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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흑림살이 (235)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사랑 / 곽재구 물을 따라 강둑을 걸었다 바람이 불어와 풀들을 보듬었다 소주 두 홉을 마신 사람이 풀냄새 두 말을 마셨다 풀은 주량이 어떻게 되나 술 먹지 않은 무싯날 태풍이 불어왔다 미친바람이 풀의 몸을 쥐어뜯었다 풀은 온몸이 술이며 노래며 춤이며 심장이라는 것을 처음 알았다 풀은 바람을 보듬고 구천 멀리 날아갔다 풀과 함께 날아가던 새들이 한 골짜기에 내려앉았고 조용해진 풀밭에 새들이 알을 낳았고 바람에 날려 온 꽃씨들이 풀 틈 사이 꽃을 피웠고 알을 나온 아기 새들이 톡톡 꽃잎을 쪼았고 풀밭에서 새로운 음악의 기원이 시작되었다 .............. 썬글라스를 끼고 보고 싶은 단어가 있다. 요즘의 어떤 단어 앞에선 마스크를 하고 싶은 충동도 인다. '사랑'이라는 단어를 제목으로 내세우며 시인..
숲에 넵툰우물로 가는 방향이라고 표지판은 말하고 있었다. 아주 오래 전에 가본 것도 같은 넵툰우물가, 가리키는 쪽을 보니 가시덩굴이 산더미처럼 높이 가로막았다. 바다에 있어야 할 신이 숲에 까지 들어왔으니 보다 못한 가시나무가 가뒀나? 이래서 신화는 계속되는 것인가? 삼지창(♆)을 자랑스레 보여주는 로마의 신 넵툰은 원래 그리스의 포세이돈 즉 바다의 제왕이다. 우리나라로 치면 용왕님 격인 넵툰을 유럽에선 우물이나 분수이름으로 많이들 지었다. 위에 벌거벗은 아저씨가 넵툰, 삼지창을 반드시 들고 다니는 게 특색이라면 특색. (볼로냐의 분수대) 가을의 한복판에 넵툰 방향은 막혔지만, 볕이 제왕격이다. 이때 올려다본 하늘. 아마도 꿀밤나무였던 것 같은 낡은 고목 위로 비행기가 쭉쭉 선을 긋는 중이다, 위에서부터..
이 곳은 한때 참 좋아했던 친구네 정원이다. 헤세 옆마을이어서 좋았고, 마당 가장자리로 끌여들인 개울이 하루 종일 졸졸거려서 좋았다. 산을 몇 개나 넘어야 다다를 수 있었지만 일년에 몇 번은 이곳에 발 디디고 살았다. 아래까지 내려와서 위를 올려보면 이런 풍경. 잔디가 자라면서 둔해졌지만 저 초록 잔디계단을 보면 헤세의 시 "계단"이 늘 생각났었다. 오르내리며 몇 번인가 친구에게 헤세얘길 한 것도 같다. 친구는 헤세보다는 괴테 편이었고 괴테의 저서와 생애를 꿰뚫고 있던 그녀는 특히 괴테보다 훨씬 젊었던 그의 아내*에게 연민을 가졌었다. 문학이나 창작 따위와는 거리가 있었지만 나이 든 남편 괴테에게는 헌신적이었다고 전해지는데, 친구 역시도 그녀의 서너 살 연하남편에게 퍽이나 헌신적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
성에서 좀 거닐자고 친구가 전화를 했다. 그래서 만나러 가는 길, 자주 지나다니지만 그때마다 길을 멈추게 하는 곳이 있다. 양갈래로 갈라지는 이 철길이 그렇다. 드 갈래의 길 가운데 하필 저 멀리 햇살이 내리쬐는 한 방향만 찍었을까 나무 뒤로 숨은 해, 그로부터 나온 햇살이 눈부셔서 한참을 바라보았던 풍경. 이 아이들을 어찌할까나 ㅎㅎ 마치 만화 속 등장인물 같은 차림을 한 소녀들, 나이를 물어보니 8학년이란다. 6세에 주로 입학을 했다면 지금 얘네들 14세? 앞에 던져 놓은 게 학교가방일텐데 하필이면 아래 물이 가득한 분수대에 들어갔냐고 물으니 직직 찢은 바지를 입은 아이가 어깨를 한번 으쓱이더니 '그냥...' 그런다. 딱 봐도, 뭔가 엉뚱한 것을 저지르고 싶고, 기껏 한다는 게 분수대나 들어가서 놀고..
해가 세의 동네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사진 왼쪽 희끄무레한 산 아래 칼브(Calw)가 있으니. 서 있는 곳은 해를 배웅하는 명소, 저 곳까지 등산을 했으면 얼마나 좋았을까마는 어르신 친구분들이시라 오르막까지 승용차로 돌고 돌아 올라갔었다. 아랫동넨 해가 진지 오래지만 햇살이 더 오래 머무는 곳이라 해서 발을 디딘 곳이다. 아랫동네 골목길 사진을 찍었는데 산 위, 우리가 서서 지는 해를 배웅하던 곳도 보인다. 우연이다. 다시 위에 올라서서 아래를 보니, 지난 몇 년간 망년회를 하러 열심히 규칙적으로 왔던 친구네 집이 보인다. 집 뒤에 작은 시냇가가 있고, 그 물소리 반주에 맟춰 새들이 늘 노래를 들려주던 곳이었다. 이제 친구는 갔고, 이날은 그 동안 날짜 조차 모르고 지냈던 친구 남편의 생일이었다. 집 ..
헤르만 헤세와 그 보다 훨씬 이전의 사람 요하네스 캐플러가 수학했던 김나지움이 있는 마울브론 수도원 앞마당, 윗길에 차를 주차하고 비탈길을 걸어내려 수도원의 입구로 향하는 중이다. 수도원은 1993년에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등재되어 보호를 받고 있는데, 중세부터 쭈욱 이어서 건축 증축한 유서깊은 건물이 그야말로 보물이다. 지형으로 보면 멀리 포도밭 야산이 오른쪽의 수도원 건물을 감싼 듯 하고 수도원 뒤론 자연호수가 자리하는데 이날은 가지 못하였다. 사는 곳과 멀지 않아서 손 쉽게 올 수 있지만 5년마다 한번씩 올까말까, 계기가 없으면 딱히 들르지 않게 된다. 이 수도원이 독일만두 마울타쉐의 전설같은 탄생지이다. 수도원엔 예로부터 사순절이 다가오는 긴 기도의 시기에는 고기를 먹지 않는 관습이 있다 한다. ..
섬 / 손세실리아 네 곁에 오래 머물고 싶어 안경을 두고 왔다 나직한 목소리로 늙은 시인의 사랑 얘기 들려주고 싶어 쥐 오줌 얼룩진 절판 시집을 두고 왔다 새로 산 우산도 밤색 스웨터도 두고 왔다 떠나야 한다는 걸 알면서도 그 날을 몰라 거기 나를 두고 왔다 ....... 여러 벌 스웨터와 안경, 오래된 시집까지 곰비임비 쌓아두고 왔고 그렇게 믿을 수 있지만 목소린 아닌 것 같다. 목소릴 두고 올 수 있을까 내 목소릴 그러니까, 여전히 데리고 있는 이가 있을까? ....... 마당의 여름하늘 댓글 8 파란편지2021.09.04 04:07 신고 그러니까 거의 다 두고 온 거죠? 뭐 하려고 왔는지, 왜 와야 했는지... 그만 떠나버리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렇게 온 사람이 잘한 건지도 모르긴 합니다...
8월 초하루 시편지 (daum.net) 불과 몇년 전에 이랬던 아이가, 마치 뻥튀기 기계에서 금방 나온 듯 아래와 같은 모습으로 내 앞에 나타났다. 고독한 마당일꾼인 나를 위해 이웃인 애들 엄마는 플라우맨과 배 한 바구니씩을 들여서 내 집에 보냈다. 일 하는 중에 맞은 귀빈이어서 탁자와 의자를 급히 마련하고 간식으로 준비했던 옥수수며 잡것들을 내어 놓으니 '엄마 갖다 드린다' 한다. 눈이 아름다운 아이는 이제 1학년이 되어 말 수가 많아졌다. 학교에서 새로 사귄 친구가 여럿인데, 그들과 논 이야기를 하느라 언니가 껴들 틈도 없다. 아직 핸드폰이 없는 11살 언니는 또래 친구들이 거의 다 가졌지만 자신은 그런 것은 아직 필요가 없다고 한다. 동생이 손모양으로 '이딴 만한 엄마 테블릿을 언니도 좋아한다' 하..
굵은 빗줄기가 햇살을 북북 찢는 중 소나무 배경에 아주 잠깐 소낙비 내린 것을 마당일 하던 중 카메라에 담았다. 카메라가 좀 젖었으면 어때, 햇살과 빗방울, 소나무가 공존하는 중 운 좋게 나도 껴든 순간인데. 댓글 17 이쁜준서2021.08.13 22:38 신고 타이틀 사진을 보면서 어느 날 저가 늘 다니던 집처럼 그냥 저 대문 안으로 들어가서 어디 계시냐고 부른다면 하는 생각을 하고, 그 날 꽃바구니를 만드셨더라면이라 생각을 해 봅니다. 굵은 빗방울이 햇살을 북북 찢는 중이란 표현은 걸작입니다. 하하 그런 비슷한 느낌의 멀건 하늘에 갑작스럽게 지나가는 구름이 소나기를 오게 한 날은 많이 보았고, 묘한 느낌으로 보았고, 그런데 ' 굵은 빗방울이 햇살을 북북 찢는 중....' 그 속에 함께 계셨던 것을 축..
낯선 곳에서 맞는 새벽, 자못 설레는 기분으로 쨘! 하고 커턴을 여니 엷고 푸른 빛 물안개가 걷히는가 싶더니 이런 풍경이 나왔다. 기대하던 괜찮은 영화 한 편을 관람하듯 창가를 주시하며 멀리 알프스 하늘까지 뒤덮은 아침노을, 마지막 한 자락 뜨거움(!)이 사라질 때까지 다 지켜보았다. 노을이 사라진 창가의 근거리 풍경이다. 새벽과 아침사이 물빛 구름빛 심지어 나뭇잎 색깔도 환해지고 있는 중. 하루의 축제처럼 햇살이 드디어 가득하다. 사진의 오른 쪽 아래는 아침뷔페가 있고, 정오쯤 부턴 그냥 레스토랑으로 사용하는데 메뉴나 맛은 글쎄, 그냥 그랬다. 특이한 게 있다면 이 호텔*은 자체 채소밭이 있다는 것. 한번은 내 테이블에 주방장이 와서 어찌나 자랑을 하던지, 바로 다음 날 약속까지 하여 텃밭 안내도 받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