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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흑림(Blackforest)에 살으리랏다
아이* 와 민들레, 짧은 사진이야기 뭐 재미있는 게 없을까, 아이의 눈에 들어 온 것은 씨앗을 붕붕 띄운 민들레 줄기 하나. 허리를 굽히고 원하는 것을 조그만 손아귀에 넣어 잡아 당겼다. 어? 되네 ㅎㅎ 아이는 잠시나마 기뻐했을까 그런데 시작은 지금부터야. 아이는 질문하듯 한쪽을 바라보았고, 아빠가 그 곳에서 입에 공기를 머금었다가 부는 입시늉을 해보였다. 아빠처럼 해보는 거야, 입에 공기를 잔뜩 물고 푸우~우~ 민들레를 조준하여- 더 - 쎄게- 뿌우우~ 굉음(?)을 내며 입속의 공기가 다 사라졌음에도 민들레 씨앗은 한톨도 날아가지 않았네? 그래도 아이는 불고, 또 불었다. 이렇게 불기만 하던 아이였던지라 몸에 힘이 다 빠졌다. 그제서야 다른 한쪽 손에 든 빵으로 눈길이 갔다. 그렇지, 힘을 충전해야지...
어머님과도 같은 큰언니가 보관해주셨던 사진, 나의 스물일곱 시절** 저마다의 색으로 피어나는 봄을 보며 먼 거리(남독일에서 북독일로)를 운전하였다. 나는 지쳤고 정서의 긴급수혈이 필요한 사람이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 수 많은 방법 가운데 전화기 속에 담긴 사진 속 과거와 이야기를 하였다. 한때, 이봄처럼 피었었던 나. **피셔만스 코버(Fisherman's Cove, 마드라스) 해변가 마을, 이 시절 유일한 내 사진 댓글 4 노루2019.05.11 16:34 신고 ㅎ 한 송이 빨간 튤립? ㅎ 답글 수정/삭제 숲지기2019.05.11 19:18 고맙습니다 노루님. 기온이 44도, 난생 처음 가마솥 같은 더위를 만났을 때였습니다. 당시엔 아주 멋을 내고 다닐 때였지만 너무 더워서 태국 길거리에서 저렴하..
다크사이드 오브 더 문 /윤성학 한 사람은 몇 개의 문으로 이루어지는가 그 문을 열고 들어갔을 때 어둡고 따뜻하고 미끄러웠다 그의 맨 안쪽에 닿는 문이라고 생각했다 눈이 어둠에 익으며 희미하게 또 하나의 문이 보였다 열고 들어가면 또 하나의 또 하나의 또 하나의 사람의 맨 안쪽에 닿기 위해 몇 개의 문을 열고 들어가야 하는가 더 이상 머물 이유가 떠오르지 않을 때 사람들은 문을 열고 되돌아 나온다 그의 바깥을 향해 문을 열고 나온다 가장 바깥이라고 생각한 문을 열었는데 또 하나의 또 하나의 또 하나의 더 이상 열고 나갈 문이 없는데 아직 그의 바깥이 아니어서 ㅡ시인수첩 2019, 봄호 나뭇잎 흔들릴 때 피어나는 빛으로 /손택수 멀리 여행을 갈 처지도 못 되고 어디라도 좀 다녀와야 숨을 쉴 수 있을 것 같..
회사에서 붕붕 띄워주었다 외국어를 잘 하니 어쩌느니....... 그말을 그대로 믿었고, 당시 나의 부모님들께도 속속들이 알리지 못한 해외근무가 시작되었다. 오늘날 뭄바이라고하는 봄베이에 처음 발 디뎠을 때, 터어번을 쓴 눈이 부리부리한 사람들이 너무나 무서웠다. 태국까지 ..
겨울 호수를 걷는다 /박형준 눈 내린 호수에 발자국이 찍혀 있다 거룻배까지 이어져 있다 먼동이 보고 싶다는 당신과 아침에 희미한 발자국을 따라 겨울 호수를 걷는다 당신은 호수 한가운데에 이르자 우리 지금 그냥 걷다가 서로 모르게 다리가 굳어버렸으면 좋겠어, 하고 말한다 이런 아침엔 밤새 얼지 않으려고 갈퀴를 젓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지쳐버린 오리도 있지 않을까, 강물에 발목이 얼어붙은 줄도 모르고 날개를 퍼덕이다 졸음에 빠져 끊임없이 꿈만 꾸는 오리, 그런 오리가 나였으면 좋겠어 하고 말한다 호수 건너편 쪽엔 거룻배가 빛에 휩싸여 있다 발자국이 이어진 그 길에 점점 사라지는 먼동을 간직한 채 ㅡ'시와 표현' 2019, 1-2월호 봄비, 나를 울려주는 봄비 /고영민 이것은 남자가 여자를 만나는 이야기 여..
안부 /장석남 오도카니 앉아 있습니다 이른 봄빛의 분주를 바라보고 있습니다 발목이 햇빛 속에 들었습니다 사랑의 근원이 저것이 아닌가 하는 물리(物理)도 생각하고 있습니다 이 빛이 그 방에도 들겠는데 가꾸시는 매화 분(盆)은 피었다 졌겠어요 흉내 내어 심은 마당가 홍매나무 아래 앉아 목도리를 여미기도 합니다 꽃봉오리가 날로 번져나오니 이보다 반가운 손님도 드물겠습니다 행사(行事) 삼아 돌을 하나 옮겼습니다 돌 아래, 그늘 자리의 섭섭함을 보았고 새로 앉은 자리의 청빈한 배부름을 보아두었습니다 책상머리에서는 글자 대신 손바닥을 폅니다 뒤집어보기도 합니다 마디와 마디들이 이제 제법 고문(古文)입니다 이럴 땐 눈도 좀 감았다 떠야 합니다 이만하면 안부는 괜찮습니다 다만 오도카니 앉아 있기 일쑵니다 꽃이 말하다 ..
산꼭대기 집 너머로 해가 넘어갔다. 이하는 하산하며 찍은 사진들. 모서리 /최서림 시는 모서리지 둥근 원이 아니다. 시인이 모가 났는데 시가 둥글면 가면처럼 쓸쓸하다. 시인이 둥글다는 것은 지나친 인격자란 것이다. 세상과 맞붙어 싸울 바보가 못 된다는 것이다. 울퉁불퉁한 상처도 없이 매끄럽게 잘 살아낸다는 것이다. 시가 빨아먹고 자랄 진물이 없다는 것이다. 진물은 生의 모서리로 모인다. ㅡ문학의 오늘 2018, 겨울호 한대의 차가 바로 코 앞에서 거의 걷는 속도로 간다. 고맙다. 신체와 콘트라베이스 /송재학 잠들지 못하는 밤의 손발로 나무를 깎아 떠나는 사람을 베꼈더니 추위를 견디지 못한다 온몸을 내어주었더니 누군가 아가미만 남긴 채 속을 헐어내고 뉘엿뉘엿 편서풍에 헹구었다 그림자와 그림자가 섞이고 마주..
억울한 것들의 새벽 /이건청 묵호항 어시장엘 갔는데 바닷물 채워진 플라스틱 통, 유리 수조 속에, 막 잡혀온 가자미며 숭어, 고등어들이 들끓고 있었다. 어떤 놈은 통 밖까지 튀어나와 어시장 시멘트 바닥을 기어가기도 하였다. 꿈틀, 꿈틀 수평선 쪽으로 몸을 옮겨보고 있었다. 필사적인 것들이 필사적인 것들끼리 밀치며, 부딪치고 있었다. 그러므로, 다시 /유정이 당신 손닿는 곳마다 잎사귀가 하나씩 생겨난다 가지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매달린다 나는 새로 태어난 잎사귀와 손뼉을 치고 웃거나 어깨 위로 모이는 햇볕과 얼굴을 부비며 논다 내게 손바닥을 보이며 잎사귀는 어떤 운명을 궁금해 하는 것일까 우리는 가지 않은 다른 길이 궁금하다 지팡이는 어디다 두고 나는 왜 두꺼운 안경과 나란히 앉아 있었나 당신 손닿은 곳마..
축하합니다 /정호승 이 봄날에 꽃으로 피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이 겨울날에 눈으로 내리지 않아 실패하신 분 손 들어보세요 괜찮아요, 손 드세요, 손 들어보세요 아, 네, 꽃으로 피어나지 못하신 분 손 드셨군요 바위에 씨 뿌리다가 지치신 분 손 드셨군요 첫눈을 기다리다가 서서 죽으신 분도 손 드셨군요 네, 네, 손 들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여러분들의 모든 실패를 축하합니다 천국이 없어 예수가 울고 있는 오늘밤에는 낙타가 바늘구멍으로 들어갔습니다 드디어 희망없이 열심히 살아갈 희망이 생겼습니다 축하합니다 ㅡ시집 문학과 지성 2018 밤이, 밤이, 밤이 /박상순 밤이 일어선다. 밤이 걷는다. 길고 긴 글자들을 가진 밤이 걷는다. 황혼의 글자는 바다를 건넌다. 바람의 글자는 빗속에서 태어났다. 12월의..
* 사람이 풍경으로 태어나 /정현종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앉아 있거나 차를 마시거나 잡담으로 시간에 이스트를 넣거나 그 어떤 때거나 사람이 풍경으로 피어날 때가 있다 그게 저 혼자 피는 풍경인지 내가 그리는 풍경인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사람이 풍경일 때처럼 행복한 일은 없다 * 낡음에 대하여 /위선환 낡는 때문이다. 눈 내린 겨울이고 봄이 오고 가을이 가고 다시 겨울이고 눈은 아직 내리는 것, 낡는 때문이다. 살갗을 스치며 바람이 지나가는 것, 전신에 바람무늬가 밀리는 것, 살이 닳는 것, 낡는 때문이다. 뒤돌아서 오래 보는 것, 먼 데서 못 박는 소리 들리는 것, 외마디 소리치는 것, 낡는 때문이다. 놀 붉고 이마가 붉는 것, 구부리고 이름 부르는 것, 땅바닥에 얼굴 부딪치는 것, 낡는 ..