 이맘때라야 느끼는 즐거움이 여럿 있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쿠키 굽는 일일 것이다. 매번 성탄 쿠키를 구울 때마다, 이 일 만큼은 노동이 아닌 축복의 시간이라고 늘 여긴다. 하루 전에 만들어 냉장고에서 숙성을 시킨 반죽을 위의 사진처럼 홍두깨로 얇게(약 4mm 두께) 펴준다. 모양을 찍어낸 반죽 위에 계란 노른자를 바르고 색깔 설탕을 몇 개 뿌린 뒤 예열해 둔 오븐에 넣어 굽는데 위의 사진은 뜨거운 오븐 속에서 놀놀하게 굽히는 중인 쿠키들이다. 이날 구운 쿠키들의 총 집합. 오른 쪽 위의 사진은 오븐에 넣기 전인 여전히 반죽 상태이고 왼쪽이 오븐에서 꺼낸 아주 뜨거운 쿠키. 아래는 계피 반죽으로 독일에선 계피별쿠키라고 부르는 성탄절 특유의 달달한 쿠키. 여기서부턴 집안 곳곳에 거의 ..
코로나 창궐로 이미 여러 해 모임을 못하였고, 만날 장소도 여의치 않았던 터에 크라이히가우의 프레디가 자신의 목공연구소로 초대하였다. 역시 코로나떄문에 주저하며 다들 조심스레 생사만 확인한 파티였다. 왼쪽 줄무늬 청년이 프레디, 하하 요상한 수염에 꽁지머릴 한 든든한 독일청년. 크리스틴 프레디 아, 누구더라? 그 다음이 아니타 코로나 시국 중에 만난 터라 다들 조심조심 경찰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조심.... 계절이 겨울이고 이렇게 후미진 곳으로 찾아들었다 우린. 내가 가져간 김치와 깻잎소스셀러드 김치는 워낙 인기여서 금방 바닥이 났다. .
흔적1 흔적2 흔적3 흔적4 흔적5 흔적6 흔적7 흔적8 하마터면 모를 뻔한 일이 눈 내리고 쌓인 날에 알게 된다. 마당의 저 발자취 주인들은 나의 안부가 궁금했을까 몇 번씩 내린 눈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깊은 족적이 있는가 하면 눈 매번 내릴 때마다 지워지는 가벼운 것도 있다. 이럴 땐 기어코 와서 묻지도 않은 인삿말인 듯 조밀조밀 눈 위에 다시 써 놓고 간다. 댓글 17 하동댁2021.12.16 19:52 신고 나다녀간다고 인사하고 간 저 발자국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 주인공의 모습이 궁금하네요 눈 길위를 나도 저렇게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네요 여긴 눈이 안와요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1.12.16 21:24 하동댁님께도 눈을 내려달라고 하늘에 전보를 보내야 할 것 같아요 ㅎㅎ 하나도 아니..
올라프 숄츠(왼쪽)가 독일의 신임 수상이 되었다. 선거가 끝난지 10주가 지나도록 수상을 내지 못해 난항에 난항을 반복하던 독일 정계에 드디어 햇살이 비치고 새 수상이 속한 사민당(SPD빨간색), 자민당(FDP노랑), 녹색당(Gruen)의 연정이 출범한 순간이었다. 3개의 당을 합하면 교통신호등의 색이 되므로 소위 신호등 연정이라 부른다. 위의 사진은 새 수상 숄츠가 연방 대통령 슈타인마이어(오른쪽)로부터 임명장을 받고 있다. 숄츠의 젊었을 때 모습,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꽤나 다른 모습이다. 세월엔 장사가 없나니 .....
숲동네 앞산격인 로타파트에 올랐다. 벌써 20년도 더 된 1999년 12월 26일 독일 흑림 일대에 폭풍 한자락이 불었는데, 그 이름도 별난 로타Lothar*였다. 폭풍 로타는 독일인들의 뇌리엔 정말 징한 이름으로서 그 전까지 듣도 보도 못한 기록을 세우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바람은 200km/h 까지의 속도로 독일 흑림의 북부지대를 싹쓸이하였는데 3천만 큐빅메터에 걸친 울창한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었다. 실제로 보지 않으면 상상이 잘 안 되겠지만, 내 기억으론 이 시기의 흑림엔 허리꺾인 장대 같은 나무들이 어딜 가나 보여서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듯한 죄책감이 늘 들곤 했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지난 스무날 동안 지독하게 몸살을 앓는 동안 올해의 첫눈이 왔었다. 뿐만 아니라 폭풍까지 여러 날 불어서 몸..
앙겔라 도로테아 메르켈, 1954년 함부르크 출생 물리학자 여성 청소년부/환경부 장관(콜수상 내각에서) 역임 2005-2021년 독일 연방 수상 역임 2000-2018년 기독민주당 당수 역임 *차펜슈트라이히 Zapfenstreich 1.원래는 16세기까지 거슬러 올라가는 군사용어로서, 용병이 숙소에서 취침을 하는 시각을 뜻한다는 전통적 의미. 2. 큰 차펜슈트라이히 Great Zapfenstreich는 독일 국방부가 퇴임하는 연방 대통령, 연방 수상, 국방 장관 및 장군을 기리는 저녁 군사 의식이다. 행사 주인공의 애호음악을 군악대가 연주하며 의식이 진행되는데, 요는 독일 국방부가 민간인을 위한 가장 엄숙한 의식이며 훈장이다. 댓글 10 파란편지2021.12.04 01:51 신고 메르켈 수상은 매력적이었..
송년카드 /김명원 겨울을 악물고 있는 수상한 도시가 있다. 빌딩창문들마다 불어오는 잿빛 기침, 실어증으로 입원중인 가로등, 실밥이 풀리는 보도블록, 자동인형처럼 걷는 딱딱한 사람들, 고개 들면, 쑥 자라 있는 어둠의 흉통이 있다. 12월 31일 밤, 내리기 시작하는 눈발 속을 걸으며 주머니 깊숙이에 오른 손을 넣는 순간, 놀라워라 유년의 골목에서 태어난 눈사람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말 걸어온다. 나를 다 읽고 있었다는 듯 나를 다 보고 있었다는 듯 강물에 떠내려간 일기장과 조급해진 신발더미와 몇 번의 연애와 소나기를 맞던 결혼식 조화 화환과 사십년 세월이 주름으로 얼룩진 거울과 그리고 엄마, 타다 만 몇 소절 화장터 불길들과 질긴 시詩 한 줌 부스러기까지, 다 알고 있다는 듯 나를 전집의 시선으로 바라본..
시래기가 그립다. 그 맛이 어땠는지는 딱히 규정할 수도 없고 먹어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시래기'라는 단어에 '우리나라 겨울용 건야채'라고만 쓰기엔 시래기가 가진 의미나 맛에 부족하다 싶다. 시래기가 마르는 동안 고향집을 생각했다. 대청마루 벽에 주렁주렁 걸렸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할머님 큰어머님 어머님 숙모에 여러 올케들 얼굴도 스친다. 우리집 대가족 섭생을 위해 어마어마한 노동을 하셨던 희생자들. 씨앗회사 '노아의 방주(재래씨앗을 보관 판매하는)'에서 로마네스코를 주문하여 심었는데 잎만 무성할 뿐, 기다리던 로마네스코는 열리지 않았다. 실수로 다른 오래된 재래종 씨앗*을 보냈지 싶은데, 기특한 것은 4년씩이나 내 밭에서 살아주었다는 것. 유럽엔 비슷한 류의 배추가 있다. ..
고흐의 수채화 '밀짚 더미'*가 뉴욕 크리스티경매에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다. 1888년,그러니까 그가 생활 마감하기 2년 전에 그렸던이 그림은 프랑스 아를 지방의 근초 작업 풍경을 소재로 하였다. 그림은 또한 2차대전때 그 곳을 점령했던 나치군에 의해 압수되어 그 자취를 감췄다가 1970년에서야 그 존재를 다시 세상에 알렸었다. 그림의 경매가는 3590만 달러, 고흐 수채화의 최고가를 기록한 금액이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좀 과장을 하자면 가슴이 쿵쾅 뛰었다. 소유할 수는 없지만 사진을 블로그에 옮겨왔는데, 자주 보고싶어서다. 그림은 밑그림 스케치 흔적이 마치 잘 차려 입고도 가려지지 않는 근육 혹은 속옷 실루엣처럼 드러나 있다. 밑그림 위에 채색하고 물기를 말린 뒤 짙은 펜으로 덧그려서 그림의 디테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