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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시래기가 그립다. 그 맛이 어땠는지는 딱히 규정할 수도 없고 먹어 본 기억도 가물가물하다. 그럼에도 '시래기'라는 단어에 '우리나라 겨울용 건야채'라고만 쓰기엔 시래기가 가진 의미나 맛에 부족하다 싶다. 시래기가 마르는 동안 고향집을 생각했다. 대청마루 벽에 주렁주렁 걸렸던 것도 같고 아닌 것도 같고..... 할머님 큰어머님 어머님 숙모에 여러 올케들 얼굴도 스친다. 우리집 대가족 섭생을 위해 어마어마한 노동을 하셨던 희생자들. 씨앗회사 '노아의 방주(재래씨앗을 보관 판매하는)'에서 로마네스코를 주문하여 심었는데 잎만 무성할 뿐, 기다리던 로마네스코는 열리지 않았다. 실수로 다른 오래된 재래종 씨앗*을 보냈지 싶은데, 기특한 것은 4년씩이나 내 밭에서 살아주었다는 것. 유럽엔 비슷한 류의 배추가 있다. ..
고흐의 수채화 '밀짚 더미'*가 뉴욕 크리스티경매에 나와서 화제가 되고 있다. 1888년,그러니까 그가 생활 마감하기 2년 전에 그렸던이 그림은 프랑스 아를 지방의 근초 작업 풍경을 소재로 하였다. 그림은 또한 2차대전때 그 곳을 점령했던 나치군에 의해 압수되어 그 자취를 감췄다가 1970년에서야 그 존재를 다시 세상에 알렸었다. 그림의 경매가는 3590만 달러, 고흐 수채화의 최고가를 기록한 금액이다. 이 그림을 보자마자 좀 과장을 하자면 가슴이 쿵쾅 뛰었다. 소유할 수는 없지만 사진을 블로그에 옮겨왔는데, 자주 보고싶어서다. 그림은 밑그림 스케치 흔적이 마치 잘 차려 입고도 가려지지 않는 근육 혹은 속옷 실루엣처럼 드러나 있다. 밑그림 위에 채색하고 물기를 말린 뒤 짙은 펜으로 덧그려서 그림의 디테일..
요즘들어 부쩍 국수가 그립다 해가 떴는지 졌는지 알 수 없이 흐리고 추운 나날들, 지금 못생긴 계절을 지나는 유럽이라서 더 그렇다. 라면 같은 것은 아예 없고, 그렇다고 기껏 라면 하나 사러 하이델베르크까지 갈 수도 없고....... 궁하면 통한다 했던가, 주섬주섬 모아보니 위의 그림이 되었다. 오른쪽에 동그란 밀가루를 빼곤 모두 내 밭에서 자란 것이니 엉겁결에 자급자족 중인 거네? ㅋㅋ 왼쪽 위부터 샬로테(작은 보라양파), 마늘 1쪽 무화과 2개 고추 청과 녹 파잎 말린 깻잎 총각무 주먹 크기 밀가루반죽 적당히 된 밀가루 반죽을 도마에 놓고 홍두깨로 밀어 칼로 죽죽~ 모양만 칼국수여도 돼, 내가 먹을 건데 뭐! 살짝 달군 냄비에 (기름없이) 파와 마른 깻잎을 넣고 볶다가 물 한컵을 붓고 끓인다. 국숫물..
무화과 한줌 눈물겨운 추수를 하고 수번이나 고맙다고 말해 주었다. 엄청난 강우량에 우박까지 수차례 내리친 중에도 끝까지 버텨준 애틋한 과일이었다. 들깨꽃송이, 내년 농사를 위해 덜 여문 상태여도 잘라서 잘 말려야 한다. 그냥 세워뒀다간 씨앗이 얼면 낭패가 되니. 우리나라에선 갈색이 되어 들깨 수확까지 하겠지만 유럽 중부, 위도 50도쯤인 여기 흑림에선 내년에 뿌릴 씨앗만 거둬도 만족한다. 사과나무의 사과는 거의 다 떨어졌나보다. 서너상자쯤 따서 창고에 넣어뒀고 저 낙과들은 수 많은 생명을 먹여살리는 중이다. 미생물부터 지렁이 날짐승 들짐승들의 양식이 되고, 산화한 뒤엔 풀들의 거름이 된다. 들인 노동에 비해 가을내내 수확의 기쁨을 주는 총각무는 미국의 사슴님으로부터 그 씨앗을 받았었는데 보내신 분의 마음..
사랑 / 곽재구 물을 따라 강둑을 걸었다 바람이 불어와 풀들을 보듬었다 소주 두 홉을 마신 사람이 풀냄새 두 말을 마셨다 풀은 주량이 어떻게 되나 술 먹지 않은 무싯날 태풍이 불어왔다 미친바람이 풀의 몸을 쥐어뜯었다 풀은 온몸이 술이며 노래며 춤이며 심장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풀은 바람을 보듬고 구천 멀리 날아갔다 풀과 함께 날아가던 새들이 한 골짜기에 내려앉았고 조용해진 풀밭에 새들이 알을 낳았고 바람에 날려 온 꽃씨들이 풀 틈 사이 꽃을 피웠고 알을 나온 아기 새들이 톡톡 꽃잎을 쪼았고 풀밭에서 새로운 음악의 기원이 시작되었다 .............. 썬글라스를 끼고 보고 싶은 단어가 있다. 요즘의 어떤 단어 앞에선 마스크를 하고 싶은 충동도 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내세우며 시인..
웃는 눈을 닮아서일까, 눈썹달을 보면 기분이 좋아진다. 그래서 서둘러 산책을 나섰고.... 이 벌판에서 섰거나 구부린 여인들은? 얘네들은 내가 옆을 지나와도 꿈쩍도 않고 저러고 있다. 낙엽사진을 찍는 중. 이 또한 추측이고, 낙엽사이 벌레를 찍는 지도 몰라. 대체로 흐릿한 색체는 손전화 촬영의 잇점. 조용한 평원에 이상한 행렬이 출몰? 나 또한 저렇게 보였을까? 그때 새떼들이 솟아올랐다. 해가 지고도 한참 지난 뒤였다. 먼나라 숲살이에서 그래도 감격스런 순간이 있다면 바로 이런 때. 잎이 피고 질 때, 해가 지고 하늘 한 쪽이 뻘겋게 멍들어 있을 때, 저 풍경처럼 무수한 새들이 일시에 비상하며 낮과 밤을 정면에서 갈라 놓을 때.
숲에 넵툰우물로 가는 방향이라고 표지판은 말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가본 것도 같은 넵툰우물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가시덩굴이 산더미처럼 높이 가로막았다. 바다에 있어야 할 신이 숲에 까지 들어왔으니 보다 못한 가시나무가 가뒀나? 이래서 신화는 계속되는 것인가? 삼지창(♆)을 자랑스레 보여주는 로마의 신 넵툰은 원래 그리스의 포세이돈 즉 바다의 제왕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용왕님 격인 넵툰을 유럽에선 우물이나 분수이름으로 많이들 지었다. 위에 벌거벗은 아저씨가 넵툰, 삼지창을 반드시 들고 다니는 게 특색이라면 특색. (볼로냐의 분수대) 가을의 한복판에 넵툰 방향은 막혔지만, 볕이 제왕격이다. 이때 올려다본 하늘. 아마도 꿀밤나무였던 것 같은 낡은 고목 위로 비행기가 쭉쭉 선을 긋는 중이다, 위에서부터..
슈밥씨네 배나무는 양쪽 팔을 벌려 자란다. 소위 말하는 슈파일리어옵스트* 과일나무 재배법이다. 아주 어린 나무를 심을 때부터 봐왔고 심어진 의도도 짐작했지만, 저토록 잘 성장할 줄은 몰랐었다. 슈밥씨댁에서 가장 먼저 만나는 주차장, 땔나무로 빽빽하게 둘레를 채워서 추운 계절이 다가옴을 알리고. 그댁의 고추마당 다른 쪽 텃밭인데, 야채와 꽃나무와의 경계가 모호하다는 데서 내 밭과 비슷하다. 닮은 사람들끼리라서 친한가 봐. 이댁 집을 중심으로 마당을 270도쯤 돌았을 때 배나무가 서 있다. 밭만 보면 그 존재도 알아채지 못할 만큼 벽에 격자무늬로 바짝 붙어 자라는 슈파일리어옵스트 배나무이다. 이 댁은 반려견이나 여타 동물을 키우지 않지만, 저 배나무가 그런 역할을 하지 않나 싶다. 반려식물로서 이댁엔 포도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