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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서랍같은 숲집에 구겨들어와 살다가 한번씩 구석구석 젖고 싶을 때가 있다. 교정을 보지 않은 문장처럼 함부로 내지르는 물 묻은 말들도 입 큰 골짜기가 다 삼켜주니. 댓글 10 노루2019.07.26 16:49 신고 흑림에 비 기다리며 숲지기님 마음 밭은 시의 단비로 촉촉 그런데, 구겨들어가신 것, 맞나요? ㅎ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19.07.28 14:51 비가 내렸습니다. 숲이 흠뻑 젖었고요, 여름 안개까지 골짝마다 짙은 걸요. 네? 구겨들어왔는지, 로시니 음악 다 듣고 생각해 보겠습니다요. 수정/삭제 eunbee2019.07.28 09:52 신고 파리는 어제 소나기가 신나게 내렸다네요. 숲지기님 흑림에도 시원스레 장대비가 내리길요. 여름 장대비, 겨울 함박눈. 노루님의 '좋아하는' 메뉴~^^ 답글 ..
구름이 지나가는 오후의 상상/최인숙웅크린 자세를 배웁니다어쩔 수 없는 마음을 자르고 말입니다맹수의 이빨이라도 순하게 길들일 준비 또한 되어 있습니다햇빛에 비틀거리던 거리를 그림 속에 가두고 싶습니까트렁크를 열면 소나기가 쏟아집니다의자에게 바게트 빵이라도 뜯어먹자고 제안해 봅시다잼이 묻은 칼은 베어 먹어도 좋습니다굴러가기 싫다면 흘러가십시오흘러가기 싫다면 원하는 방향으로대륙을 이동시킵시다등 뒤에서 새로운 버섯이 솟아납니다 숨겨둔 말/신용목 신은 비에 빗소리를 꿰매느라 여름의 더위를 다 써버렸다. 실수로 떨어진 빗방울 하나를 구하기 위하여 안개가 바닥을 어슬렁거리는 아침이었다.비가 새는 지붕이 있다면, 물은 마모된 돌일지도 모른다.그 돌에게 나는 발자국 소리를 들려주었다. 어느날 하구에서 빗방울 하나를 주워..
겨자씨* 를 맺는 겨자꽃 마당의 꽃들이 나를 위해 핀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어 피식 웃었다. 이 보다 더 완벽한 착각이 또 있을까. 나의 관심따위가 없어도 저들은 잘만 지내고 아니 더 잘 지내고, 이 땅에 왔다가 가는 목적도 잊은 적이 없어, 반드시 남길 것을 남긴다. 겨자씨보다 몇배 작..
불멸의 사랑 / 정용주 이제 눈으로 그를 볼 수 없게 되었다 차라리 그것이 나은 것이다 아픈 날들이었다 눈으로 사랑을 보는 것은 보이지 않는 것들을 병들게 한다 나는 이제 어느 시인의 싯구도 인용하지 않으며 어떤 폐인의 절망도 동조하지 않고 사랑을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사랑의 이름으로 천사가 되는 자와 광인이 되는 자와 노예가 되는 자의 이름은 다만 하나일 뿐이고 그것의 이름이 나였다 심장을 재로 바꾼 그의 영혼에 내 육신을 순교한다 이제 눈으로 다시는 사랑을 보지 않는다 이 참혹한 불멸 /정용주 그래, 사랑이 가고 사랑이 오고 나를 번복하고 나를 의심하고 비로소 나를 불신하게 되었을 때 서리 묻은 아침 꽃처럼 네가 스스로 있을 때, 온 밤을 밀고 가는 저 둥근 달처럼 참혹한 이 사랑을 견디고 싶었다 그..
슈테포루, 뭐 중요한 단어쯤 될 것 같지만 집을 나서기 전에 반드시 챙겨야 할 물건의 약자를 메모한 쪽지이다. 유난히 잘 잊어버리고 -요즘 들어 그 증세가 더욱 심화되었으므로-, 급기야 이렇게 적어서 문 안 쪽에 붙여 놓았다. 이를테면 자구책인 셈. 슈(Schluessel 열쇠) 테(Telefon 전화기) ..
땅힘만 믿고 뿌리를 묻은 상추들 , 맨 위는 저절로 난 코스모스들 세상 일들이 땅에 채소 심는 일처럼 쉽다면 좋겠어. 그렇다고 채소 심는 일보다 더 어려운 일을 한번 말로 해보라면 글쎄 단번에 떠올릴 단어가 있긴 한가 ? 내가 믿고 맡긴 그대로 땅은 저 나약한 풀들의 뿌리를 안아주었어. 토마토와 물그릇을 함께 심었다. 물이 뿌리에 빨리 닿는 농법이다. 밑이 뚫린 화분에게 물그릇 역할을 맡겼다. 보기만 놀이 비슷할 뿐, 단 한번 사는 저 생명을 두고 어찌 놀이를 할 수 있겠어. 저 물그릇을 통해 마시는 물로써 토마토가 주렁주렁 열릴 거야. 소낙비 내린 후의 토마토밭 나의 여름 한 철은 순한 풀들에게 여러 종류의 이기적인 나를 심고 여러 방향으로 돌진하는 나를 보는 일 "내가 과연 사랑을 할 수 있기나 한지..
나의 개종 /장석주 최근의 내 기분을 녹색이라고 한다면 내 종교는 물푸레나무다. 식물의 기분으로 맞는 아침들, 우리에게 개종을 끝내야할 의무가 있다. 눈꺼풀 없는 눈을 깜박이는 국립생태원의 내 착한 물푸레나무 형제여, 빙하와 수만 밤의 기억을 품고 안개 속에 서 있는 이타적인 내 이복형제여, 저 우듬지에 하얀 소금이 반짝이고 막 터지는 빛 속에서 파랗게 열리는 공중, 발끝으로 서 있는 저 물푸레나무들은 전생이 무용수였던가. 우리가 물푸레나무는 아니더라도 아침이라는 종교를 받아들이자. 개종자들이 아름다움 속에서 질식할 때 당신은 이미 개종을 예비하는 동물이다. ㅡ 시인동네 2019, 6월호 산, 그리고 인생 /이은숙 세상살이나 산山살이나 다를 게 없는데 세상살이만 힘들다 하네 등에 짊어진 무거운 배낭 그 ..
무무*와 찰옥수수*, 오늘도 꼭 붙어서 햇볕을 즐기는이들의 숙명적인 우정에 대해 이야기를 하려니 목부터 마른다. (그래서 커피 한 모금 들이키고 ..... ) 위로 쭉 뻗은 푸른 옥수수로 말씀드릴 것 같으면 본적은 대한민국 강원도 어느 농장인 것으로 추측되며 한톨의 낱알일 때 이미 태평양 건너고 또 대서양까지 비행해서 나에게로 온 어마어마하게 용맹무쌍한 싹이시다. 이른 봄 어느 그믐에 경건한 마음으로 작은 화분 속에 심었더니 1주일여 뒤에 보란 듯이 싹이 났다. 세상에 처음 나온 쌀알보다 작은 초록이를 무무가 바로 알아보았지 싶다. 아니다, 무무는 그 싹이 옥수수인지 아니면 다른 무엇인지 알지 못한 채 좋아서 마냥 바라보았을 것이다. 성격이 과묵하고 또한 신실한 무무는 단 하루도 거르지 않고 옥수수싹 옆..
나는야 무림하수, 이 표현이 화자인 나를 궁극적으로 높이는 것인지 낮추는 것인지 분명치 않다. 어디선가 많이 들어본'무림'*이란 단어를 빌어오긴 했지만 이곳이 흑림이니 '흑림하수'라 함이 더 옳겠다 싶다. 음악 연주에서 두 사람이나 그 이상이 연주하는 2중주 3중주 4중주 ...오케스트라 형식이 있는가 하면 단 한사람으로 이뤄진 독주가 있다. 리듬이나 멜로디를 매개로 대화하는 이웃이 없이 오로지 혼자서 주어진 조건(시간 공간) 안에서 소리를 만드는 것. 타향, 타국살이를 자주 독주에 비유한다. 이곳이 제 아무리 무림이라 한들, 주변 어디에도 비슷한 동양인 이웃 하나 없어 매 순간의 정서가 독주자(독재자와 발음이 비슷하여 피식 한번 웃고....)의 그것과 닮았다. 아-- 하고 내뱉는 외마디 나의 호흡을 경..
아이* 와 민들레, 짧은 사진이야기 뭐 재미있는 게 없을까, 아이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씨앗을 붕붕 띄운 민들레 줄기 하나. 허리를 굽히고 원하는 것을 조그만 손아귀에 넣어 잡아 당겼다. 어? 되네 ㅎㅎ 아이는 잠시나마 기뻐했을까 그런데 시작은 지금부터야. 아이는 질문하듯 한쪽을 바라보았고, 아빠가 그 곳에서 입에 공기를 머금었다가 부는 입시늉을 해보였다. 아빠처럼 해보는 거야, 입에 공기를 잔뜩 물고 푸우~우~ 민들레를 조준하여- 더 - 쎄게- 뿌우우~ 굉음(?)을 내며 입속의 공기가 다 사라졌음에도 민들레 씨앗은 한톨도 날아가지 않았네? 그래도 아이는 불고, 또 불었다. 이렇게 불기만 하던 아이였던지라 몸에 힘이 다 빠졌다. 그제서야 다른 한쪽 손에 든 빵으로 눈길이 갔다. 그렇지, 힘을 충전해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