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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문법복습을 다시 빡세게 하는 중이다. 해외살이 초기부터 염두에 두던 생각은 '말 만큼은 제대로 하자'는 것이었다. 몇년 간은 주기적으로 독문법을 업데이트하며 나름 바지런하게 굴었다. 그런데 몇 번의 굴곡을 거치던 어느 해부턴가 연말마다 훑어보던 문법책을 서랍 속에 깊이 쳐박게 되었다. 전공책들은 어려운 문장을 쓰지 않고, 사는 데나 수다떠는 덴 더더구나 고급문법이 필요치 않다. 그런데 이게 맹점이다. 되새기지 않는 지식은 도태*되고, 나이가 들수록 뇌의 저장능력에도 한계가 느껴지기 때문이다. 지극히 내적이고 고질적인 절망감이다. (공감할 사람이 있을지 모르지만) 내경우에는 그렇다는 것이다. 숲에서의 자발적인 '은둔'을 택한 것과 집에 TV를 없앤 것도 한몫 했지 싶다. 문법 복습은 하루면 끝날 것 같았는..
겨울 연못 /장석남 얼어 붙은 연못을 걷는다 이쯤에 수련이 있었다 이 아래는 메기가 숨던 까막돌이 있었다 어떤 데는 쩍쩍 짜개지는 소리 사랑이 깊어 가듯 창포가 허리를 다 꺾이었다 여름내 이 돌에 앉아 비춰보던 내 어깨 무릎 팔, 모두 창포와 같이 얼었다 그도 이 앞에서 뭔가를 비춰보는데 흔적없다 열나흘 달이 다니러 와도 냉랭히 모두 말이 없다 연못에 꿍꿍 발 굴러가며 어찌하면 나에게도 이렇게 누군가 들어와 서성이려나 "이쯤은 내가 있던 자리" "이쯤은 그 별이 오던 자리" 하며 보이는 사랑 /송재학 강물이 하구에서 잠시 머물듯 어떤 눈물은 내 그리움에 얹히는데 너의 눈물을 어디서 찾을까 정향나무와 이마 맞대면 너 웃는 데까지 피돌기가 뛸까 앞이 안 보이는 청맹과니처럼 너의 길은 내가 다시 걸어야 할 길..
지난 연 이틀간 지속되었던 의문의 블로그 클릭 폭주가 드디어 끝난 듯 하다. 몇 주전 폐쇄 위기까지 겪었던 터라 방문자가 갑자기 늘어난 현상에 대해 꽤 불안했었다. 다행히 다시 고요가 찾아들었다. 뿐만 아니라 햇살까지 나와서 빵을 썰고 커피를 준비하는 중에 노래까지 흥얼거렸다. 커피를 마시며 호밀빵을 꼭꼭 씹는다. 연애 안 하는 무덤덤함, 그리운 어떤 이도 없어 빵이나 오래 씹는 그런 심심한 맛이다. 매번 구울 때마다 맛이 다르다. 이번엔 빵반죽(재료-호밀가루,소금 조금,물,천연효모,18시간 방치한다)으로 모양을 만들고 성형을 하기 시작하였다. 성형 끝나니 이만큼 부풀고 등이 쩍쩍 갈라졌다. 불 속에서 이글이글-, 호밀빵이 익고 있다. 치즈가 이제 두렵지 않다. 이 정도 쯤은 거뜬히 소화할 수 있는데, ..
J씨 부모님이 다녀가시면서 따님 행복하라고 사오신 것을, 내가 덜컥 받게 되었다. 사실 나는 이런 화장품은 잘 모른다. 슈퍼마켓에서 아무거나(?) 딱 하나 사서 바닥이 보일 때까지 바르는 게 고작이니. 따님 굶지마라고 준비해 오셨을 '죽'이다. 아끼느라 아직 안 먹고 있다. 명절날 먹어..
Range after range of mountains Year after year after year,I am still in love. 노루님 블로그(http://blog.daum.net/dslee)에서 읽은 시인데 마치 귀벌레처럼 종일 생각 속에 머문다. 노루님께선 아주 근사한 설산 풍경과 게재하셨던데, 그것까지 가져오긴 뭣해서 테너가수 분더리히가 부른 슈베르트의 슈텐헨(ständchen) 과 함께 올린다. 유튜브가 올라가 줄라나? 일단 올리고! (이 노랜 암튼 분더리히가 제일 잘 부름.) https://www.youtube.com/watch?v=qgxsiEcIUB4&version=3&hl=ko%5FKR (클릭 안 될 시) . 슈베르트 댓글 3 joachim2019.12.07 19:34 신고 Ein..
2020년 새해를 한달 앞당겨 시작했다. 오늘이 그 3일째인데 꼭 바꿔야 겠다고 마음 먹은 습관 목록 몇 개를 써 두고 오늘로써 3일째 지키고 있다. 내용이 너무 단순하고 쉬워서 뭐 이딴 걸 새해 계획이라고 거창하게 말하냐 .... 고 할 수도 있지만 이 쉬워 빠진 것도 못 지키지 못하고 살아온..
왼쪽 가슴 아래께에 온 통증 /장석남 죽은 꽃나무를 뽑아낸 일뿐인데 그리고 꽃나무가 있던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목이 말라 사이다를 한 컵 마시고는 다시 그 자리를 바라본 일뿐인데 잘못 꾼 꿈이 있었나? 인젠 꽃이름도 잘 생각나지 않는 잔상(殘像)들 지나가는 바람이 잠시 손금을 펴보던 모습이었을 뿐인데 인제는 다시 안 올 길이었긴 하여도 그런 길이었긴 하여도 이런 날은 아픔이 낫는 것도 섭섭하겠네 담양에서 /손택수 아버지 뼈를 뿌린 강물이 어여 건너가라고 꽝꽝 얼어붙었습니다 그 옛날 젊으나 젊은 당신의 등에 업혀 건너던 냇물입니다 댓글 8 joachim2019.12.02 19:58 신고 mein Freund Pit aus Neustadt ist gestern Abend sanft e..
댓글 4 노루2019.12.03 02:33 신고 사진이 다, 색조며, 아름다운 '그림'인데요, 벽에 걸어도 좋을.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19.12.03 12:52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색이 바래고, 고개 숙인 저 모습도 여전히 꽃인 걸요. 사실은 서리가 이미 내린 뒤여서 저들에겐 이미 생명이 없습니다. 수정/삭제 파란편지2019.12.03 14:51 신고 "한떄 "꽃"이라 불리던 자들" 그 한 줄로 되었다 싶습니다. 그림이 있으므로 더욱 그렇습니다. 무슨 설명이 더 필요할까 싶었습니다.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19.12.03 23:04 마른 꽃이 다 말해 줍니다. 피어있는 한창때 꽃은 한마디만 하지만 한때 꽃이라 불리던 고개 숙인 저 자들은 더 깊고 많은 말을 할 겁니다. 물론 들으려 할 때 말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