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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저 수풀 위에서 또 넘어졌다. 두말 할 필요도 없이 발을 헛디딘 내 불찰, 보는 이가 없어서 창피할 일이 없음에도 참 부끄러웠다. 털고 일어서려다가 주저앉은 김에 앉은 키만한 풀들과 좀 놀았다. 넘어진 자리에서 추스리고 일어나니 저 풍경이 기다리네. 하긴 저 풍경을 보며 걷다가 풀 위로 자빠졌지만 말이다. 발 디딘 곳은 뒷산 중에서도 제일 높은 곳이고 아래 내려다 보이는 호수는 블로그에 여러 번 언급했던 뭄멜제*. 여기서 한 달음에 뛰어내리면 호수에 풍덩 빠질 듯 하지만 호수까지는 거의 140m 쯤 높이 차이가 있다. 말 하기 쉬워서 입버릇처럼 뒷산이라 하지만, 아담하고 만만한 느낌의 집 뒷산은 좀 아닌 검은 숲 그대로 검고 웅장한 숲산이다. 바로 이 지점에서 뒤를 돌아보면 아래 사진이 나온다. 흑림 북..
잠시 떠나온 내집 거실의 식물식구들 작년의 잎을 여전히 달고 있는 수국은 꽃 피울 준비를 하고 있다. 작년엔 잎만 무성했었으니 꽃기다림이 클 수 밖에. 발아날짜를 얼추 맞춰서 한해 농사를 맡아 줄 씨앗들을 저 흙 속에 심었다. 각종 토마토들, 각종 고추들, 들깨 고구마 더덕까지 .... 여행 후 다시 돌아가면 어리고 여린 싹들이 꼼지락꼼지락 세상에 나와 있겠지. (아무리 생각해도 이 것은 너무 자의적이다. 나를 기다려줄 생명이 있다는 것을 여행동안 상기시키며 귀가에 대한 기대를 극대화해보려는 아주 얄팍 쪼잔한~ ㅋㅋ 그러나 수가 다 드러나서 주모자인 내가 자신도 속이지 못하는 이 엉성함을 또 어떡하냐구 ㅋ ) 말 없이 착하기만 한 것들, 여행지에 데려오지 못해서 미안... 특히 마음이 쓰이는 소나무, 물..
매년 이맘때면 불쑥불쑥 뇌리에 떠오르는 그림, 조금 전에 이쁜준서님 블로그의 흰 명자꽃을 보면서도 속으론 이 그림을 연상했었다. (이쁜준서님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명자꽃을 꽃 피우게 하시는 분) 꿈 같은 푸른 바탕색에 작은 꽃잎이 몽글몽글한 그림은 1980년 화가 반 고흐가 사망하던 해에 그렸다. 단 한번이라도 꽃 그리기를 시도해본 사람이라면 이 그림의 구석구석의 완성도에 탄성을 지를 것이다. 그 누구도 아닌 고흐가 그렸으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고흐는 생의 후반 1년 여 동안을 일본 문화와 화풍에 푹 젖어 지냈다. 일본풍 그림도 적잖게 그렸는데, 저 꽃그림도 그 중 하나로 분류된다. 그림의 제목은 아몬드꽃, 매화가 아니다. 프랑스 상레미 프로방스Saint-Rémy-de-Provence에 있는 것..
이미 널리 알려진 이야기인데, 결핵을 앓던 카프카는 자신의 죽음을 직감하고, 절친 막스 브로트에게 부탁을 하였다. "친애하는 막스, 내 마지막 간곡한 부탁이 있네 Liebster Max, meine letzte Bitte"라고 시작한 그 유명한 한마디는 카프카 자신의 모든 원고를 없애달라는 것이었다. 절친 막스는 그러나 카프카가 사망하고도 카프카의 작품을 없애지 않았으니 카프카의 유언을 지키지 않았던 셈. 뿐만 아니라 막스 브로트는 체코를 탈출하여 팔레스티나로 향한 비행기 짐 속에 친구 카프카의 유작을 고이 넣었었고 유작 속엔 그림도 있었다. 프라하대학 법대생들이었던 카프카와 막스브로트, 둘은 소위 죽이 잘 맞았다. 이 시절(1901년부터 1907년 사이) 카프카는 자신의 글솜씨 만큼 그림에도 재능이 있..
첫눈에 내 식구다 싶었다. 이웃동네 꼬마들이 지네들 쓰던 물건을 집앞에 펼쳐놓은 그야말로 집앞 벼룩시장에서였다. 산책을 하다 멈춰 선 가게에 손님이라곤 달랑 나 혼자였다. 본의 아니게 어른의 대표가 된 듯한 좀 웃기는 책임감을 가지고 코로나 시대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응원하려 했지 싶다. 판매대엔 모형자동차, 동화책, 레고 등등만 보여 난감했는데 다행히 한 구석에서 저 아이를 찾았다. 가게주인은 50센트라고 했지만 웃돈(?)을 얹어 1유로를 쥐어주고 아이를 데려왔다. 차림이 남루했던 아이, 머리를 땋아 주고 옷을 세탁하고 꿰매주었다. 내친 김에 아이의 긴 머리를 덮어줄 새 모자를 짜고 앞치마도 마렸했다. 옷이 날개이다. 이 사진은 밤잠도 안 자고 식물을 돌보는 중인 아이(밤에 찍은 사진) 낮에도 부지런한..
성탄 이야기에 근거한 3인의 동방박사를 기념하는 날인 1월 6일을 우리 만남의 날로 정한지 몇년이 되었다. (내 블로그엔 거의 매년 이 날 이야기를 써왔던 것 같다) 뜻을 모아 여러 해 만나왔던 친구들은 이제 흩어져 두 친구는 먼 남미의 파라구아이와 우루구아이로 이주하였고 더 멀리 떠나서 다시는 올 수 없는 곳에 간 친구도 있다. 두번째 사진이 미샤엘동산 카펠레(작은 교회)의 외부모습이라면 위의 사진은 내부모습이다. 매년 같은 날 와서 둘러보지만, 이곳의 분위기는 긍정적인 기운으로 마치 천사 미샤엘이 고단한 나의 어깨를 토닥토닥 두드려 주는 듯 하다. 실제로 이 곳에 미샤엘 천사가 나타났으므로 주민들은 작은 교회를 지어 기려왔다고 한다. 이 이야기는 떠난지 3년이 된 친구 미샤엘이 교회 구석구석을 안내하..
라인강과 그 옆 호수를 이어주는 샛강, 샛강에 하늘이 풍덩 빠졌다. 눈을 감고도 찾아낼 듯, 구석구석 정이 든 라인강 주변. 오래 전엔 거의 나만 알던 곳이라 여겼던 곳이었다. 자연보호구역이어서 이곳에서 태어난 나무들은 같은 자리에서 어른 나무가 되고 또 때가 되면 스스로 누워 몸에 이끼를 키운다. 이끼에 앉아 도시락 까먹기 카밀렌 차 한잔에 귤 두 개. 다음엔 삶은 계란 하나도 준비해야지. 만나지 못했다면 서운했을 백조부부 이들은 강변 호수의 터줏대감들이다. 2021년 연말부터 며칠간 쉴 새없이 겨울비가 내리더니 2022년 정초에 라인강물이 불었나 보다. 강가 늪지에까지 물이 찼다. 사진 속 먼 물이 라인강. 라인강둑, 호수를 빙 둘러 강가에 왔더니 이곳엔 이미 해가 저물었다. 강물이 엄청나게 불었고 ..
흔적1 흔적2 흔적3 흔적4 흔적5 흔적6 흔적7 흔적8 하마터면 모를 뻔한 일이 눈 내리고 쌓인 날에 알게 된다. 마당의 저 발자취 주인들은 나의 안부가 궁금했을까 몇 번씩 내린 눈으로도 지워지지 않는 깊은 족적이 있는가 하면 눈 매번 내릴 때마다 지워지는 가벼운 것도 있다. 이럴 땐 기어코 와서 묻지도 않은 인삿말인 듯 조밀조밀 눈 위에 다시 써 놓고 간다. 댓글 17 하동댁2021.12.16 19:52 신고 나다녀간다고 인사하고 간 저 발자국의 주인공은 과연 누구일까요 그 주인공의 모습이 궁금하네요 눈 길위를 나도 저렇게 발자국을 남기며 걷고 싶네요 여긴 눈이 안와요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1.12.16 21:24 하동댁님께도 눈을 내려달라고 하늘에 전보를 보내야 할 것 같아요 ㅎㅎ 하나도 아니..
숲동네 앞산격인 로타파트에 올랐다. 벌써 20년도 더 된 1999년 12월 26일 독일 흑림 일대에 폭풍 한자락이 불었는데, 그 이름도 별난 로타Lothar*였다. 폭풍 로타는 독일인들의 뇌리엔 정말 징한 이름으로서 그 전까지 듣도 보도 못한 기록을 세우며 그 위력을 과시했다. 바람은 200km/h 까지의 속도로 독일 흑림의 북부지대를 싹쓸이하였는데 3천만 큐빅메터에 걸친 울창한 숲을 쑥대밭으로 만들었었다. 실제로 보지 않으면 상상이 잘 안 되겠지만, 내 기억으론 이 시기의 흑림엔 허리꺾인 장대 같은 나무들이 어딜 가나 보여서 그들을 지켜주지 못한 듯한 죄책감이 늘 들곤 했었다. 서론이 길었는데, 지난 스무날 동안 지독하게 몸살을 앓는 동안 올해의 첫눈이 왔었다. 뿐만 아니라 폭풍까지 여러 날 불어서 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