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2 | 3 | 4 |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29 | 30 | 31 |
- 흑림의 성탄
- 감농사
- 헤세
- 흑림
- 프로이덴슈타트
- 흑림의 샘
- 잔설
- 우중흑림
- 꿀풀
- 뽕나무
- 흑림의 봄
- 코바늘뜨기
- 싸락눈
- 독일 흑림
- 텃밭
- 흑림의 여뀌
- Schwarzwald
- 흑림의 오래된 자동차
- 카셀
- 마늘풀
- 독일흑림
- 독일 주말농장
- 흑림의 겨울
- 흑림의 코스모스
- 익모초
- 힐데가드 폰 빙엔
- 루에슈타인
- 바질리쿰
- 뭄멜제
- 바질소금
- Today
- Total
목록책상서랍/초하루 시편지 (110)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피천득님은 오월을 " 금방 찬물로 세수를 한 스물 한 살 청신한 얼굴"이라 하였습니다. 스물 한살이면 이제 막 물이 오른 청년이지요. 그 청년이 찬물로 금방 세수까지 하였는데 상상이 가십니까? 가물가물하거나 또는 그때의 얼굴이 쉽게 떠오르지 않으면 눈을 가늘게 뜨고 지금 바로 창밖을, 먼들 먼숲을 바라보십시오. 스물한살 청년처럼 만물이 지금 세수를 하고 있지요? 오월에도 행복하세요. 천둥 같은 꽃잎 /송재학 절마당의 산벚나무를 보러왔는데 이미 산벚나무 죄다 진 회두리판, 다만 법당에 매달린 필부필부匹夫匹婦의 연등 불빛이 꽃살문 틈새로 화살처럼 쏟아져나와 산벚나무 온전히 감싸니, 그 나무 뜻밖에 또 한 번 꽃 피우느라 분신焚身을 준비하는데 어찌해 천둥소리는 남보다 내 안에서 먼저 북채를 잡았을까 꽃들 박영..
4월엔 만만한 게 '꽃'입니다. 산책을 하다가 무심코 발 밑을 보면, 그 아래 풀꽃 여러 송이가 누웠다가 일어납니다. 특히 4월엔 그들을 보지 않고는 살 수가 없지요. 눈 돌리는 곳 어디에나 피어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말예요, 자세히 보면 웃고만 있던 그 꽃들도 일정 시기가 되면 그 만큼 집니다. 저는 이것을 '물리적인 이별'이라고 이름하였어요. 보기에는 헤어지는 듯 하지만 사실은 가짜로 떠나는 것입니다. 아무리 늦어도 떨어진 꽃잎이 흙이 될 때면 그들은 다시 만나니까요. 꽃을 떠나 보내는 나무는 그래서 슬퍼하는 법이 없지 싶습니다, 고목일 경우는 더 무덤덤하지요. 지금은 이 곳의 주요 명절인 부활주간입니다. 종교와는 별개로 얼마간 수도자들의 일상을 모방하여 보았습니다. 더 이상 필요하지 않은 것들을..
3월 초하루 시편지 몹시 춥습니다. 겨울이 막바지에 와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영 후, 머리를 말린다고 말렸음에도 집에 오는 동안 어깨를 덮은 끝부분 머리카락에 고드름이 열렸었지요. . 거울을 보며 한바탕 웃었답니다. 가고 나면 이 별스러움도 그리워질지 모르겠네요. 시편지를 띄웁니다. 행운의 3월을 맞으세요. .사진은 겨울 요정(흑림 뒷산 뭄멜제(Mummelsee))이 겨울을 나는 모습입니다. 동네 웹캠을 옮겨왔고요. 나는 내가 행복했으면 좋겠어/강송숙그저 잘 지내냐는 안부 문자에 대뜸 전화를 걸어온 친구는 첫마디가 웃음이었고 두 번째는 침묵이었고 세 번째는 눈물이었습니다꽃이 피었다고 날씨가 좋다고 그래서 언제 한번 보자는 준비된 문자는 하나도 말하지 못하고 그녀의 침묵과 그녀의 울음소리만 오래 듣다가 전..
2월 초하루 시편지 2월, 겨울과 봄의 사이에서 후딱 지나는 달이지요. 이번 달 초하루 시편지는 이별이 주제입니다. 시가, 시인이 패배의 편에 서지 않으면 누가 과연 그 몫을 맡아 주겠나요. 시인이라서 외롭고, 시로써 아플 수 있는 문장들 모았습니다. 읽어주세요. 청파동을 기억하는가 ..
눈 속에 피어난 장미들을 봅니다. 정확히는 피어있는 장미 위에 눈이 내려 앉은 것이지요. 비록 동토에 꽃을 피우고 그 꽃 위에 시린 눈이 뒤덮였을지라도, 장미는 장미로서 피어 있습니다. . 2018년 정월 초하루입니다. 새롭게 열린 한 해, 눈 속에서 더 붉은 장미처럼 꽃 피우시기를 기원드립니다. 씨앗 /함민복 씨앗 하나 손바닥에 올려놓으면 포동포동 부끄럽다 씨앗 하나의 단호함 씨앗 한톨의 폭발성 씨앗은 작지만 씨앗의 씨앗인 희망은 커 아직 뜨거운 내 손바닥도 껍질로 받아주는 씨앗은 우주를 이해한 마음 한점 마음껏 키운 살 버려 우주가 다 살이 되는구나 저처럼 나의 씨앗이 죽음임 깨달으면 죽지 않겠구나 우주의 중심에도 설 수 있겠구나 씨앗을 먹고 살면서도 씨앗을 보지 못했었구나 씨앗 너는 마침표가 아니라..
눈 내리는 저녁입니다. 종일 내리고도 모자란지, 저녁으로 갈수록 눈발이 더욱 거세집니다. 이런 날은 털쉐타를 걸치고 자주 창가에 서 있게 되네요. 이제 12월을 맞음으로써 이 한해가 꽉 차게 됩니다. 행운의 연말을 보내십시오. 청어 /윤의섭 버스를 기다렸으나 겨울이 왔다 눈송이, 헤집어 놓은 생선살 같은 눈송이 아까부터 앉아 있던 연인은 서로 반대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저들은 계속 만나거나 곧 헤어질 것이다 몇몇은 버스를 포기한 채 눈 속으로 들어갔지만 밖으로 나온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노선표의 끝은 결국 출발지였다 저 지점이 가을인지 봄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눈구름 너머는 여전히 푸른 하늘이 펼쳐졌을 테고 먼저 도착한 사람들의 시간은 좀 더 빨리 흘러갈 것이다 끝내는 정류소라는 해안에 버스가 정박하리..
11월 초하루입니다. 존재감이 미미하여 마치 12월을 준비하는 달처럼 여겨지는 겸허한 11월이 시작됩니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지금 제 눈 앞에는 바람이 거세지고 고목에 매달렸던 나뭇잎들이 대거 낙하를 하네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위에 비까지 심히 뿌려대니 안되겠어요, 양초라도 켜서 마음을 덥혀야 겠습니다. 이번 달엔 '빈집'을 소재로 한 시들과, 모르겐슈테른의 한편도 골라 보았습니다. 시들의 제목이 같아 빈집이지만 저마다 다른 '빈집'이고, 모르겐슈테른은 특히 동시들이 참 좋지요. 기회가 되면 이곳에도 싣게 되지 싶습니다. 매번 같은 생각입니다만 시들을 써준 시인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따끈한 11월 맞으시기를......... 11월의 나날들 /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 안개가 집 주변에 연기처..
무지개를 보았습니다. 비가 올 것 같은 날 아랫마을 가게에 들렀는데 예상대로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그때 만난 하늘그림을 보여드립니다. 이번 달엔 그래서 무지개 소재/주제 시들을 몇편 골랐습니다. 절감하시고, 무지개처럼 산뜻한 10월을 맞으세요. 해 쪽으로 운전하며 귀가하던 중에 소나기가 쏟아졌지요 저렇게..... 그때 차 뒷거울을 보았는데, 아래 사진들이 바로 뒷쪽에 이어진 풍경들입니다. 물 /임영조 무조건 섞이고 싶다섞여서 흘러가고 싶다가다가 거대한 산이라도 만나면감쪽같이 통정하듯 스미고 싶다 더 깊게더 낮게 흐르고 흘러그대 잠든 마을을 지나 간혹 맹물 같은 여자라도 만나면아무런 부담 없이 맨살로 섞여짜디짠 바다에 닿고 싶다 온갖 잡념을 풀고맛도 색깔도 냄새도 풀고참 밍밍하게 살아온 생을 지우고찝찔한 ..
9월입니다 지난 8월 한달은 빠른 새가 비상하는 속도로 지나갔습니다, 마치 모르는 사이에 시간도둑이라도 다녀간 것처럼 말이지요. 숲과 들풀들도 바쁘게 성숙해져간 한달, 저는 시 한편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보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로써 지리하고 편편한 저의 나날들에 조금은 굴곡의 변화를 가져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9월에 어울리는 시들을 써주신 시인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도 편지 쓰기에 임합니다. 타지에서 쓰는 컴인지라, 남의 사진들로만 편지를 채운 게 좀 걸리긴 서 합니다만......... 행운의 9월을 빌어드립니다. 신발論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문 밖에서 아주 조그맣게 신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끔 숲사슴 가족들이 왔었지만 신발소리를 내진 않았었지요. 창 밖을 내려다 보니 3살짜리 옆집아이 라라였는데 언니가 학교에 입학한 뒤로 가끔씩 제 빈 마당을 한바퀴씩 뛰다가 가곤 한다고 아이 엄마로부터 전해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날은 손에 한웅큼 들꽃을 꺾어 쥐고 왔어요. 부리나케 뛰어내려가서 라라왔구나, 하고 반기니 말 없이 몸을 옆으로 한번 비틀면서 꽃을 쑥 내밀었습니다. 아이의 맑은 눈빛을 보고 물었습니다, 사진을 한번 찍어도 되겠니 라고요. 카메라를 얼른 가져와서 찍는데, 이번엔 한사코 꽃을 얼굴로 갖다 댑니다. ....... ㅎㅎ 이번 일을 계기로 산골소녀 라라의 이야기를 자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엔 여름꽃 소재의 시들을 골랐고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