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5 |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 독일흑림
- 우중흑림
- 흑림의 코스모스
- 독일 흑림
- 싸락눈
- 독일 주말농장
- 꿀풀
- 흑림
- 흑림의 샘
- 바질소금
- 흑림의 봄
- 흑림의 여뀌
- 뭄멜제
- 텃밭
- 뽕나무
- 카셀
- 루에슈타인
- 흑림의 겨울
- 바질리쿰
- 감농사
- 헤세
- 마늘풀
- 익모초
- Schwarzwald
- 흑림의 오래된 자동차
- 프로이덴슈타트
- 잔설
- 힐데가드 폰 빙엔
- 흑림의 성탄
- 코바늘뜨기
- Today
- Total
목록수평과 수직 (282)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겨울 편지를 쓰는 밤 / 박남준 무서리가 눈처럼 하얗게 내리던 날들이 지나갔다 툇마루에 떠다 놓은 물이 꽁꽁 얼음이 되는 날들도 있었다 그 겨울밤 문밖에 나서면 쩡쩡거리는 소리가 들릴 듯한 푸른 별들 부끄러워서 고개를 묻던 날들이 있었다 반문처럼 그 별들에게 보이지 않는 길의 나침반을 묻기도 했었다 불쏘시개로 쓰던 잔 나뭇가지들이며 소나무 잎들 다 떨어진 지도 십여일에 가깝다 나무청의 나무들은 한 사흘은 버틸 수 있을까 새벽부터 구들장이 한기를 느끼게 한다 새우처럼 웅크린 채 미적거린다 새들이 또 흉을 보고 있겠지 갈퀴와 큰 자루를 찾아 들고 앞산에 오른다 노란 소나무잎들 어느새 저렇게 수북하게도 떨어져 내렸구나 나 여기 숲에 살며 그간 나무 한 그루 심지 않은 채 나뭇잎들 긁어가거나 새파랗게 살..

말 /김성신 두부 같은 집이었지, 바위처럼 단단한 집이었지 당신의 젖은 귀와 부르튼 입술을 생각해요 오체투지, 바닥에 낮게 엎디는 참례의 시간 맹금처럼 날 선 발톱이 풍경을 수습하고 비로소 내려앉은 마음들은 먼 곳을 바라보네 어제와 오늘 사이의 음소가 분절될 때 울적의 리듬은 박장대소와 굿거리장단에도 후렴을 맞추지 어디에도 가닿지 못한 묵음이 벽을 뚫고 울려 퍼지지 허공을 가로질러 바라보면 이 세상은 때로 질문들의 증명 먼 곳에 있는 것이 가장 가까운 곳으로 숨 쉴 때 가로지르는 것이, 내 옆에 있었음으로 누군가 되물어도 입술을 깨물 뿐 말의 섬모는 부드럽지만 함부로 내뱉을수록 공허해져 끝은 뼈처럼 하얗구나 함부로 내뱉은 말들이 부유하는 소란의 세계 돌아나가던 命이 여기서 저기로 ..

성격이 변했다. 회복될 수만 있다면, 뾰족한 불평 대신 두루뭉실 여생을 살겠다고 그땐 하루에도 여러 번 다짐했었다. 그 덕분인지 코로나로부터 살아났고, 빳빳하게 잘 살고 있다. '두리뭉실'은 그러나 지켜내지 못하는 듯 하다. 변한 성격 때문이다. 코로나 앓기 전엔 손님이라도 오면 그때서야 후다닥 집을 치웠는데, 이젠 평상 시에도 손님 오기 직전처럼 해놔야 한다. '모든 것이 제 자리에 가지른...' 이 1절이고 '반들반들 날마다 광 내고 닦아...' 가 2절이던 내 어머님 애창곡을 살림 참 못 하는 내가 이제서야 알아간다고나 할까. 문제는 심한 정도이다. 창틀의 얼룩은 물론이고 묻은 몇톨 먼지도 마치 마음 굴곡에 쌓인 듯 하다. 그래서 운전 중에도 근무 중에도 먼지 생각에 불편하다. 참 거북한 주적이 되..

생각해 보니, 11월이어서 참 좋다. 한해의 계획을 주로 11월에 하는데, 내년 다이어리를 받았고 그 안에 큰 묶음의 계획을 세우는데 머릿속이 비좁도록 하고 싶은 일이 많다. 거의 매년 작은 것만 쓰다가 할일이 많은 내년을 대비해서 큰 다이어리로 바꿨다. 시간이 7시부터 19시까지 , 그러니까 일 하는 시간을 나눠 쓰도록 한 것이다. 애써 바꾼 글씨체로 저 큰 다이어리를 채워 간다는 상상은 요즘 가지는 소박한 기쁨이다. 작은 다이어리도 내년 것으로 두어 개 더 구입했다. 자꾸 되뇌이긴 뭣하지만 교정한 글씨체로 재미 좀 보려는 속셈으로... 이 정도 사치쯤은 부려도 되잖을까. 어떤 허기졌던 아점심, 날짜가 언제였더라? 도무지 기억이 나질 않는다. 집 청소를 한 휴일이었지 싶은데... 그날 머슴 센드위치를 ..

지난 내 생일날부터 글씨체 교정에 들어갔었다. 어언 몇 개월이 지나니 자리잡아 가는 느낌이다. 이 일을 왜 단행했는가 하면 일단 손글씨 쓰는 작업을 다시 해야겠다고 다짐했고, 그 작업을 하고도 내 글씨를 나 조차도 알아보지 못하는 참사가 비일비재했기 때문이었다. (이부분에서 참 웃기는 게, 독일어나 영어는 날림체가 아닌데 유독 한글만 지렁이로 그렸단 말씀) 선택한 글씨체는 빨리 쓰고, 쓰고 나서 읽기에 수월한 것으로 골랐다. 실습에는 만년필로 또박또박 하루 몇 장씩 일기를 썼다. 기회가 되는대로 아무 글이나 필사도 하였다. 양적으론 1달에 얇은 노트 1권을 썼다. 처음 쓸 땐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자꾸만 옛날 글체로 되돌아 갔었다. 그래도 기다리며 의식적으로 꾸준히 몇 개월을 하니 아주 천천히 교정..

마지막에 /파울 클레* 마음 한 가운데의 유일한 부탁으로 걸음을 망설인다. 고양이 만한 작은 것처럼: 귀로 소리를 나르고 발로 걸음을 옮기는 그 모습 결코 되돌리지 않는 몹시 얇으나 경직된 얼굴 꽃만큼 아름다우나 무기로 완전 장착하였으니 원래부터 우리 의지와는 관련 없다. 이 시집, "인상주의 시"에서 화가의 시를 읽었다. 시작 연도가 확인되지 않았다고 적혔다. * 파울 클레(Paul Ernst Klee 1879 뮌헨 - 1940 스위스 ) 우리가 아는, 안다고 여기는 그 파울 클레가 맞다. 그가 그린 그림들이 경매 최고가를 갱신하던 그 클레 말이다. 화가로서 바이올린연주에 뛰어났고 사상가에 시인이기도 했다. "인상주의 10년의 시"를 읽던 중 우연히 그의 시 2편을 만났고 그 중 짧은 하나를 옮긴다. ..

우리 삶 속으로 바이러스악몽이 침투하고 몇년 만에 함께 한 친구 생일행사였다. 첫 느낌은, 어찌하여 우리가 이토록 초고속으로 늙어 있을까 였다. 우리도 우리지만 요 몇년 사이 친구들 남편들은 폭삭 중늙은이가 되었다. 하긴 남얘기가 아니지. 불과 몇 년 사이에 세월이란 깡패가 우리에게 뭔 짓을 한거야? 농부의 정직한 팔둑에 그냥 웃음만 나온다. 밤 사진에서도 숨지 못하는 손마디는 돌을 만지는 조각가의 것만 같다.. 친구네는 나이를 그저 먹는 게 아니란다. 가족이 낸 문제를 풀어야 하는 게 이집 생일잔치 전통이라는 것. 친구는 족히 스무 개는 되어 보이는 단어쪽지 문제를 받았다. 상징 단어가 적힌 쪽지 문제를 제대로 풀어야 오늘부터 제 나이대로 인정된다. 위의 사진은 친구 어릴 때의 사진첩을 뒤지며 상징단어..

오늘은 이네스 생일, 한달 전부터 그녀 남편으로부터 비밀 초대가 있었고 나 또한 초대에 응한다고 비밀 리에 응답을 했었다. 절친 생일이 가까와 지면서 며칠 전부터 가슴이 두근거렸다. 친구에게 가져갈 선물을 생각하는 일도 기쁨의 하나, 그러나 친구에게 무엇이 필요할까? 아무리 생각하여도 도무지 모르겠다. 약국을 하는 친구이고 어지간 한 것은 약국에 다 있으니 말이다. 결국 생각해 낸 것이 이틀 걸려 완성한 위의 코바늘 뜨기 엄지장갑. 색상도 친구가 좋아할 법한 것으로 골랐고 아래처럼 포장하여 사랑과 신뢰의 상징인 로즈마리 가지하나에 축하의 글귀가 새겨진 끈으로 묶었다. 그 다음은 농부인 내가 추수한 한해의 농작물들을 선물하기로 한다. 추수한 여러 작물을 탁자에 먼저 올려 놓고 장식으로 허수아비님도 어렵게 ..

몹쓸 팔자 백석의 팔자 /최서림 딱 한 번 여자 '란蘭'에 빠져버렸다. 조선식 여자 난의 고향까지 가서 퇴짜 맞았다. 동행한 친구한테 사모하는 여인을 뺏겨버리고 바람이 되어 조선 팔도를 떠돌아다닌 남자, 난을 못 잊어 일본, 만주, 내몽골까지 유랑했다. 난을 잊어보려고 이 여자 저 여자 품어보았다. 심장에서 창자에서 난을 몰아내려고 시로 토해낸 남자, 몰아내려 할수록 온몸 구석구석 뿌리 내린 난의 허상, 이 허상이 키운 시인 백석을 읽는 밤이다. 이 허상을 먹고서 살아 견뎌낸 시인이 사랑한 땅, 나라가 없었던 땅, 조선이란 땅의 팔자를 생각한다. /계간 시인시대 2022 가을호 ..................... 백석에 얽힌 이야기는 시대 물결에 소모된 전설이며 신화가 되었다. 백석은 소문으..

늦은 오후 텃밭 삼매경 중 예보에도 없던 소나기로 오두막에서 라디오나 듣는데 어머나 동쪽 하늘에 찬란한 무지개가!! 잠깐이지만 쌍무지개도 떴다. 순간적으로 해가 짱! 하고 나타나니 보이는 잎잎들이 마치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 듯한 색상으로 빛난다. 아일랜드 속담에 보물은 무지개의 끝에 있다 했고 심술 많은 악마가 인간이 보지 못 하도록 보물을 무지개 끝에 보물을 숨겼다고도 한다. 그러고 보니 성경의 어느 부분엔 하나님 약속의 징표라 했던 것 같고 나의 큰어머님께선 무지개의 양 끝에 우물이 있어 그 뿌리를 묻고 있다 하셨다. 무지개의 끝엔 아무 것도 없다. 정말 아무 것도 없다. 말 나온 김에 무지개의 비밀을 더 캐내보면 무지개는 비의 커턴에 태양이 비침으로써 생긴다. 공기 중에 물방울이 많은 때(비 그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