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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흑림살이 (227)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비가 오려나 보다 했는데 콩알 만한 얼음덩어리를 동반한 진눈개비가 내렸다. 공식 기후측정 이래 제일 추운 4월을 보내고 있다나 뭐라나. 산벚의 안녕이 걱정되어 북쪽으로 난 부엌창가에 아예 전을 치고, 별로 한 일도 없으면서 보낸 한 나절동안 산벚과 벗 되어 지냄. 보름도 넘는 동안 만개한 산벚, 연일 사나운 날씨에도 마치 잔치 중인 듯 소요하다. 집 안도 바깥도 어두울 뿐인 세상에 홀로 환한 산벚, 참 괜찮은 벗이다. 여기서 아점심 먹고, 오후 내내 빈둥댐
산벚인 줄 알고 찍었지만, 아닌가? 눈이 쌓였던 동안엔 발도 들일 수 없는 곳이지만 봄기운이 눈을 녹이니 조그만 계곡에도 물이 불어났다. 초록도 다 같은 초록이 아니다. 위의 사진처럼 저렇게 다양한 초록이 어울린 숲풍경이 좋은데, 어디 여행이라도 하는 날이면 저런 훅림풍경이 그립다. 그러고 보니 마치 봄맞이 연례행사처럼 어느 시기가 되면 여기 와서 저 나무들을 보고, 저 조그만 도랑물소릴 듣곤 한다. 다행인지, 이렇게 이상한(?)을 하는 사람은 이 숲에선 나 말곤 없는 듯 하하.... 맑게 흐르는 저 녹은 물은 너무 아주 차가와서 손을 넣기라도 한다면 손마디까지 시리다. 여기가 무르그 강(Murg)의 최상류이니, 흘러흘러 라인강과 합류를 할 것이다. 파란편지2021.04.15 13:33 신고 그렇다면 저..
아무 생각없이 운전 중, 아랫동네에서 빗방울 몇 개 앞 유리창에 닿았지 싶은데 산을 오르다 보니 멀리 보이는 산꼭대기가 허옇다. 불과 10분 후면 저 곳에 당도할텐데, 지금 4월 중순인데 말이다. 애인이 없어서 그나마 다행이다. 애인이 있다가 없어진 게 아니라 오래 '없는 중'에 여전히 없을 뿐이다. 애인이라도 있었다면 아침나절 내렸다가 해질녘이면 황급히 사라져버리는 눈숲을, 어찌 견디며 바라볼까 싶지 여기가 뒷산 꼭대기. 이름하야 '국립공원 흑림 센터(Nationalparkzentrum Ruhestein im Schwarzwald)'를 짓는답시고 몇년 째 산을 시도때도 없이 저리 파내고 있다. 옆집 라라아빠 토스텐이 주기적으로 올라와서 데모하는 곳이기도 하다. 파란편지2021.04.14 16:14 신고..
산벚이 피었는가 싶은데 봄눈이 그 위를 덮고 있다. 바람에 날리는 것은 그래서 꽃잎이 아닌 봄눈
해변의 마지막 집 /이병률 바닷가 민박집 방문을 열어 보여주시는 할머니 - 이 방이 이래 추워 보여도 이거 하나 키면 따땃합니더 할머니는 한사코 선풍기를 가리키며 난로라고 하신다 다른 할 일이 없는데도 몇 번을 물으신다 - 참말로 잠만 잘낍니껴 할머니는 나를 바람쯤으로 여기는 게 분명하고 나는 자꾸 이 할머니가 나 돌아갈 때 데려갈 사람쯤으로 여겨져서 할머니가 시간을 물을 때마다 대답하느라 어두워진다 밤 바다 소리가 하도 유난해 마당에 나와서는 나무에 걸쳐 있는 달을 올려다보는데 - 와요? 나무가 뭐라 합니껴 반반 /이병률 여관에 간 적이 있어요 처음이었답니다 어느 작은 도시였는데 하필이면 우리는 네 사람이었습니다 그것도 여자 둘 남자 둘이었습니다 주인아주머니가 난감해하면서 방 ..
세상의 것을 검게 칠하는 시각 이를 목격하는 일은 늘 설렌다. 나만 설렌 게 아닌 듯 까마귀인지 뭔지 검은 새들이 이리저리 몰려 날며 어두워진다며 뿐만 아니라 소낙비까지 몰려온다는 말인지. 한마디씩 하고, 했던 말 또 하고 상대의 말에 맞장구 쳐 주고 이 광경을 지켜보던 제 3의 새들이 가만히 있을리 없어 이렇다 저렇다 아니면 완전 딴 소리로 한 마디 하고 한 무리는 사진 오른쪽 나무 위에 아예 터를 잡고 수다 판을 벌였다. 오늘 자 신문을 읽듯, 저 풍경 근처를 맴돌다 보니 깜깜하다, 깜깜하다 못해 소나기까지 흠뻑 맞았다 머릿속은 그러고도 온통 새소리. 뜻도 모르면서 단단히 새뇌 세뇌가 되었다. 댓글 10 노루2021.03.18 16:40 신고 그렇네요. 새들도 일과를 마친 후 휴식을 앞두고 세상 얘기..
눈치껏 셋이 앉아 그림놀이를 하였다. 평상시엔 '그저 즐겨나 볼까'하던 것이지만 오늘 만큼은 비장함 마저 느껴진 화투놀이였다. 열과 성을 다하여 아무리 일러주어도 내집 문을 나서면 다 까먹나 보다. 독일인들에겐 화투놀이 인식 유전자가 선천적으로 결여된 듯. 비약 풍약을 수십번 일렀건만 똥인지 비인지도 도무지 구분하지 못한다. 그건 그렇다 쳐도 우리 3명일 때, 몇 장을 손에 들고 몇 장을 펼치는지 아는 사람? 우리 셋 그냥 닥치는대로 그때그때 달리해봤는데 번번이 파투! 또 파투! 화투 참 어렵다. (한때 숲지기는 집안에서 알아주는 화투 신동이었음, 믿거나 말거나....) 댓글 2 파란편지2021.03.10 09:16 신고 하하하~ 화투놀이 자체보다 거기 화투가 있는 것이 재미있고, 그들과 그 놀이를 하신..
왼쪽 위부터, 계란 한꾸러미 12개 친환경 감자 1.5kg 쌀 500g들이 5개 즉 2.5kg 밀가루 1000g 들이 3개 즉 3kg 양파 1kg 오이 3개 이게 전부 8.66 유로. (아래 계산서) 10kg가 족히 넘는 식료품을 옮기는데 차에서 집까지 2번이나 왕복하였다. 이렇게 무거울 수가! 봄비도 부비부비 내리는데 말야, 짐 옮길 때 만큼은 낭만과는 거리가 먼 낑낑~ 투덜대는 짐꾼일 뿐이었다. 도대체 얼마를 주고 샀지? 그래서 계산서까지 확인하게 되었는데 어깨와 팔이 빠질 듯 육중한(?) 이들이 글쎄 10유로도 안 되는 8유로 66센트, 원화 환율이 낮았던 때를 기억하던 나는 '어, 만원도 안 되잖아!' 그랬다. (이 글을 쓰며 작금의 환율로 환산하니 1만 천5백원 정도) 쇼핑을 그다지 즐기지 않는..
마치 한 해의 소소한 절기를 맞듯, 귀가 모차르트를 원하고 , 눈이 동화를 원할 때가 있다. 일전에 그래서 ' '인어공주'를 읽어야 겠어, 이왕이면 사탕을 빨듯 천천히..... ' 그랬다. 동화적인(동화니까) 문장들의 명료함이랄까, 읽기를 잘 했다 싶다. 요샛말로 미니멀리스트들의 정갈함과 닮았다 할까. 예의 짧고 단정한 몇 문장을 주머니에 넣고 산책을 할 때도 있고 며칠간 그것들에 대입을 한 우리시대의 상징적 일화들을 떠올려 볼 때도 있다. 인어공주의 작가 안데르센은 덴마르크 출신이지만 지인들에게 '나는 이탈리아 사람이야'라는 농담을 즐겨 할 만큼 이탈리아 여행을 퍽도 즐겼다 한다. 동화 '인어공주'도 이탈리아 남부 즉 지중해 연안에 있을 때 구상하고 집필하였다. 어느 깊고 푸른 바닷속, 화려한 조개와 ..
댓글 14 이쁜준서2021.02.17 19:29 신고 흑림 자연에서 피는 꽃입니까? 아주 단추처럼 작은 둥글고 납작한 크로거스란 구근을 사서 심은 적이 있는데 꽃몽오리는 약간 크게 보이는데 비슷하게도 보입니다. 참 곱습니다. 눈 속에서 저렇게 꽃몽오리를 올려 곧 피겠는데요. 정말로 보고 싶으셨을 것이고, 아주 반가웠을 것 같습니다.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1.02.17 22:08 눈숲을 쏘다니다가 만났습니다. 사방이 눈이어서 기대치도 않았는데 저렇게 솟아난 모습을 보고 몹시 반가웠습니다. 모르는 사이에 봄이 성큼 오고 있죠. 수정/삭제 파란편지2021.02.18 09:04 신고 와~! 이건 정말....... "보고싶었다" 누구라도 그렇겠습니다.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21.02.18 15:44 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