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 | 월 | 화 | 수 | 목 | 금 | 토 |
---|---|---|---|---|---|---|
1 | ||||||
2 | 3 | 4 | 5 | 6 | 7 | 8 |
9 | 10 | 11 | 12 | 13 | 14 | 15 |
16 | 17 | 18 | 19 | 20 | 21 | 22 |
23 | 24 | 25 | 26 | 27 | 28 |
- 흑림의 오래된 자동차
- 흑림의 코스모스
- 꿀풀
- 흑림의 봄
- 독일흑림
- 흑림
- 싸락눈
- 카셀
- 감농사
- 루에슈타인
- 바질리쿰
- 흑림의 여뀌
- 프로이덴슈타트
- 코바늘뜨기
- 독일 흑림
- 뽕나무
- 잔설
- 뭄멜제
- 바질소금
- 익모초
- Schwarzwald
- 헤세
- 텃밭
- 우중흑림
- 흑림의 겨울
- 마늘풀
- 독일 주말농장
- 흑림의 성탄
- 흑림의 샘
- 힐데가드 폰 빙엔
- Today
- Total
목록책상서랍 (145)
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눈 내리는 저녁입니다. 종일 내리고도 모자란지, 저녁으로 갈수록 눈발이 더욱 거세집니다. 이런 날은 털쉐타를 걸치고 자주 창가에 서 있게 되네요. 이제 12월을 맞음으로써 이 한해가 꽉 차게 됩니다. 행운의 연말을 보내십시오. 청어 /윤의섭 버스를 기다렸으나 겨울이 왔다 눈송이, 헤집어 놓은 생선살 같은 눈송이 아까부터 앉아 있던 연인은 서로 반대방향을 바라보고 있다 저들은 계속 만나거나 곧 헤어질 것이다 몇몇은 버스를 포기한 채 눈 속으로 들어갔지만 밖으로 나온 발자국은 보이지 않았다 노선표의 끝은 결국 출발지였다 저 지점이 가을인지 봄인지 지금은 알 수 없다 눈구름 너머는 여전히 푸른 하늘이 펼쳐졌을 테고 먼저 도착한 사람들의 시간은 좀 더 빨리 흘러갈 것이다 끝내는 정류소라는 해안에 버스가 정박하리..
11월 초하루입니다. 존재감이 미미하여 마치 12월을 준비하는 달처럼 여겨지는 겸허한 11월이 시작됩니다. 늦은 오후가 되면서 지금 제 눈 앞에는 바람이 거세지고 고목에 매달렸던 나뭇잎들이 대거 낙하를 하네요. 엎친 데 덮친 격으로 그 위에 비까지 심히 뿌려대니 안되겠어요, 양초라도 켜서 마음을 덥혀야 겠습니다. 이번 달엔 '빈집'을 소재로 한 시들과, 모르겐슈테른의 한편도 골라 보았습니다. 시들의 제목이 같아 빈집이지만 저마다 다른 '빈집'이고, 모르겐슈테른은 특히 동시들이 참 좋지요. 기회가 되면 이곳에도 싣게 되지 싶습니다. 매번 같은 생각입니다만 시들을 써준 시인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따끈한 11월 맞으시기를......... 11월의 나날들 /크리스티안 모르겐슈테른 안개가 집 주변에 연기처..
무지개를 보았습니다. 비가 올 것 같은 날 아랫마을 가게에 들렀는데 예상대로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그때 만난 하늘그림을 보여드립니다. 이번 달엔 그래서 무지개 소재/주제 시들을 몇편 골랐습니다. 절감하시고, 무지개처럼 산뜻한 10월을 맞으세요. 해 쪽으로 운전하며 귀가하던 중에 소나기가 쏟아졌지요 저렇게..... 그때 차 뒷거울을 보았는데, 아래 사진들이 바로 뒷쪽에 이어진 풍경들입니다. 물 /임영조 무조건 섞이고 싶다섞여서 흘러가고 싶다가다가 거대한 산이라도 만나면감쪽같이 통정하듯 스미고 싶다 더 깊게더 낮게 흐르고 흘러그대 잠든 마을을 지나 간혹 맹물 같은 여자라도 만나면아무런 부담 없이 맨살로 섞여짜디짠 바다에 닿고 싶다 온갖 잡념을 풀고맛도 색깔도 냄새도 풀고참 밍밍하게 살아온 생을 지우고찝찔한 ..
9월입니다 지난 8월 한달은 빠른 새가 비상하는 속도로 지나갔습니다, 마치 모르는 사이에 시간도둑이라도 다녀간 것처럼 말이지요. 숲과 들풀들도 바쁘게 성숙해져간 한달, 저는 시 한편 제대로 쓰지 못한 채 보냈습니다. 생각을 해보니 이러저러한 일들이 있었습니다. 이로써 지리하고 편편한 저의 나날들에 조금은 굴곡의 변화를 가져본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9월에 어울리는 시들을 써주신 시인님들께 감사하는 마음으로 이번에도 편지 쓰기에 임합니다. 타지에서 쓰는 컴인지라, 남의 사진들로만 편지를 채운 게 좀 걸리긴 서 합니다만......... 행운의 9월을 빌어드립니다. 신발論 /마경덕 2002년 8월 10일 묵은 신발을 한 무더기 내다 버렸다 일기를 쓰다 문득, 내가 신발을 버린 것이 아니라 신발이 나를 버렸다는..
문 밖에서 아주 조그맣게 신발소리가 들려왔습니다. 가끔 숲사슴 가족들이 왔었지만 신발소리를 내진 않았었지요. 창 밖을 내려다 보니 3살짜리 옆집아이 라라였는데 언니가 학교에 입학한 뒤로 가끔씩 제 빈 마당을 한바퀴씩 뛰다가 가곤 한다고 아이 엄마로부터 전해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이날은 손에 한웅큼 들꽃을 꺾어 쥐고 왔어요. 부리나케 뛰어내려가서 라라왔구나, 하고 반기니 말 없이 몸을 옆으로 한번 비틀면서 꽃을 쑥 내밀었습니다. 아이의 맑은 눈빛을 보고 물었습니다, 사진을 한번 찍어도 되겠니 라고요. 카메라를 얼른 가져와서 찍는데, 이번엔 한사코 꽃을 얼굴로 갖다 댑니다. ....... ㅎㅎ 이번 일을 계기로 산골소녀 라라의 이야기를 자주 쓰게 될 것 같습니다. 이번 달엔 여름꽃 소재의 시들을 골랐고요, ..
7월 초하루 시편지 젊었던 어느 날엔가 라벤더 벌판을 지난 적이 있습니다. 그땐 디지털카메라가 없었고, 벌판 풍경 정도가 크게 중요하지 않았을 때였습니다. 하지만 그때도 생각을 했습니다. 나이가 지긋해지면 다시 와야겠다고요. 보랏빛 물결이 광활하게 펼쳐진 저 라벤더꽃밭을 지금 대한다면, 그때와는 감회가 다를 것입니다. 나이도 이미 지긋해졌고요, 무엇보다도 디지털카메라 손 쉬운 것 하나쯤도 이제 구비할 수 있고요. 그럼에도 떠나지 못합니다. 아니 떠나지 않는 대신 변명을 합니다. "지금 아니고 나중에 갈 거야"라고요. 그러게요, '나중에'가 어쩌면 오지 않을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 책상 위에 꽂아둔 라벤더꽃 냄새를 맡다가 초하루 시편지를 쓰자니, 이렇게 되었습니다. 다녀가신 반가운 닉들에..
6월 초하루 시편지 비구름이 하늘을 덮는가 싶더니, 한차례 시원한 소나기가 내렸습니다. 머잖아 뜨거운 계절이 올 것이라고 반짝 예고라도 하듯 말이지요. 때를 맞춰 6월이 열렸네요, 낮이 제일 길다는(밤이 제일 짧다는) 6월을 맞이하는 기쁨이 큽니다. 뜨거워지는 계절, 그래서 더욱 절실한 '비'에 관한 시 몇 편 골랐습니다. 행복하십시오. 비닐 우산 /정호승 오늘도 비를 맞으며 걷는 일보다 바람에 뒤집히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끝내는 바람에 뒤집히다 못해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즐겁습니다 비 오는 날마다 나는 하늘의 작은 가슴이므로 그대 가슴에 연꽃 한 송이 피울 수 있으므로 오늘도 바람에 뒤집히는 일보다 빗길에 버려지는 일이 더 행복합니다 스페인의 비 /마종기 낡은 베레모를 쓰고 오징어 튀김에 싼 술을 ..
오월이 왜 오월(Mai)인지에 관한 설은 꽤 여러 개 있습니다. 그 중 하나를 써 보면 어원이 되는 마이아(Maia)는 아틀라스 * 의 딸이자 새 생명의 잉태를 주관하는 여신이었습니다. 그래서 오월은 모든 살아 있는 것들이 짝을 짓기에 가장 좋은 계절이라고 하지요. 꽃들은 어서어서 피어야 하고 벌과 나비들도 부지런히 쏘다녀야 하는 달이 오월이지 싶습니다. 시를 고르다 보니, 이 아름다운 오월에 유난히 슬픈 시들을 많이 생산되었다는 것은 확인하였습니다.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습니다. 이번 시편지에는 그러므로 비교적 덜 슬픈 시들만을 선별했고요, 작년 이맘때 다녀온 동독 친척마을 사진 몇 장도 끼웠습니다. 행복한 오월을 보내십시오. 초록색 비 -녹우단(綠雨壇) /이지엽 5월 녹우단(綠雨壇)에는 초록색 비가 ..
4월입니다. 제 아무리 빼어난 봄잎이라도 하늘이 배경이 되어줄 때 빛이 제대로 납니다. 시를 가까이 하는 일도 그와 같지 싶습니다. 봄잎으로 태어나 스스로 빛을 받거나 아니면 잎들의 탄생을 북돋아 주고 드높고 푸른 하늘배경이 되어주거나 말이지요. 늘 그래 왔듯이 4월에도, 시를 더욱 가까이 하고 건강하시기를 빕니다. 버드나무의 한 종류, 가늘고 긴 가지가 늘어지게 자람 얼마나 많은 허방다리가 /강해림 산 입구 천막식당에 중년의 남녀가 들어선다 가만 보니 둘 다 장님이다 남자는 찬 없이 국수만 후루룩 말아 먹곤 연거푸 소주잔을 비워대는데 여자는 찬그릇을 더듬어 일일이 확인한 후에야 젓가락을 든다 그릇과 그릇 사이 얼마나 많은 허방다리가 푹푹 발목 빠지고 무릎 깨지게 했을까 좌충우돌 난감함으로 달아올랐을 손..
3월의 인사를 드리게 되었네요.여기는 요즈음 폭풍이 자주 이는데봄을 먼저 데려가려는 바람들끼리 세력을 다투는 것이라고 미루어 생각합니다. 시 몇 편 골라보면서 3월을 앞당겨 느껴 보는데 나쁘지 않군요. 늘 건강하시고 행운의 3월을 맞으십시오. 봄의 직공들 /이재무 파업 끝낸 나무와 풀들 녹색 공장을 가동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줄기와 가지 속 발동기 돌려 수액 퍼 올리랴 잎 틔우랴 초록 지피랴 꽃불 피우랴 여념이 없는 그들의 노동으로 푸르게 살찌는 산야 이상하게도 그들은 일할수록 얼굴빛 환해진다고 한다 ―시집『슬픔에게 무릎을 꿇다』(실천문학사, 2014) 봄꽃의 주소 /반칠환 숨어 핀 외진 산골 얼레지 꽃대궁 하나 양지꽃 하나 냉이꽃 하나에도 나비가 찾아드는 건 봄꽃 앉은 바로 그 자리에도 번지수가 있기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