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 1 | ||||||
| 2 | 3 | 4 | 5 | 6 | 7 | 8 |
| 9 | 10 | 11 | 12 | 13 | 14 | 15 |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 30 |
- 바질소금
- 텃밭
- 헤세
- 흑림의 코스모스
- 싸락눈
- 흑림
- 흑림의 오래된 자동차
- 루에슈타인
- 마늘풀
- 프로이덴슈타트
- 익모초
- 흑림의 봄
- 카셀
- 독일 흑림
- 뭄멜제
- Schwarzwald
- 흑림의 샘
- 코바늘뜨기
- 우중흑림
- 흑림의 겨울
- 힐데가드 폰 빙엔
- 흑림의 여뀌
- 꿀풀
- 뽕나무
- 감농사
- 독일흑림
- 흑림의 성탄
- 독일 주말농장
- 잔설
- 바질리쿰
- Today
- Total
목록분류 전체보기 (1020)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가끔 질문을 받는다, 진눈깨비와 폭풍이 몰아치는 숲마을 겨울이 지겹지 않냐고. '하하 그럴 리가요! ' 산골엔 한번 빠지면 몇 주간 헤어나지 못할 일이 꽤 있는데 그 하나가 뜨개질이다. 작년까진 대바늘뜨기를 하다가 정초에 거의 충동적으로 잡아 본 코바늘에 몇 주간 푹 빠져 지냈다. 부족한 듯하지만, 있을 건 다 있다. 코바늘과 실, 그들을 만지작거리며 이리저리 궁리하는 나만 있으면 있으면 된다. 실이 많기도 하고 또 비교적 적고 가격 또한 싸지도 또한 비싸지도 않다. 꼭 필요한 것이라면 비싼 것이 아니고 무용지물이면 단 1유로도 비싼 것일테니. 그러나 폭풍에 눈발이 휘날리고 올 사람도 갈 곳도 딱히 없는 날 무심코 열어 본 장농 속에서 실뭉치를 발견하면 참 반갑다. 카드지갑이다. 무늬는 유튜브 영상을 보..
비누 /문정희 명성은 매끄러운 비누와 같아 움켜쥐려 할수록 덧없이 사라진다 오늘 한 시인이 시 한 편을 써서 얻은 이름으로 비누를 사러 갔다 그는 자꾸 향내를 맡아보다가 첫사랑처럼 애틋하고 마지막 사랑처럼 절박한 향을 골랐다 실은 그 향은 한물간 향이다 불꽃을 닮아 입술을 팔랑이는 척하다가 어딘지도 모르는 곳으로 가벼이 사라지는 흔한 거품 냄새였다 비누는 원래 할 말이 많은 돌이었다?* 돌로 여기저기를 팍팍 문지르다가 거품을 주무르다가 물에 녹아 하수구로 사라지는 것이다 세척의 역할 따위를 생각할 겨를조차 없다 명성은 매끄러운 비누의 모습으로 모래 위를 돌처럼 바다거북처럼 굴러다니다가 가뭇없이 바닷물에 쓸려 간다 * 프랑시스 퐁주 - 現代文學 2022년 1월호 숯이 되라 / 정호승 상처 많은 나무의 ..
첫눈에 내 식구다 싶었다. 이웃동네 꼬마들이 지네들 쓰던 물건을 집앞에 펼쳐놓은 그야말로 집앞 벼룩시장에서였다. 산책을 하다 멈춰 선 가게에 손님이라곤 달랑 나 혼자였다. 본의 아니게 어른의 대표가 된 듯한 좀 웃기는 책임감을 가지고 코로나 시대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응원하려 했지 싶다. 판매대엔 모형자동차, 동화책, 레고 등등만 보여 난감했는데 다행히 한 구석에서 저 아이를 찾았다. 가게주인은 50센트라고 했지만 웃돈(?)을 얹어 1유로를 쥐어주고 아이를 데려왔다. 차림이 남루했던 아이, 머리를 땋아 주고 옷을 세탁하고 꿰매주었다. 내친 김에 아이의 긴 머리를 덮어줄 새 모자를 짜고 앞치마도 마렸했다. 옷이 날개이다. 이 사진은 밤잠도 안 자고 식물을 돌보는 중인 아이(밤에 찍은 사진) 낮에도 부지런한..
제목으로 두 단어를 골라보니 마치 영화제목 같다. 코비19 백신 접종과 관련한 넋두리이니, 같은 소재로 적잖게 스트레스를 받고 계신 분들은 여기서 일찌감치 글 읽기를 중단하시라. 나름 확신이 있는 내 지인들 그룹에선 백신을 맞은 이가 없다. (지난 10월 쯤 세미나 참석을 했었는데 몇백명 참석 인원 중 백신접종자가 단 한 명도 없었다.) 그러나 백신접종 확인의 '쯩' 없이는 좋아하는 수영장도 또한 사우나도 연주회장도 카페도 심지어 서점도 갈 수가 없었다. (내가 사는 독일 남부의 주에선 2차접종자, 걸렸다가 완쾌된 자만 출입자격 부여) 사정이 이러하니 지금의 나는 도저히 인간 노릇을 하고 살고 있다고 할 수가 없었다. 일전에 코비19 2차접종까지 마쳤다. 면역이론의 무지에서가 아닌, 이상한 나라의 전염병..
성탄 이야기에 근거한 3인의 동방박사를 기념하는 날인 1월 6일을 우리 만남의 날로 정한지 몇년이 되었다. (내 블로그엔 거의 매년 이 날 이야기를 써왔던 것 같다) 뜻을 모아 여러 해 만나왔던 친구들은 이제 흩어져 두 친구는 먼 남미의 파라구아이와 우루구아이로 이주하였고 더 멀리 떠나서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에 간 친구도 있다. 두번째 사진이 미샤엘동산 카펠레(작은 교회)의 외부모습이라면 위의 사진은 내부모습이다. 매년 같은 날 와서 둘러보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긍정적인 기운으로 마치 천사 미샤엘이 고단한 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듯 하다. 실제로 이 곳에 미샤엘 천사가 나타났으므로 주민들은 작은 교회를 지어 기려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떠난지 3년이 된 친구 미샤엘이 교회 구석구석을 안내하..
라인강과 그 옆 호수를 이어주는 샛강, 샛강에 하늘이 풍덩 빠졌다. 눈을 감고도 찾아낼 듯, 구석구석 정이 든 라인강 주변. 오래 전엔 거의 나만 알던 곳이라 여겼던 곳이었다. 자연보호구역이어서 이곳에서 태어난 나무들은 같은 자리에서 어른 나무가 되고 또 때가 되면 스스로 누워 몸에 이끼를 키운다. 이끼에 앉아 도시락 까먹기 카밀렌 차 한잔에 귤 두 개. 다음엔 삶은 계란 하나도 준비해야지. 만나지 못했다면 서운했을 백조부부 이들은 강변 호수의 터줏대감들이다. 2021년 연말부터 며칠간 쉴 새없이 겨울비가 내리더니 2022년 정초에 라인강물이 불었나 보다. 강가 늪지에까지 물이 찼다. 사진 속 먼 물이 라인강. 라인강둑, 호수를 빙 둘러 강가에 왔더니 이곳엔 이미 해가 저물었다. 강물이 엄청나게 불었고 ..
큼지막하게 구멍이 난 이파리를 보는 것으로 오후를 썼다. 나머지 하난 이렇게 생겼다 식물의 잎은 인간의 심장을 닮은 모양새를 했으나 심장보다 훨씬 크다. 참고로 우리의 심장은 각자가 '주먹 쥐고'할 때의 그 주먹 쥔 손크기 만하다. 그럼에도 1분에 5-6리터씩의 피를 흡입하고 또한 내뿜으며 왼쪽(혹자는 오른 쪽) 가슴에 소중하게 위치한다. (다시 몬스테라로 돌아와서) 그려진 무늬에 수려함에 따라 식물의 가치가 다르다고 읽었다. 본래의 초록잎에, 돌연변이처럼 흰색이 들어 그림으로 그린 듯(그림보다 더) 수려한 무늬를 그려내기 때문이다. 글쎄, 아무 무늬도 없으면 좀 심심했을까 흔해 보이는 초록일지라도 그들을 만드느라 식물이 얼마나 애를 쓰는데..... 식물유행*에 편승을 한 격이랄까. 단지 호기심으로 인해..
설원 /홍일표 어디서나 백지는 힘이 세다 출발이며 도착인 곳 영원이라는 말과 가끔 혼동하는 곳 백지는 어디서나 너를 부른다 돌아오라고 내려놓으라고 말한다 나날이 전투인 사람들에게 그런 말이 얼마나 공갈빵 같은 수사인지 얼마나 머나먼 잠꼬대인지 가장 어려운 지름길을 중얼거리는 백지족 이곳을 떠날 수 없고 도망갈 수 없는 사람들은 구름을 오래 씹고 있으면 박하향이 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위로도 위안도 잠시 흩날리다 멈추는 눈발인 양 눈썹에 맺혀 글썽이는 혼잣말인 양 몇몇이 흰 수사복을 걸친 산길 대신 젖은 발자국 많은 곳으로 걸어간다 얼굴을 처음 갖게 된 길들이 등뼈 곧추세우고 반짝이는 다 뭉개져서 마지막 하나 남은 - 시집 '중세를 적다' 민음사 2021 날짜를 짚다 /이만섭 일월의 바큇살은 투명해서 굴..
일년 중 꼭 이맘때라야 느끼는 즐거움이 여럿 있지만 그 중 빼놓을 수 없는 것은 쿠키 굽는 일일 것이다. 매번 성탄 쿠키를 구울 때마다, 이 일 만큼은 노동이 아닌 축복의 시간이라고 늘 여긴다. 하루 전에 만들어 냉장고에서 숙성을 시킨 반죽을 위의 사진처럼 홍두깨로 얇게(약 4mm 두께) 펴준다. 모양을 찍어낸 반죽 위에 계란 노른자를 바르고 색깔 설탕을 몇 개 뿌린 뒤 예열해 둔 오븐에 넣어 굽는데 위의 사진은 뜨거운 오븐 속에서 놀놀하게 굽히는 중인 쿠키들이다. 이날 구운 쿠키들의 총 집합. 오른 쪽 위의 사진은 오븐에 넣기 전인 여전히 반죽 상태이고 왼쪽이 오븐에서 꺼낸 아주 뜨거운 쿠키. 아래는 계피 반죽으로 독일에선 계피별쿠키라고 부르는 성탄절 특유의 달달한 쿠키. 여기서부턴 집안 곳곳에 거의 ..
코로나 창궐로 이미 여러 해 모임을 못하였고, 만날 장소도 여의치 않았던 터에 크라이히가우의 프레디가 자신의 목공연구소로 초대하였다. 역시 코로나떄문에 주저하며 다들 조심스레 생사만 확인한 파티였다. 왼쪽 줄무늬 청년이 프레디, 하하 요상한 수염에 꽁지머릴 한 든든한 독일청년. 크리스틴 프레디 아, 누구더라? 그 다음이 아니타 코로나 시국 중에 만난 터라 다들 조심조심 경찰에 들키지 않도록 조심조심.... 계절이 겨울이고 이렇게 후미진 곳으로 찾아들었다 우린. 내가 가져간 김치와 깻잎소스셀러드 김치는 워낙 인기여서 금방 바닥이 났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